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6.19 13:36
  • 호수 96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은 시간에 책을 놓치 말라

주부자朱夫子가 가장 존경한다는 명재상 범중엄에게 하루는 건달 시절의 장재가 도발적 물음을 던졌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입니까라는 물음 즉 삼자문三字問(학즉수學則壽)학야시야종야學也 始也 終也라며 삼야三也로 답한다. 그러면서 부언하기를 학야시야종야學也 始也 終也를 한 문장으로 읽지 말고 끊어 읽으라는 말까지 더한다.<부도일흡절삼不睹一吸切三> “완곡하게 풀어본다면 공부는 목숨입니까라는 물음에 공부는 목숨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답이다. 바꿔 말하면 공부하지 않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라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살았으나 죽은 목숨이라는 말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장재는 자신의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심을 하는데 공부를 해야겠다라는 무모한 결심을 한다. 이 때가 남자로서 어떤 결기를 하기에는 다소 늦은 나이인 스물셋 이었다 한다.

예로부터 공부는 고통이 뼛속까지 후벼오는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게 해준다. 이쯤 되면 삶은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된다. 맹자는 이러한 고통을 일러 하늘이 그 사람을 크게 쓰기 위해서 일부러 연단하려고 주는 고통이라 했다.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김에<천장강대임어시인야天將降大任於是人也> 반드시 먼저 그 마음과 뜻에 고통을 주며<필선고기심지必先苦其心志>, 온 몸으로 노동하게 하며<노기근골勞其筋骨>, 심지어는 굶는 지경에 이르게 하고<아기체부餓其體膚>, 하는 일마다 뒤틀리게 하고<공핍기신空乏其身>, 빠져나오려하면 더 어지럽게 한다<행불난기소위行拂亂其所爲>, 그렇게 하는 까닭은 근성을 키우기 위함이니<소이근심인성所以勤心忍性> 근성을 키워서<증익增益> 큰일을 맡겨도 되는지 간을 보는 것이다.<기소불능其所不能>”

그러면서 역대 위대한 인물들의 전적을 나열하는데 성군이라 불리는 순임금은 임금 되기 전에 밭에서 일하는 농부였다가 등용되었고<순발어견무지중舜發於畎畝之中>, 상나라 최고의 재상 부열은 성벽을 쌓는 막 노동 일 하다가 등용되었으며<부열거어판축지한傅說舉於版築之閒>, 생선과 소금을 팔던 교력은 주나라 문왕에게 등용되었고<교격거어어염지중膠鬲舉於魚鹽之中>, 제환공이 군주 되기 직전 시절 암살하려다 실패해 감옥에서 사형당할 날을 기다리던 관중은 감옥에서 등용되었으며<관이오거어사管夷吾舉於士>, 초장왕의 명재상 무흠의 관료官僚 손숙오는 바닷가에서 물고기 낚다가 등용되었고<손숙오거어해孫叔敖舉於海>, 백리해는 시장바닥에서 노예생활 하다가 등용되었다<백리해거어시百里奚舉於市. 孟子告子章句下>. 문제는 이들의 청춘은 한결 같이 공부에 명운을 걸었다는 것이다. 다만 시대를 잘못 만나 그동안 공부한 것에 비해 세상에 알아주는 이 없다가 때가 이르매 그들은 세상에 등용된 것이다.

오늘 공부해두면 언젠가는 그 값을 톡톡히 치를 날이 온다. 노자는 도덕경 24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발끝으로 서는 자는 오래 설 수 없으며<기자불립企者不立>, 가랑이를 벌리고 걷는 자는 오래 걸을 수 없다<과자불행跨者不行>”

공부가 기본으로 깔려있지 않으면 발끝으로 잠깐 올려다 볼 수는 있다. 또 가랑이를 벌리고 폼 잡고 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위태롭다 는 말이다. 여몽이 노숙에게 공부를 어떻게 하냐고 묻자 삼여(<겨울은 한 해가 남겨놓은 여분의 시간이요<동자세지여冬者歲之餘> 밤은 낮이 남겨놓은 여분의 시간이요<야자일지여夜者日之餘> 비 오는 날은 맑은 날이 남겨놓은 여분의 시간이니<음우자시지여야陰雨者時之餘也.三國志 魏書>)를 말하면서 고시여서불사故時餘書不捨를 말했다<三國志 吳書 呂蒙傳 手不釋卷章>고 전하는데 풀어보면 그러므로 남은 시간에 책을 놓치 말라 는 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