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총독의 콧수염
■ 모시장터 / 총독의 콧수염
  • 뉴스서천
  • 승인 2020.01.22 17:15
  • 호수 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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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복 칼럼위원
권기복 칼럼위원

지난 35년간의 일제강점기(1910. 08. 29 ~ 1945. 08. 15)에 한반도의 통치자는 조선총독이었다. 실질적으로 조선총독은 1910101일부터 1945928일까지 유지되었으며, 데라우치 마사타케부터 아베 노부유키까지 9명이 9대에 거쳐 한반도를 통치하였다. 그들은 한반도의 사법과 행정은 물론 군사권까지 장악한 무소불위의 권력자였으며, 모두 일본 육해군 대장 출신이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 콧수염을 길렀다. 콧수염을 기르고 안 기르고는 개인의 취향에 속하는 것이겠지만, 조선총독인 자마다 한결같았다. 그러다보니 그들의 콧수염이 한반도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대표적인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지금도 일제강점기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연극무대에서 강압적인 일본인 역을 맡은 사람이면 으레 콧수염을 붙인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한국인의 의식 속에는 콧수염에 대한 증오심이 켜켜이 쌓여있다.

콧수염을 멋있게(?) 기른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대통령이 남북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신년사에 제시한 대북 개별관광과 관련하여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그는 미국 태평양군사령부 사령관을 거쳐 2018년에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하였다. 그는 주일 미군으로 근무하던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의 발언 이후 청와대와 통일부는 남북협력과 관련한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된다.”고 반발하였으며, 일부 정가에서는 그가 조선총독이냐?”는 거센 항의 발언이 나오기도 하였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해 9종북좌파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지소미아 종료 발표에 대해 실망했다며 일방적으로 일본을 두둔해 한국 여론을 자극하기도 하였다. 또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국회 정보위원장을 불러 “50억 달러를 내야 한다.”고 강압적인 요구를 하였다.

그의 일련의 언행은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 발언에 대해 대사가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무도한 짓이다.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자국 대사 옹호 발언도 우방국답지 못한 처사임에 틀림없다. 미국 언론들의 콧수염 대사에 대한 거부감 비판이나 일본계 미국인으로 보는 것을 인종차별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일방적으로 한국 사회를 매도하는 행위는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였다.

개인 간에 서로 우의를 돈독히 하려면 상대방의 정서를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로 비난하고 핀잔하는 사이라면 우의를 다질 수가 없다. 국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진정 한국과 미국이 돈독한 동맹국이고, 우방국 사이라면 상대국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서로 간에 문화와 역사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저들이 우리를 이해 못할 사안이 있는 것이고, 우리가 저들을 이해 못할 사안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근현대사에서 미국은 우리들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수문장이고, 가장 믿음직한 우방국으로 각인되어 있다. 한국의 독립에 절대적인 도움을 준 나라, 6.25 전쟁 때 수많은 젊은 피를 흘리며 지켜준 나라,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밀어준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기에 한국 사람이라면 3살짜리 어린 아이도 미국을 알고 있다. 아마 미국이 20세기 중반의 한국 상황에 처한다면 우리도 아낌없이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아우성이 방방곡곡에 메아리 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 정부와 요인들의 언행은 만정을 떨어뜨리게 하고 있다. 때로는 우리가 정당한 주권을 가진 자주국가인가를 되묻게 만들고 있다. 그러니 주한 미국 대사가 조선총독이냐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자주국방과 자주외교를 바탕으로 당당한 자주국가로 일어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歷史)를 남겨주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해리스 대사에게 한마디만 던진다. 콧수염을 기르는 것은 개개인의 취향인 만큼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다만 총독의 콧수염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권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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