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지식인들의 편향된 비판에 대하여
■모시장터-지식인들의 편향된 비판에 대하여
  • 칼럼위원 권기복
  • 승인 2019.07.10 11:02
  • 호수 9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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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28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박정훈(조선일보 논설실장) 칼럼 <문 대통령은 고종의 길을 가려 하는가> 라는 글을 보면서 가슴 속 숨길이 턱턱 막힘을 금치 못했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대통령이 아닌 일부 지식인과 정치인들이 구한말의 작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강대국의 논리에 휩쓸려서 이리저리 휘날리는 낙엽 같은 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특히, 한겨울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일수록 그 요란 떠는 모습이 가관인 것은 인간세계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의 글 내용처럼 국제 정세와 강대국 갈등, 무역·통상에서 지정학적 환경까지 100여 년 전 구한말을 연상케 하는 일련의 상황이 펼쳐졌다. 제국주의 열강이 우리 목을 조여 온 19세기 말처럼 또다시 내 편이냐 아니냐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시대 상황적 판단에는 상당 부분에 공감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현실뿐만 아니라 가까운 과거나 미래에도 수시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늘날 그런 현상이 비쳐진다고, 우리가 마냥 망국의 상황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우리들 스스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일례를 들면 프랑스의 삼부회는 왕국의 재정고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수차례에 걸쳐 개최되었는데, 그 목적을 훌륭하게 달성한 때도 있었고, 지지부진한 때도 있었다. 또한 1789년의 프랑스 삼부회는 루이16세의 처형과 함께 부르봉 왕조의 몰락을 가져오고, 프랑스 혁명의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거의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들이 어떻게 그 역사를 만들어가는가에 따라서 운명은 얼마든지 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을 롤 모델로 삼았다는 일본 총리 아베를 유능한 이토 히로부미에 비유하고, 우리 대통령을 조선 망국의 중심에 서 있었던 무능한 고종에 비유하면서 마치 팽창과 쇠퇴의 역사관으로 보는 것은 흑백논리에 불과하다. 이는 지식인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이분법적인 논리 방식이다.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으로 이끌어간 이토 히로부미의 일본은 결국 태평양전쟁으로 인한 패망의 역사를 짊어진 바 있고, 고종은 망국의 아픔을 겪었지만 구국(救國)을 위한 그의 노력과 정신은 31 만세운동으로 이어져 독립국가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현실적인 아베와 이상주의자인 문 대통령은 대조적이다. 아베가 '트럼프의 푸들'을 자처한 반면 문 대통령은 미·중 간 중재자론을 내걸었다. ·일이 유례없는 밀월인데 한·미 동맹이 서먹해진 것이 두 사람의 리더십과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대외팽창과 패권주의에 순응하는 길이 나라를 살리고,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논리를 통하여 아베와 트럼프 같은 사람이 되기를 종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를 전개한 사람들이 대부분 구한말에 일본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일본유학생들이었고, 그들이 바로 친일파이거나 변절자가 된 지식인들이다. 참된 지식인이란 바른 것()을 바르게 보고(正見), 바르게 행동(精進)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식인의 참된 비판은 그릇된 것을 바로잡아주는 양약(良藥)이지만, 편향된 지식인의 비판은 그나마 건강한 사회도 분열을 조장하는 독약(毒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하려는 아베를 부국강병론자라 하여 옹호하고, 패권주의를 탐욕적으로 드러낸 트럼프의 푸들이 되어 꼬리나 흔드는 것이 과연 유능한 자의 역량 있는 리더십이란 말인가!

그는 우리 대통령이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 됐는데 문 정부는 안에서 적을 만들고 편을 가르는 편협한 리더십에 머물러 있으며, ‘고종의 좁은 세계관과 빈약한 국가 비전이 망국을 앞당겼던역사를 되풀이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대통령의 개혁과 통일정책 등에 대하여 무조건 반기부터 들고 거부하는 집단의 첨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로 그런 자들이 많을수록 국민 단합을 저해하고, 국론 분열을 초래하여 국가의 위기 상황을 만들어내는 주범이 아닌가 한다.

비록 자신의 의지와 다르더라도 대통령의 국가정책을 인정하고, 방법상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효율적으로 국가 운영이 이루어지도록 조력하는 것이 참다운 지식인이고 정치인의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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