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질의가 낳은 ‘무지’
문제적 질의가 낳은 ‘무지’
  • 뉴스서천
  • 승인 2003.11.21 00:00
  • 호수 1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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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는 군 청사가 뜨거웠다.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제 119회 서천군의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집행부가 추진해온 사업과 앞으로 계획된 사업들에 대하여 민의를 대표한 군 의회가 검증 하는 군정질문이 열린 것인데, 내년 예산 심의가 이를 토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감안 할 때 행정을 추진하는 측의 긴장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번 군정질문을 집행부관계자를 비롯해 방청객과 함께 질의와 답변을 청취하면서 회기 중 공식석상에서의 의원질의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하는 일이 있었다. 본 질의(本質疑), 그러니까 미리 예고된 각 실과 별 총 질문 수 56개와 그에 따른 답변이 미리 인쇄되어 배포되므로 어찌 보면 형식적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 대개 본 질의에 대한 답변은 군수나 부군수가 미리 준비된 원고를 읽어나가지만, 보충질의에 대한 답변은 소관 실 과장이 답변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적잖은 의외의 사항이 벌어지게 된다. 이번 군정질의에서도 서천군의 현안문제인 장항읍의 경제와 주민의식 침체가 여전히 도마에 올랐다.
구흥완(시초면) 의원이 장항 경제 활성화에 대책을 5개항에 걸쳐 조목조목 따진 본 질의에 대한 나소열 군수의 답변이 있은 후다.
보충질의 답변에 나선 이철구 기획감사실장을 세워 놓고 구흥완 의원의 보충질의가 끝나기 무섭게 황배원(장항읍) 의원은 장항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며 제하의 보충질의에 들어갔다.
서천·군산 간 행정교류 성과는 어떠한가를 시작으로 송내리 장항입구의 도로변 소나무 정비에 대한 계획, 주공임대아파트를 서천보다 장항에 세워라, 또 농림과 소관의 장항읍내 플라타너스 가로수 문제까지 거론하기 이르른 것이다.
하지만 장시간 답변에 응하던 이철구 실장이 질문도 좋지만 사안을 감안해서 해야지 어찌 기획감사실장에게 가로수 문제까지 묻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로 인해 군 의회 본회의 장내는 박장대소가 터지고 이경직 의장은 급히 농림과장을 답변 대에 세웠다.
여기서 몇 가지 집고 넘어갈 일이 있다. 장항읍 경제 활성화에 대한 문제는 서천의 문제이지 장항읍민이나 황배원 의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문제의 원인과 핵심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개는 출신 지역의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서 군정에 반영하려 하는 투의 질의를 종종 보게 된다. 금번 황배원 의원의 질의도 예외는 아니다.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 한 두 번 올라온 것을 주민 대다수의 의견인양 내세우는 것이나, 상점의 간판의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를 들어 가로수를 뽑아만 주면 알아서 심겠다고 한 주민이 있다는 등의 질의 내용은 지극히 군정질문의 본질적 의도를 빗겨나간 것이었다. 자신의 심미안과 다르다 하여 바꾸라는 것은 군정의 한 축을 책임지는 의원의 발상으로 보기 어렵다. 자신이 군정질문으로 할 만큼 문제의식을 느낀 사안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조차 갖추지 않았다면 이는 무지(無知)를 넘어서는 것이다. 서천은 어메니티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가로수 문제 정도는 주민들을 오히려 설득해야 하지 않을까? 어메니티 서천을 위해선 가로수를 뽑는 일보다는 난립한 간판을 정비하는 쪽이 현명하지 않을런지…. 무엇인가 얻으려면 반드시 무엇인가를 지불해야 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초화류나 키 작은 교목을 심지 않는 한 상가 간판의 시야를 넓힐 수 없다. 이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자치단체들이 구역을 세부적으로 나누고 지역의 특성을 따서 ‘천주교 뒷문길’ ‘여상길’ 등의 이름을 붙여 안내와 찾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로수를 뽑는 식이었다면, 보령시내의 감나무를 볼 수 없었을 것이며, 청주의 상징인 플라타너스 터널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행태 때문에 다른 선량(選良)들까지 도매로 무시당한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자기계발, 업무연찬은 있어야 한다. 이제 서천은 보다 큰 틀을 가지고 13개 읍·면이 상생의 길을 가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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