■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4.19 10:14
  • 호수 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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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공부한 만큼 산다.

공부는 하기 싫으면서 벗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좋다면 그런 청춘은 선택을 해야 한다. 다만 ‘그 선택이 옳았는가’라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일 것이다. ‘지금 내가 자존심 구기지 않고 살고 있는가’이다. 만약에 자존심 구기고 살고 있다면 그 선택은 옳았던 선택이 될 수 없다.
이 말은 날 때부터 가난했던 순자가 가난을 이길 수 있는 길은 공부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며 젊은 날 청춘을 다 바쳐 천하에 숨은 은자를 찾아다니며 공부할 때 초나라 협곡에서 만난 은자손가락으로 무쇠 솥에 글씨를 썼다는 광사鑛師가 해준 말이라 전한다.<歷代賢師人物傳>
인류의 스승이 되려거든 공자를 배우고<사표효공자師表效孔子> 나라를 세우려거든 맹자를 배우고<립국효맹자立國效孟子> 가난한 자가 오직 공부로만 성공을 하려거든 순자를 배우라는 말이 있다.<종학효순자終學效荀子>
제나라 최고의 인재양성기관 직하궁의 철인 차성次聖 순자荀子는 순자荀子 권학勸學 유효儒效편에서 춘추春秋를 처음으로 경經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순자의 공부법은 대학 책을 기본으로 대학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통해 네 단계 공부법으로 제자를 길러내는데 남자가 공부할 때 어디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가에 대한 답을 준다. 그런 후로 법가에서는 순자의 공부법이 전가의 비기처럼 쓰였는데 이를 성리학으로 체화시킨 인물이 주자다. 오늘날 고시 공부법의 비조鼻祖인 셈이다.
순자의 공부법이라는 게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조선의 구도 장원 노력형 천재 율곡 이이는 순자의 네 단계 공부법을 하기 전에 선수립지先須立志 즉 모름지기 먼저 뜻을 세워라<擊蒙要訣 冒頭序>고 했다. 즉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말로 남자는 공부하기 전에 뭘 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후에 수신修身까지만 공부해서 내 한 몸만 간신히 입에 풀칠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제가齊家까지만 공부해서 나와 처자식과 부모형제까지만 먹고 살 것인지. 아니면 치국治國까지만 공부를 해서 이웃과 사회와 나라를 먹여 살릴 것인지. 아니면 평천하平天下까지만 공부를 해서 천하를 먹여 살리고도 남아 평안에 이르게 할 것인지를 먼저 정해놓고 공부하라는 것이 율곡 이이가 말한 선수립지先須立志의 원뜻이다.
이를 실천한 이가 오리 이원익의 손녀에게 장가든 방외고수方外高手 미수 허목이다. 그는 천하를 먹여 살리기 위해 60이 다되도록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산속에서 공부한 인물로 알려진 조선시대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생전에 가장 좋아했다는 글귀가 맹자진심장구상<孟子盡心上22>문장이다. 50살이 되면 비단 옷이 아니면 몸을 따뜻이 하지 못하며<비백불난非帛不煖>, 70살이 되면 고기를 먹지 아니하면 배가 부르지 않나니<비육불포非肉不飽> 옷을 입어도 따뜻하지 않고<불난不煖> 밥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것을<불포不飽> ‘얼고 굶주렸다’라고 말하는데<위지동謂之凍> 문 왕의 백성 중에<문왕지민文王之民> 얼고 굶주린 노인이 없었다는 말이 이 말이다.<무동지로자차지위야無凍之老者此之謂也>
쉽게 말해서 공부를 시작했으면 천하를 먹여 살릴 만큼의 공부를 하라는 말인데 이렇게 공부하는 것을 ‘천하에 뜻을 둔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사자성어로 지재춘추志在春秋다. 이 말은 한수정후 미염공 운장 관우의 말이다. 이에 관한 꼭 외워야 할 팔언댓구八言對句가 하나있는데 ‘산동공부자작춘추山東孔夫子作春秋 산서관부자독춘추山西關夫子讀春秋’라는 구절이다. 산동의 공자가 춘추를 지으니 산서의 관우가 춘추를 읽는구나<三國志演義>는 말이다.
천하에 뜻을 둔 자는 춘추를 읽어야 한다. ‘남아구세男兒九歲미춘추未春秋면 후세향사後世向思하위야何爲也’라. 남자가 아홉 살이 되었는데도 아직 춘추를 읽지 못했다면 훗날을 생각해볼 때 그런 자가 뭔들 제대로 하랴. 얼마나 무서운 경책警策인가. 춘추는 말 그대로 풀면 봄가을로 그치지만 명사明史 卷139 전당전錢唐傳 기록에 의하면 명 태조 주원장 때 형부상서를 지낸 전당錢唐의 해석은 다르다. 봄에<청춘> 공부한 자는 가을에<늙어서> 눈물 흘릴 일이 없다<재학춘자무루추 在學春者無淚秋>
<송우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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