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피아니스트 조영웅이 걸어온 길
■ 특집 / 피아니스트 조영웅이 걸어온 길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7.25 13:42
  • 호수 9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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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현장 체험이 음악적 열정 원동력”

서천에서 모스크바로…뉴욕-보스턴대학으로
▲ 그녜신음악대학 졸업식 때 동기들과 함께
▲ 그녜신음악대학 졸업식 때 동기들과 함께

병역의 의무를 마치기 위해 201612월 귀국한 조영웅 피아니스트가 2년간의 공익요원 근무를 마치고 8월에 다시 유학길에 오른다. 공동체비전고 3학년 때인 2005년 혈혈단신 모스크바로 가서 국립그녜신음악대학에 입학한 이후 그가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불태운 열정은 후배들에게 큰 귀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그가 걸어온 길을 더듬어 본다.

공동체비전고에서 그녜신음악대학으로

 

​▲ 그녜신음악대학 루스탐 구바이둘린 교수와 함께​
​▲ 그녜신음악대학 루스탐 구바이둘린 교수와 함께​

모스크바에 있는 그녜신음악대학은 러시아에서도 가장 수준 높은 음악대학 가운데 하나이다. 1895년 엘레나 그녜신(1874~1967)과 그녀의 자매들에 의해 설립된 음악학교로 러시아 혁명(1917) 이후 국립대학이 되었다.

그녜신 음악대학은 음악 영재교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이 대학의 교육시스템을 들여다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학교에 입학하려는 외국인은 우선 러시아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1년간 예비학부에 들어 어학교육 코스를 밟는다.

그러나 서천 공동체비전고등학교 출신 조영웅은 단번에 이 시험을 통과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본과에 입학했다. 2006년 초의 일이다. 라틴어, 아랍어, 중국어와 함께 배우기 어렵기로 이름난 러시아어를 공부한지 2개월 만에 어떻게 시험에 통과했을까. 시초면 초현리에 있는 시초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아버지 조광현 목사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살다온 지인과 유학을 다녀온 사람을 소개해 개인수업을 받도록 해주었을 뿐이었다고 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러시아어를 열심히 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어머니 이영재씨의 말이다. 그는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조영웅이 모스크바 유학을 결심하도록 영향을 준 사람은 러시아에서 성악을 배우고 온 3학년 때 만난 음악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의 소개로 러시아 유학을 결심했고 혼자 러시아어를 배우고 러시아에 가서 입원학원서를 쓰고 시험을 치른 것이다.

영웅이가 피아노를 처음 치기 시작한 것은 5살 때입니다.”

아버지 조광현 목사가 농촌 사목으로 경기도 여주에서 개척교회를 하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 이영재씨는 21세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피아노 실력으로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아들을 함께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때 주입식 교육이 아닌 피아노와 함께 즐겁게 놀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을 지도했다고 한다.

여주중학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피아노 교습을 받았는데 바이엘이나 체르니가 아닌, 귀를 열어주는 피아노 교육교재라는 베스틴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조영웅은 중학교 3학년 때 여주대학에서 주최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경쟁의 세계로 내모는 것이 싫어 막 개교한 대안학교인 공동체비전고에 입학시켰다.

그녜신음악대학에 입학한 조영웅은 3년 후인 20091월에 모스크바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3위 입상을 했다. 외국인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이었다. 모스크바 국제 콩쿠르는 러시아 정부의 주관으로 2년마다 열리는 권위 있는 대회이다. 이어 동유럽의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입상을 했다.

모스크바에서 뉴욕으로

 

▲ 박사과정 첫 연주회를 마치고
지도교수 길라 골드스타인과 함께

러시아에서는 유럽국가처럼 학사와 석사과정이 5년이며 이후 3년의 박사과정이 있다. 그녜신음악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더 공부를 하기 위해 독일로 갔다. 그러나 독일은 학비는 안들어가지만 다른 생활여건이 여의치 않아 바로 뉴욕으로 건너갔다. 20112월이었다.

뉴욕에서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뉴저지주 몽클레어 주립대에서 2년간의 연주자 과정에 적을 두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피시방, 음식점, 카페 등에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한다. 음악을 통해 대중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려면 다양한 삶의 현장을 체험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뉴욕의 한인 사회에서도 고령층 인구가 늘고 있는데 그는 한인문화센터의 음악 선생이 되어 할머니들에게 한국민요 등 노래를 가르치고 함께 불렀다. 미국은 노년층의 건강을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병원에서 있으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악 활동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애국가와 미국의 국가’, ‘독도는 우리 땅등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뉴욕 한인사회에서 그는 할머니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 되었다. 안정적으로 생활비 마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런 중에도 그는 버몬트주에서 열리는 맨체스터음악캠프에 선발되어 전액 장학금을 받고 6주 동안 캠프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졸업 시에 그는 실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이어 9월에 보스턴대학교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그에게 항상 행운이 따라다니는 것일까, 독실한 크리스챤인 그를 하느님이 비호해 주는 것일까. 헝가리 출신의 할머니와 친하게 지냈는데 그가 선뜻 23000달러의 등록금을 대주어 학비 문제를 해결했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학위를 취득하는 일이 남아 있다. 학위 취득 후 그는 피아노 연주자로, 또는 공연 기획자로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서천에서 공익요원으로 복무하면서 재능기부로 후배들을 지도하는 한편 서천, 군산, 전주 등지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는 등 다양한 연주 활동을 했다. 그는 금강권역의 음악인들이 참여하는 금강음악제(The Silkriver Music Festival)’라는 이름의 지역 음악축제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의 불모지에서 열리고 있는 음악제로 대관령음악제와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윤이상 음악제가 있다. 이에 비하면 서천은 여건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음악 꿈나무들과 함께하는 연주회

▲나우주 어린이
▲나우주 어린이
유시연 학생
▲유시연 학생

조영웅 피아니스트는 다시 유학길에 오르면서 서천에서 마지막 연주회를 연다. 오는 82일 오후 730분부터 서천 문예의전당에서 뉴스서천의 주최와 주관으로 연주회를 갖는다.

이 연주회에는 서천의 음악 꿈나무들이 함께 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1부 순서에서는 조영웅 피아니스트의 독주회로 진행되는데 유학시절 고생스러운 시기에 공부했던 곡과 추억이 담긴 모차르트, 쇼팽, 리스트 등이 작곡한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2부 순서에서는 서천의 후배들을 소개하는 무대로 서천초 5년 나우주(피아노), 서천초 6년 나재원(첼로), 충남예고 1년 유시연(동강중 졸업, 비올라) 학생들과 협연을 하는데 조 피아니스트가 반주를 맡는다. 서천의 산천을 보고 자라온 이들의 음악적 감성

▲나재원 어린이
▲나재원 어린이

 

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나우주 어린이는 조영웅의 지도를 직접 받았으며 나재원 어린이도 음악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조영웅 피아니스트의 지도를 받았다. 유시연 학생은 고입 입시시험에서 조 피아니스트가 반주를 맡아 해주기도 했다. 모두 그가 사랑하는 서천의 후배들이다. 조영웅은 그들이 힘차게 성장해 다시 그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염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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