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축제가 아름답다
작은 축제가 아름답다
  • 전순희 시민기자
  • 승인 2019.11.22 15:37
  • 호수 9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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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네도서관·주민이 함께 만든 마을축제 성황

지난 9일 마서면 신포리에 있는 여우네도서관에서 열한 번째 축제가 열렸다. 참 아름다운 축제였다.

지금까지 봐온 축제들은 축제장에 가보면 이미 주최측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람들은 와서 즐기기만 하면 되는 형식을 취했는데 여우네도서관 축제는 시작부터 달랐다. 사람들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가족, 두 가족이 모여들었다. 좁은 도서관 안이 사람들로 꽉 찰 무렵 축제는 시작되었다.

그림책 막두공연을 보면서 축제장은 즐거운 웃음과 박수, 몰입이 시작되었고 공연이 끝나자 모두 밖으로 나가 축제장을 꾸미기 시작했다. 천막을 치고 책상과 의자를 나르고 돗자리를 깔고 물건들을 펼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움직이며 자신이 즐길 오늘의 무대를 꾸미는 데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 없었다. 아름답지 않은가, 감동이지 않은가.

이제 즐길 시간이 되었다. 먹을거리는 최대한 친환경 재료를 넣은 것들로 준비되었다. 김치전, 배추전, 떡볶이, 어묵, 소떡소떡, 한살림계란빵, 비빔밥, 내린 커피, 남원 막걸리 등이 있었고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비닐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집에서 그릇을 준비해오도록 했는데 미처 가져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그릇을 빌려주는 코너를 운영했다.

모든 코너가 손 쉴 새 없이 바빴지만 특히 아이들이 가장 길게 줄을 선 곳은 소떡소떡코너였다. 꼬챙이에 작은 소세지와 가래떡을 차례로 끼어서 기름에 구워주는 것으로 냄새가 너무 유혹적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두 번째로 줄이 긴 곳은 한살림계란빵 파는 코너였는데 계란빵 굽는 기계에 빵을 굽는 시간이 너무 길어 기다리는 사람들의 애를 태웠다.

즐길거리로는 그림책 파는 곳, 그림책 만들기, 새끼 꼬아 긴줄넘기 하기, 커다란 윷놀이, 쥬스 빨리 마시기, 옛이야기 듣기 등 있었는데 모든 코너에 아이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즐거워했다.

어른들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고르고 샀으며, 새끼 꼬는 코너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의 흉내를 내어 제법 모양새를 갖춘 새끼를 꼬았고 그것으로 긴줄넘기를 하며 아주 즐거워 했는데 필자도 새끼꼬기에 참여하여 고무장갑을 상품으로 받았다.

윷놀이 코너에서는 가족끼리의 대항으로 환호가 여러 번 터져 나왔다. 마당 한가운데에서는 아이들을 둘러앉게 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도 있었는데 주변의 소음이 심해 아이들이 집중하는 데 약간의 애로가 있었다.

그 외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 파는 코너에서는 고춧가루, 누룽지, 들기름, 가래떡, 떡국떡, 가을무, 호박 등이 나와 있었다. 누룽지와 가래떡을 몽땅 사서 나를 찾아온 손님들께 선물로 주었더니 매우 기뻐했다.

여우네도서관 축제는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 모두가 즐거운 축제, 모두가 만족하는 축제, 어른과 아이, 주민이 함께 하는 축제, 음식물 쓰레기가 안 생기는 축제, 일회용 안 쓰는 축제, 돈이 조금 드는 축제였다고 생각되었는데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축제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리라!

<전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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