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23)깡깡이-한정기 
■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23)깡깡이-한정기 
  • 문영 작가
  • 승인 2019.06.19 13:22
  • 호수 9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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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과거를 털어낸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

 

▲책 표지
▲책 표지

<깡깡이>는 아동문학가 한정기의 자전적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나, 정은이는 부산시 영도구 대평동 단칸방에서 어머니와 네 명의 동생과 같이 가난하게 살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깡깡이 일을 하는 어머니 대신 동생들을 돌보며 집안 살림을 했던 1년간의 기록이다.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발전에 부모님의 헌신 못지않게 우리 언니, 누나들의 희생도 큰 몫을 차지했다. 

  깡깡이는 항구에 들어온 배를 수리하기 위해 페인트를 벗겨내고, 따개비 같은 이물질을 떨어내기 위해 쇠망치로 배의 표면을 두들기는 소리다. 그 일은 아주머니들이 도맡아 했다. 화자가 지금 공들여 그리고 있는 그림은 도크 장에 올라온 배에 아지매들이 달라붙어 따개비와 녹을 깡깡깡 떨어내는 그림이다. 깡깡이 그림이다.

개인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성장한 정은이의 집에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각에 전화벨이 울린다.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에서 온 전화다. 치매로 기억력을 잃은 어머니가 발작을 일으켜 진정제 주사로 놓았다는 전화였다. 그 다음부터 흘러간 시간 속의 잊혀 가는 공간과 그 때의 사람들 이야기와 치매로 기억을 잃은 어머니의 투병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이어진다.   

  그 시절 아버지들은 왜 그리 무책임하고 무능했을까? 산업화되면서 무작정 가솔을 데리고 도시로 나온 아버지들은 일자자리를 찾지 못하고, 무능하거나 가족을 외면하는 일이 허다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선원이었으나 사고를 내고 일자리를 잃었다. 그 후 다른 여자를 좇아갔고, 결국 원양어선을 탔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살림살이는 엄마의 힘으로 꾸려가야 했고, 맏딸인 정은은 어머니 대신 동생들을 돌 볼 수밖에 없었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이 닥쳐온다.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그 사람의 인생 방향이 정해진다. 주인공도 끝날 것 같지 않던 가난을 벗고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야간중학교에 들어갈 입학원서를 준비하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아마 그 후의 인생도 녹녹치 않았을 테지만 잘 극복해낸 듯하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낸 작가는 깡깡이 소리가 포기하지 않으면 해낼 수 있고, 너도 잘 할 수 있으며, 우리가 모두 응원한다는 힘찬 소리로 들렸다고 한다. 지치고 힘든 사람은 누구나 와서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지금의 힘든 시간은 곧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고난이 더 발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단 우리가 어떻게 극복해 가는가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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