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평균 기온과 수온의 변화가 일으키는 생태계 변화
■모시장터-평균 기온과 수온의 변화가 일으키는 생태계 변화
  • 칼럼위원 박병상
  • 승인 2019.06.26 16:11
  • 호수 9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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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는 느닷없다. 어제오늘은 아닌데, 산들바람으로 가로수를 초록으로 물들이던 날씨가 어느새 여름이다. 기상이변이라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우리의 언어와 달리 자연의 변화는 더디다. 여태 기상이변에 적응하지 못한다. 순서를 놓친 봄꽃이 뒤죽박죽이자 새들은 짝을 찾기 어려워한다. 개구리가 물가 찾는 순서를 놓치면 잡종이 생긴다. 잡종은 예외적이어야 한다. 일상화되면 생태계는 안정을 잃는다. 생식 능력이 없는 잡종이 늘어나면 먹이사슬이 무너지지 않는가.

요 며칠, 거리에서 폭염 냄새가 났다. 작년 여름은 참 유난했는데, 올여름은 견딜만할까? 롱패딩이 씻은 듯 사라진 거리에 반팔 티셔츠가 갑자기 늘었는데, 가지치기로 앙상해진 플라타너스들은 새잎을 몇 가닥 펼치지 못했다. 넓은 가로수 그늘이 햇살을 막지 못할 올 여름이 벌써 두렵다. 여름은 초미세먼지를 줄이니 다행인데, 경각심까지 무뎌질지 모른다. 아닐까? 폭염은 에어컨 가동을 부추기고 중국 동해안의 화력발전은 석탄 사용량을 늘릴 테니 미세먼지가 오히려 늘어나는 건 아닐까?

괭이갈매기 집단 번식지로 잘 알려진 홍도의 평균 기온이 40년 동안 섭씨 1도 상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뿐 아니라, 2010년 제주도에 발견돼 학자들 놀라게 한 아열대성 식물 고깔닭의장풀이 홍도에서 작년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올해는 무성하려나? 거제도의 평균 수온이 1970년대보다 0.6도 정도 올랐다고 하니 홍도 해역도 비슷할 텐데, 우리에게 생소한 범돔과 아홉동가리 같은 아열대성 어종이 홍도 해역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언론은 덧붙였다. 아열대어류가 고유 어류를 밀어낸 형국인데, 괭이갈매기는 번식에 이상이 없을까?

0.6도의 변화는 피부로 느끼기 미미하다. 자판기에서 뽑아든 믹스커피가 미지근해지는 온도보다 훨씬 작지만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드넓은 바다의 생태계는 변화에 예민하고 우리는 그 변화 폭을 감내하며 물고기를 잡아왔다. 잡는 종류와 양이 들쭉날쭉했어도 익숙한 범위 이내였으므로 견뎌냈다. 하지만 이젠 모른다. 누적된 기상이변은 새로운 적응을 요구할지 모른다. 쥐치가 사라진 홍도 해역에서 잡아올린 범돔과 아홉동가리의 요리법을 연구해야 한다.

수온 변화는 플랑크톤 변화로 이어지고 필히 어류 변화로 연결된다. 국립공원공단에서 홍도 괭이갈매기가 2003년보다 열흘 빨리 번식했다는 보도자료를 돌린 모양이다. 괭이갈매기는 새끼들에게 범돔과 아홉동가리를 먹여야 할지 모르는데, 처음에 흔쾌하지 않았을 거 같다. 지금도 그리 흔쾌하지 않을 텐데, 쥐치는 어떨까? 남획으로 사라진 쥐치가 홍도 주변에 회복되더라도 아열대어류를 능가하기 어려울 거 같다. 우리 눈에 띄지 않는 플랑크톤이 이미 아열대성으로 바뀐 상황이므로.

온난화는 태풍과 해일의 수와 힘을 키운다. 아시아, 그 중 우리나라를 둘러싼 바다의 수온이 크게 상승했다. 태풍 피해가 전 같지 않다. 바다에서 비롯되는 자연재해 기록이 자주 바뀌다보니 이제 눈에 띄는 뉴스거리가 아닌데, 그렇다고 피해자에게 위안이 되는 건 아니다. 온난화에 대한 대비는 충분한가? 태풍이 일으키는 홍수와 산사태, 해일과 폭풍만이 아니다. 평균 기온과 수온의 변화가 일으키는 생태계 변화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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