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몸을 이롭게 하고 가문을 바르게 하는 공부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몸을 이롭게 하고 가문을 바르게 하는 공부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11.29 14:01
  • 호수 9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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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사람을 보면 그와 같이 되기를 생각하고<견현사제언見賢思齊焉> 어질지 못한 사람을 보면 스스로 성찰한다.<견불현이내자성야見不賢而內自省也> 논어 이인里仁편의 이 문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린이들에게 곧잘 해주는 말로 말미에 풀어 말하길 어려서는 마음 속에 성인을 본받을 본보기를 간직해야 하고, 자라면서 훌륭한 현자를 기준으로 삼고, 천지자연을 벗으로 삼아 공부하면서 옛 사람의 책典籍을 통해서 좋은 사상이나 품성을 가꿀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나온 고사가 자성自省이다.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보며 반성한다는 말이다. 주희朱熹는 자성의 목적을 사서四書 집주集註에서 좀 더 쉽게 풀어낸다. 날마다 자신을 살펴 스스로를 반성하며 허물이 있으면 고치고 없다면 더욱 공부에 힘쓴다.<日省其身 有則改之 无則加勉>

이 말은 주자 이후 은율로 대표되는데 논어에는 은율에 속하는 말이 이 외에 하나 더 있다.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으로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말은 논어 안연편과 위령공편에 장장 두 번이나 반복될 정도로 공자께서 꽤나 심혈을 기울여 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당시 황제를 제외한 그 누구도 황색黃色을 쓸 수가 없다. 황색은 황제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세깨나 하는 집안에서는 영서 혹은 담장 안쪽에 은으로 글자를 새겨서 넣는데,<참고로 조선시대에는 이소자청以素字靑이라 하여 흰 바탕에 청색으로 경책이 되는 글자를 써서 벽기둥에 걸어놓는다> 공부하는 자녀가 있는 집안에서는 견현사제언見賢思齊焉 견불현이내자성야見不賢而內自省也의 문장을 쓰고 자녀가 관료로 출사한 집안에서는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을 씀으로 해서 경책을 삼는다. 이에 은으로 각자했다 하여 은율이라 한다.

이와 대비되는 말로 황금율이라는 게 있는데 예수가 활동하던 로마시대에 통치자 가이사는 젊은 예수의 말에 꽤 호감을 갖고 있었던 모양이다. 예수가 했던 말 중에 하나,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경구를 황금으로 써서 거실 벽면에 붙여놓았다 한다. 마루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아들에게 쓴 편지 서양의 논어라 불리는 의무론을 쓰면서 별지에 이 문장을 황금으로 썼다하여 오늘날 성경의 황금률이라 전한다.

세상에는 삼율三律이 전하는데 성경 속 예수의 황금율과 유학 속 공자의 은율과 불가 속 석가의 금사율金寫律이 그것이다. 이러한 삼율이 주는 의미는 자신의 몸을 닦고 덕을 기르는 수양 공부의 책심責心으로 삼았다는 말이다. 곧 맹자 양혜왕편 초두의 하필왈리何必曰利에서 읽을 수 있듯이 공부의 목적이 어찌 돈에 국한 될 수 있겠으며, 공부의 끝이 어찌 남을 누르고 오직 나만 더 잘돼야 함에 국한될 수 있으랴. 인성을 함양하는 도덕적인 수양의 문제인 것이다. 세 사람이 같이 가면 그 중 하나쯤에는 반드시 내가 본받을 만한 스승이 있다. 그중에 착함은 따르고, 나쁨에는 그 행동을 보고 고친다<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而改之.논어·술이述而>

여기서 착함을 따른다는 택선이종擇善而從어진 사람을 보면 그와 같이 되기를 생각한다는 견현사제見賢思齊이고 또 나쁨을 보면 가려 그 행동을 고친다는 불선자이개지不善者而改之는 어질지 못한 사람을 보면 스스로 성찰한다는 견불현이내자성見不賢而內自省과 같은 결이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나의 단점을 고치는 데 쓰고 타인의 잘못을 반면 교사 삼아 나 또한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함이다.

어려서 부모가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말 속에는 바로 이와 같은 평범한 인성의 벼리가 내함 되어있는 것이다.

시경詩經에 이런 경책이 있다. 나무에 열매가 많으면 그 가지는 부러지게 되어 있다.<목실번자피기지木實繁者披其枝> 그 가지가 부러지면 결국에는 근본을 해치게 된다는 말이다.<피기지자상기심披其枝者傷其心> 여몽정의 말처럼 공부란 몸을 이롭게 하고 가문을 바르게 함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다<利身正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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