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암(癌)에 걸린 세계, 선택이 남았을 뿐
■ 모시장터 / 암(癌)에 걸린 세계, 선택이 남았을 뿐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0.06.10 19:33
  • 호수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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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진정한 21세기가 석 달 전에 시작됐다.’ ‘우리는 다시 지난 세기로 돌아갈 수 없다.’ ‘지난해까지의 세계질서는 잊어라.’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면서 나오고 있는 말들이다. 세계적 석학들, 철학자들만 하는 말이 아니다. 가장 돈을 많이 번 부자들도 자신들의 삶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세태의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나름으로 미래에 대한 통찰력도 있다.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인 미국의 빌 게이츠는 5년 전부터 세계문명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군사충돌이 아닌 세기적 전염병(질병)일 것이라고 예고해 왔다. 그는 진즉 마이크로소프트 사업의 경영을 후진들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게이츠재단을 통해 가난한 나라들의 보건 방역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 최근의 미디어 인터뷰에서 코로나 19에 대해 내 일생에서 가장 큰 위기일 뿐 아니라 우리 인류문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라고 단정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에도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코로나19는 일종의 정변(政變)이다. 세계적이고 세기적인 정변이다. 이것은 대체 무슨 사건이며,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가.

아주 단순하게 비유해 보자. 지금 인류의 상황은 자신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다하여 삶을 개척하고 성공도 거둔 어떤 사람이 갑자기 말기암을 발견하게 된 경우와 아주 유사하다. 그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많은 것을 이루어 성취감과 자부심도 충만하다. 조상세대처럼 하인을 부리지는 못하지만, 자동차 세탁기 청소기 컴퓨터 등등으로 삶의 편의를 구현했고, 해마다 한번쯤은 비행기로 여행하며 즐길 줄도 안다. 조상세대들은 일 년에 서너 번 겨우 맛보던 고기와 생선을 거의 날마다 한 번씩은 먹을 수 있는 풍요를 이루었다.

그런데 하필 목표를 거의 다 이루어가던 어느 날, 갑자기 중증의 폐암이 드러난 것이다. ‘앞으로 계속 생존할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말도 듣는다. 그의 삶은 갑자기 일시 정지상태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인류가 맞고 있는 코로나19의 성격이 그러하다. 오만할 정도로 질주하던 인류의 삶과 문명이 세기적 전염병으로 급정지가 되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살죠?”

많은 사람들이 묻고 있지만, 그 답은 사실 인류 스스로가 모르고 있지 않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부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은 평생 모든 재산을 다 쏟아 부어 암에 저항하다가 죽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동안 삶의 태도를 바꾸어 더 이상의 투쟁을 멈추고 자연으로 돌아가거나 겸손하게 사유하는 삶을 살다가 가기도 한다. 두 죽음의 모습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느 쪽이 상대적으로 더 오래 살아남는가, 굳이 따지자면 대체로 삶의 태도를 바꾼 쪽에서 좀 더 많이 발견된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암이 저절로 소멸하거나 암이 있지만 큰 지장 없이 자기 수명까지 장수하는 경우도 꽤 많다.

많은 석학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생존은 인류 스스로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앞만 보고 달리며 점점 크게 점점 높이 점점 빠르게 점점 많이라는 목표밖에 알지 못하던 삶으로부터 돌아서는 것은 누가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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