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와의 싸움이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와의 싸움이다
  • 송우영
  • 승인 2019.09.05 15:01
  • 호수 9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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小學童子로 불리는 김굉필은 어려서 귀하게 자란 탓에 천방지축과 안하무인에 가까운 세월을 사느라 공부에 뜻이 없었다. 그런 아들이 사람 구실을 하게 된 데에는 어머니의 포기할 줄 모르는 공부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모친은 청주한씨淸州韓氏 중추부사中樞副使 한승순韓承舜의 여식이다. 친정이 가학家學으로 서경에 밝았는데 조선 규방사閨房史에서 서경에 밝은 여성은 김뉴金紐의 내실內室이 으뜸이란 칭호가 말해주듯이 시집을 가서도 늘 서경을 읽곤 했다.

이러한 여인임에도 공부 안하는 자식만큼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하루는 공부에 관심도 없으면서 날마다 곁길로 가는 스무 살이 넘은 헌헌장부의 아들을 앉혀 놓고 타일렀다.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면 반듯이 낮은 데서 시작해야 하며 멀리 가고자 하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 시작해야 한다.<약승고필자하若升高必自下 약척하필자이若陟遐必自邇. 서경書經 상서商書 태갑하太甲下> 안연이라는 사람은 스무 살에 이르러서 크게 탄식하면서 말하길 공부는 마치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아서 오르면 더 높은 산이 있고 파 보면 더 견고하구나<안연顔淵 위연탄왈喟然歎曰 앙지미고仰止彌高 찬지미견鑽之彌堅 論語 子罕>라며 자신의 공부가 부족했음을 한탄했다 하는데 너는 언제쯤이나 공부를 하려느냐. 자고로 사내 대장부의 인생이란 고개를 들면 하늘에 부끄러울 것 없어야 하고<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 고개를 숙이면 사람에게 부끄러울 것 없어야 하거늘<부부작어인俯不怍於人. 孟子>”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는지는 모르나 경현속록景賢續錄 연보年譜에 따르면 김굉필은 성주 출신 지지당止止堂 김맹성金孟性을 스승으로 모셨으며 19세 혼인 후 점필재 문도가 되어 조선 성리학의 계보를 이었다.

둔전屯田 유영柳永은 권학문勸學文오즉필五則必을 말했는데 자식을 기르되 꼭 가르쳐야 하며<양자즉필교養子則必敎>, 가르치되 꼭 엄해야 하며<교즉필엄敎則必嚴>, 엄하되 꼭 부지런해야 하며<엄즉필근嚴則必勤>, 부지런하되 꼭 성실해야 하나니<근즉필성勤則必誠> 이렇게 자녀를 가르치면 꼭 성공 한다.<윤편즉필성勻徧則必成.인데 윤으로 읽음. 勻徧:이것을 다 지키면. . 고문진보 윤편즉필성勻徧則必成闕文>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부모의 잘못이다.<양자불교부지과養子不敎父之過> 가르치되 엄하지 않는 것은 스승이 게으른 탓이다.<훈도불엄사지타訓導不嚴師之惰. 司馬溫公 勸學歌> 농부가 곡식을 제대로 가꾸지 못한다면<양곡불성養穀不成> 결국에는 굶주리는 아픔을 당할 것이고<종라아요지환終懶饒之患>, 부모가 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자녀가 성공하지 못하면<교자무성敎子無成> 그 부모는 늙은 나이에 이르러 외롭고 가난하고 아프게 살 것이다.<경치고빈지환竟致孤貧之患>

중종中宗때 대제학을 지낸 설옹雪翁양연梁淵은 가난 탓에 청춘 때에 공부를 못했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느라 행여라도 주변 환경에 휘둘려 결심이 무너질까봐 왼손을 주먹쥔 채 문장을 이룰 때까지 펴지 않겠노라며 다짐을 하며 공부를 하여 후대에 조갑천장爪甲穿掌의 고사를 낳았다. 다산 정약용은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던지 복사뼈에 세 번 구멍이 났다는 과골삼천踝骨三穿의 고사를 낳았다. 임진왜란 때 통제사 증좌찬성을 지낸 원균의 행장기를 쓴 우암 송시열의 문인 사헌부 대사헌 후재厚齋 김간金幹은 엉덩이를 방바닥에서 떼지않은 채 무릎 꿇고 공부하는 일슬좌공一膝坐工의 독공篤工<공부에 일생을 걸다>으로 공부의 끝을 보여준 인물인데 이렇게 공부한 인물이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의 종손으로 조선 말 안동 출신의 의병장 김흥락金興洛이며, 그의 문도가 一代만 독립운동해도 집안이 절단난다는데 장장 삼대가 독립운동에 헌신한 석주 이상룡이시다.

공부에 대한 답은 하나다.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무릎으로 한다. 쉽게 말해서 공부는 약삭빠름이 아니라 미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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