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짐 벗고 ‘그림의 세계’로 훌훌 떠난다
‘소방관’ 짐 벗고 ‘그림의 세계’로 훌훌 떠난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11.13 23:00
  • 호수 9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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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서천 창간기념 초대전 여는 한완석 소방관

 

​▲동자승​​
​▲동자승​​

서천소방서 소속 비인119안전센터 센터장 한완석씨, 그가 오는 25일부터 서천문화원 1층 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연다. 뉴스서천 창간에 참여한 그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뉴스서천의 초대로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이다. 전시회 준비를 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소방관이라는 무거운 업무를 안고 사는 그가 누구의 지도나 가르침 없이 독학으로 그만의 독특한 경지를 이룬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았지만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린 것은 20년 전쯤이었습니다.”

그는 욕심과 집착으로 가득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깊은 번뇌에 사로잡혔다.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자신이 싫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자승을 만나게 되었다. 해맑은 얼굴을 보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에게 동자승은 자기수양의 대상이자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는 매개체였다.

붓을 잡았다. 동자승을 그리기 시작했다. 밑그림을 그리고 채색해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동자승을 통해 세상만사에 얽매였던 인연의 고리를 조금씩 끊고 자연인으로서 순수함과 따뜻한 감동을 닮아갈 수 있기를 염원하면서 동자승을 그려왔다고 말했다.

이때 그가 그린 동자승들은 201110월 뉴스서천창간12주년을 맞아 초대전을 갖고 서천 군민들에게 선보였다. 당시 전시회장을 찾은 한 주민은 미술치료를 하고 있는 장애아들과 함께 그림을 감상했는데 아이들이 우리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이렇게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전시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씨가 말했다. 그후 8년 만에 다시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이다. 그의 주된 작품 소재인 호랑이 그림도 더욱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다.

▲‘제48회 충청남도 미술대전’ 특선작 ‘집으로 가는 길’

지난 해에는 지인의 권유로 48회 충청남도 미술대전한국화 부문에 출품했다. 동자승을 소재로 한 마음의 그릇’, ‘순진무구’, ‘도반’, ‘한가로움’, ‘기도’, ‘승천등의 테마에서 그가 사는 비인 남당리의 산수로 진화해 독특한 점묘화법으로 포근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담은 집으로 가는 길이 특선을 차지했다.

이번 전시회에 전시될 작품은 모두 91점이다. 동자승, 호랑이에 이어 그의 산수화가 마음을 일상에 지친 영혼들을 고향의 품처럼 포근하게 감싸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 이름도 힐링전이다.

작가는 화분이나 화환은 정중히 사양한다수익금은 늘 보아왔던 불우이웃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와 함께 한씨는 30년 동안 몸담아왔던 소방관 직을 퇴직한다. 32년 동안의 소방관직을 떠나는 심정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수많은 갈등과 위기의 재난현장에서 내 생명과도 같은 가족들의 안위는 잊어버린 채 119란 멍에를 걸머지고 현장 속을 헤집고 산다는 자체 하나 만으로도 버거운 짐이었습니다. 혹여 내가 잘못되거나, 또 내 잘못 하나로 한 생명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어쩌나, 억울하게 참변을 당한 고인의 신체가 훼손되면 어쩌나, 주검을 알면서도 살아있는 생명으로 사력을 다해 구조를 해야만 하는 처절함...,악마 같은 화마의 현장에서 그들을 구하고 돌아서는 길은 지나온 세월 내내 기억 속에서 머물고 있음은 119는 살아있는 나의 존재가치였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119소방관은 버릴 수 없는 천직이며, 잊을 수 없는 세월들이었습니다.”

▲의용소방대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중인 한완석 센터장

그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큰 족적을 남겼다. 구급차 폴딩스텝(접이식 계단)을 개발, 충남대표 전국대회 출전해 7위에 입상하기도 했으며 고지대 주택밀집지역 초기대응진압 작전도를 제작했고, 주택가 등 이면도로 소방통로 통행불가(곤란) 장애물 제거 및 확장 사업을 건의해 서천군, 한전, KT와 협의 서천읍 주택가 ,농협 뒤, 사곡리 일대 등 이면도로를 확장하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2014년도 서천군119안전문화제를 전국 최초로 여는 데 기획. 제작. 감독을 맡았다. 대형대상 종합위험안전관리시스템 개발 및 특별화재진압대응 세부메뉴얼을 제작하기도 했다. 한편 서천사랑시민모임에 적극 참여해 일해오고 있으며 소녀의 상 건립 시에 공동추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에게 이번 전시회는 무거운 짐을 벗고 그림그리기에만 전념하는 길로 훌훌 떠나는 새로운 출발인 셈이다. 열림식은 25일 오후 4시 서천문화원 전시 현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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