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29)끝까지 남겨 두는 그 마음- 나태주 작
■ 청소년을 위한 책소개 (29)끝까지 남겨 두는 그 마음- 나태주 작
  • 문영 작가
  • 승인 2020.02.12 16:43
  • 호수 9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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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자신이 필사한 시와 그림을 편집한 책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은 나태주 시인의 필사시집이다. 다른 사람의 시를 필사한다는 것은 시를 쓴 사람의 마음에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다른 이의 시를 필사하여 읽고 또 읽으면 시인과 같은 마음이 되고, 좋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자신도 그렇게 시와 가까워졌고, 시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아름다운 시를 예쁘게 써서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즈음은 그런 사람이 많지 않을 듯 싶다. 좋다 싶으면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저장하는 경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손으로 직접 쓰는 것과 사진으로 찍어두는 것은 다르다. 사진파일 속에 들어있는 시를 다시 읽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이런 때 시인의 시가 사랑받는 첫째 이유는 짧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의 끝까지 남겨두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이지 싶다. 보고 싶고, 많이 생각이 나면서도 사랑한다는 말을 아껴두는 것은 사랑이 크기 때문이며, 상대에 대한 존중이고 배려일 것이다.

아름다운 시와 작가 자신의 그림, 필사한 시를 편집하여 아름다운 시화전의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시의 제목을 세로로 인쇄해 넣어서 무거운 제목으로 시의 머리를 누르지 않고 시원하게 열린 느낌이라서 좋았다. 좋은 시가 여러 편 수록되어있지만 그중에 나에게 다가오는 시 몇 편을 골라 옮겨 적는 것으로 책에 대한 소개를 하려한다.

오래/보고 싶었다.// 오래/만나지 못했다.// 잘 있노라니/그것만 고마웠다.//(안부 전문).

날마다 맞이하는 날이지만/오늘이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고//지금 하는 일이/가장 일이라 생각하고//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여기고//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인생 하루하루는/최고의 인생이 될 것이다.//(최고의 인생 전문)

이시의 각 연은 생각하고, 여기고, 생각한다면 으로 끝난다. ‘비록 아니더라도를 내포한 말이다.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 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그리고/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닙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새해 인사 전문)

마지막으로 시인이 필사한 사진을 곁들인 행복을 옮겨 본다. 저녁 때/돌아갈 집이 잇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행복 전문). 얼마나 소박한 행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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