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도지정 무형문화재의 현재와 미래/(8)한산소곡주
■ 기획/도지정 무형문화재의 현재와 미래/(8)한산소곡주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9.10.24 10:47
  • 호수 9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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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곡주 역사성·명맥유지에 문제 없다…홀대 지나치다”

조선시대 50개 문헌 중 38개 문헌에서 소곡주 소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격상시켜야…”

*이 기사는 충남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과거시험 양반, 소곡주 경계령
기막힌 맛 탐닉하다 1년농사 망쳐

소곡주는 조선시대 과거에 급제하려는 양반들에게는 마셔서는 안 되는 술로 치부됐다. 소곡주 특유의 술맛에 빠져들면 그만 1년 농사인 과거시험을 보지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고약한 술(?)이기도 했다.

▲우희열 한산소곡주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호
▲우희열 한산소곡주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호

현재 한산을 포함한 서천군 전역에서 250여 농가가 빚는 소곡주는 백제 왕실은 물론 민가에서 빚어 마신 술로 알려져 있다. 백제 무왕은 635년에 조정 신하들과 백마강 고란사 부근에서 소곡주를 마시며 그 흥이 극에 달했고, 의자왕은 6563월에 임금이 궁녀들을 데리고 올라가 음란과 향락에 빠져 술 마시기를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백제가 멸망하자 그 한을 달래기 위해 한산 건지산 주류성에서 소곡주를 빚어 마셨다고 알려졌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문헌이 나와 있지 않아 알 수 없다.

소곡주는 백제가 멸망한 후 아낙네들이 나라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하얀 소복을 입고 빚었다 해서 소복주, 소국주로 불리기도 했지만 현재는 누룩을 적게 넣고 빚는다 해서 소곡주로 불리고 있다.

도지정 무형문화재 한산소곡주, 명맥 잇기 이상 무

소곡주는 한산을 포함한 서천군 전역에서 집집마다 고유의 제조방법으로 빚는다. 당국의 단속과 군의 소곡주 명품화 지원 사업 추진에도 불구 아직까지 무허가로 소곡주를 빚는 농가가 한산을 포함해 서천군 전역에 250여 농가에 달한다.

친정에서 소곡주를 빚었던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출가해 사는 지역에서도 술을 빚어 한산소곡주란 이름으로 판매하거나 가족들과 나눠 마실 정도이다.

실제 부여군의 경우 규모가 큰 마트나 슈퍼마켓에서는 부여지역에서 빚은 무허가 가양주가 한산소곡주로 둔갑, 상당량이 판매되고 있다. 서천에는 충남도지정 무형문화재로 6종목이 지정돼 있다.

한산소곡주는 1974831일 한산세모시 짜기에 이어 두 번째로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됐다. 1997619일 한산소곡주 기능보유자인 김영신 선생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며느리 우희열 전수조교가 같은 해 1223일 이어받았다. 현재는 우희열 기능보유자의 아들 나장연씨가 2001630일자로 전수조교로, 며느리 최영숙씨가 201177일자로 이수자로 지정됐다.

전수조교를 둔 한산소곡주는 충남도가 지정한 서천군 무형문화재 6종목 중 전수조교 시험을 앞둔 서천 침선장과 함께 맥 잇기는 무난한 상태이다.

개인에서 단체로 변경 지정 시급

▲도지정 무형문화재 한산소곡주 전수조교인 나장연 한산소곡주 사장이 소주고리를 이용해 소곡주를 증류하고 있는 모습.
▲도지정 무형문화재 한산소곡주 전수조교인 나장연 한산소곡주 사장이 소주고리를 이용해 소곡주를 증류하고 있는 모습.

소곡주는 국내를 대표하는 전통주 중 하나이다. 조선시대 50개 문헌 중 36개 문헌에서 소곡주가 소개되고 있다. 소곡주는 타 전통주에 비해 역사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함에도 불구 도지정 무형문화재의 지위를 얻는데 그쳤다.

소곡주 빚는 방법은 동국세시기 경도잡지 시의전서 규합총서 음식디미방 요록 치생요람 음식보 역주방문 산림경제 증보산림경제 고사십이집 임원십육지 양주방 등에 소개돼 있다.

소곡주는 백제시대부터 전해져 왔다는 역사성 외에도 한 지역에서 집단적으로 술을 빚어 명맥 유지에 어려움이 없고, 정부나 지자체가 단체위주로 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추세를 감안할 때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격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

한산소곡주 전수조교인 나장연 한산소곡주 사장은 “1987년 정부가 소곡주를 포함해 문배주, 면천 두견주, 경주 교동법주 등을 대상으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심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술의 역사성 대신 명맥유지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면서 할머니(고 김영신 도지정무형문화재)에 의해 명맥을 유지해온 소곡주만 탈락됐다고 말했다. 현재 문배주와 면천두견주, 경주교동법주 등 3개 전통주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86-1, 2, 3호로 지정돼 있다.

나장연 사장은 한산소곡주를 개인이 아닌 단체를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 현재 도지정 무형문화재 3호는 단체 내에 속해 전승 잇기를 계속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소곡주 주질 향상 시급

▲샤케 주조용 쌀.
▲샤케 주조용 쌀.

계속해서 소곡주가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술맛 개발이 시급하다. 사케의 원형인 소곡주를 빚는 양조장들이 현실에 안주한 것과 달리 일본 사케 양조장들은 사케의 주질 향상 일환으로 균일한 품질의 누룩을 협회를 통해 조달한 뒤 생선회 등 음식에 어울리는 사케 개발에 주력해왔다.

소곡주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사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질 향상을 위한 소곡주 연구소 설립이 시급하다.

나장연 사장의 한산소곡주는 20144월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3대 주류품평회인 ‘2014년 몽드셀렉션에서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영국주류품평회가 개최한 증류주 부문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후발 양조장들도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대회에서 잇단 수상소식을 전하는 등 전체적으로 주질이 향상됐다는 평가이다.

나학균 군의원은 지난 201711월 제259회 임시회 군정질문에서 한산소곡주를 서천군의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맛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집행부에 한산소곡주 연구소 설립을 건의했다. 이어 나의원은 한산 소곡주 연구소 설립으로 인한 양조장의 주질 향상이 이뤄질 경우 한산소곡주 브랜드 가치 상승은 물론 생산농가의 소득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이에 대해 군은 소곡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한산소곡주 연구소는 꼭 필요한 시설로 판단하고 제3기 균형발전사업으로 진행 중인 한산모시 연구센터와 연계해 운영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년간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서천군 전역 확대해야

현재 한산소곡주는 특허청에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이 등록돼 있다. 옛 한산군에 속한 한산, 마산, 기산, 화양면 외 지역에서는 한산이란 이름을 넣어 소곡주 제품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한산모시처럼 한산소곡주도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범위를 서천군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양조장 대표는 한산소곡주를 빚는 곳이 한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천군 전역에서 빚고 있는 점 외에도 서천군을 대표하는 전통주인 점을 감안할 때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범위를 옛 한산군으로 제한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면서 서천군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실질적 의미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에 걸 맞는 소곡주가 되기 위해서는 한산지역에서 생산되는 물과 찹쌀과 멥쌀, 누룩 등을 사용해야만 한다. 하지만 한산 지역 내에서 모든 원료를 조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산지역 양조장들이 누룩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누룩의 경우 판교면에 서천지역에서 생산한 밀을 이용해 제조한 누룩공장이 있지만 상당수의 양조장들이 타 지역에서 생산된 국산 및 수입밀이 함유된 누룩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산소곡주란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의 지위에 걸맞은 양조장들의 자성과 함께 엄격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심사 방법이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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