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업계 핵재앙 은폐 급급…“올림픽 열리면 세계표준 될 것”
핵산업계 핵재앙 은폐 급급…“올림픽 열리면 세계표준 될 것”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0.01.10 15:20
  • 호수 9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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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은 역사상 최대·최후의 눈가리개…용납할 수 없다”

일본정부 부흥책, 원자력 산업의 금전적 이익 보호에 집중

격월간지 <녹색평론> 20201-2월호에는 핵 재앙을 맞고 있는 일본 동부지역과 그곳에서 올해 치르는 도쿄올림픽에 대해 다룬 글 세 편을 싣고 있다. 미국의 시민단체 페어윈즈에서 일하는 아니 건더슨의 글과, 도쿄에서 태어나 살다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 이후 서부 지방으로 이주해서 사는 시모사와 요코, 토쿄 태생으로 도쿄에서 생활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서쪽지방으로 이주해 후쿠시마 피난민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소노 료타의 글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에 문을 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대표하는 국제 핵 세력이 도쿄올림픽을 이용해 방사능 피해를 감추려 하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이 글들의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도쿄올림픽과 핵재앙, 일본정부가 숨기는 진실

▲동토차수벽 조감도. 실패로 끝났다.
▲동토차수벽 조감도. 실패로 끝났다.

아니 건더슨은 일본의 일부 지역은 다시 부유(浮遊)하고 다시 비산(飛散)하면서 이동하고 있는 방사능 때문에 영구적으로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원자력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핵산업계에서 중요한 위치까지 올랐다가, 스리마일 사고로 내부고발을 하며 탈핵으로 돌아서 부인인 매기 건더슨과 함께 원자력 안전 문제를 다루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으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두 차례 일본을 방문했다.

3기의 원자로가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어떤 상태인가. 아니 건더슨은 이렇게 쓰고 있다.

도쿄전력은 일본의 일반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멜트다운이라는 말의 사용을 금지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쓰나미 발생 이후 첫주 동안 각 호기의 용해된 노심이 두께 약 15cm의 강철로 된 원자로를 녹여 떨어뜨려 타게 만들고, 격납용기 밑바닥의 콘크리트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지금 지하수와 직접 접촉한 상태로 누워있다는 사실이다. 원자로 내부에서 연소에 의해 생겨난 다공질의 잔해물들이 조잡한 비디오 화면에 포착되었을 뿐, 이들을 제거하거나 더 이상의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한 조치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원자로의 지하를 굴착, 갱도를 건설하여 굳어버린 잔해물들을 수집한다는 지하열차 등의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그러한 계획이 실현되려면 수십년이 걸린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현장이 40년 내에 완전히 제염되고 폐로가 완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방사성동위원소 중에는 300년 동안 사고 현장과 주변 환경을 넘어서 확산되는 것도 있고 확산이 25만년 동안 계속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바위층까지 폭 2m의 깊은 구덩이를 파서 거기에 제올라이트라는 자연적인 화산성 물질로 채울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제올라이트는 방사성동위원소를 흡착하는 성능이 우수해 구덩이 안쪽에 있는 것은 전부 그 안쪽에 머물게 되고 바깥쪽은 더 이상 오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프로젝트에 100억달러가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아니 건더슨은 방사능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본정부의 부흥책은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원자력 관련산업의 금전적 이익을 보호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베정권에게는 하타치, 도시바, 도쿄전력 등 원전 관련 기업의 존속이 16만명의 원전사고 피해자의 생존이나 일본의 농업과 수산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일본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반인의 연간 피폭량의 기준을 종래의 20(20mSv)로 인상하고 피난민들이 본래 자신들의 주거지로 귀환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20배 높은 피폭을 감수하라는 것이다.

올림픽 소프트볼 6개와 야구경기 하나가 후쿠시마에서 열릴 예정이다. 올림픽 성화 릴레이도 이곳에서 출발한다. 2013년 후반기에 일본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일부 위원들을 매수해 도쿄가 이스탄불과 마드리드를 제치고 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 된 도쿄

2013년 여름 2020년 올림픽 개최지가 도쿄로 결정이 났을 때 시모사와 요코는 도쿄에 살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아베총리가 양 팔을 벌린 채 상황은 통제되고 있고 도쿄에는 어떤 악영향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거침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때 요코의 곁에는 몸의 균형이 무너져 건강을 잃어가고 있는 딸이 있었다.

원전에 대해 무지했던 그녀는 눈을 떠서 정보를 모은 책을 읽고 이것저것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은 안전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라며 웃으며 말하는 아베총리의 말은 상식이 되어 있었다.

확신이 없었다. 설마 방사능 피폭 때문에? 도쿄에서? 그 무렵 간토지방에서 유일하게 피폭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어온 의사 미타 시게루를 만나게 되었다. 건강상태가 나쁜 아기가 서 일본 등 오염이 없는 장소로 거주지를 옮기면 아이에 따라서는 눈에 띄게 원기를 되찾고 혈액의 수치가 급격히 개선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남편의 본가가 있는 도야마(富山)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던 딸은 도보로 15분이 걸리는 바다까지 걸어가 헤엄을 쳤다. 그러나 도쿄로 돌아오면 또 나빠졌다. 빠르면 돌아오는 그날 밤부터 나빠졌다.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이 다가옴에 따라 그는 기분 나쁜 감정에 휩싸여 있다. “이 올림픽은 역사상 최대, 최후의 눈가리개이다. 아이들이 원기있게 웃는 얼굴로 뛰어노는 내일을 되찾기 위해 어른들이 서로 손잡고 힘을 합해야 한다. 나는 이 올림픽을 용납할 수 없다.”고 외치고 있다.

나는 도쿄올림픽을 반대한다

▲신축한 도쿄 주올림픽경기장
▲신축한 도쿄 주올림픽경기장

소노 료타는 도쿄에서 태어나 자랐고 2002년부터 젊은 세대의 반전, 반차별, 노동운동 등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원전사고 직후부터 도쿄전력 앞 행동운동을 개시하여 몇 차례 부당하게 체포되면서도 활동을 계속했다. 그러다가 2015년 여름에 심장 부정맥을 일으켜 몇 번이나 쓰러져 침상생활을 하면서 방사능 피폭을 의심했다. 가족과 동료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2016년말 오사카로 이주했다.

그후 심신은 회복되어 부정맥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간사이(關西) 지방으로 피난온 사람들과 함께 ‘Go West, Come West! 3.11 도호쿠·간토 방사능오염으로부터의 피난민과 동료들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피폭 피해를 호소하고 피난정책을 요구하는 집회와 데모를 전개해오고 있다.

그는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기 전부터 일본정부와 IAEA부흥·귀환정책을 내걸고 피난민의 존재와 방사능 피해를 금기시해왔다세계 굴지의 인구 밀집지 가까운 곳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나도 사람들은 여전히 거주하고 있고, 올림픽도 가능하다는 점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미증유의 핵재해가 일어났으므로 일본과 세계는 이제 핵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되어 미증유의 파시즘과 살육상황이 전개되고 말았다. 도쿄올림픽이 개최되면 이런 상황이 버젓이 세계의 표준이 될 것이라며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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