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 16지 중 7개지 번역·출간
‘임원경제지’ 16지 중 7개지 번역·출간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1.06 19:53
  • 호수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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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농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보 담은 생활과학서
▲번역 출간된 '정조지' 표지
▲번역 출간된 '정조지' 표지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저술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는 총 11352책으로 구성된 방대한 양의 백과사전이다. 이 책은 농촌(임원)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와 지식을 담은 생활과학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해동농서(海東農書)>를 지은 서호수의 아들인 서유구는 약 36년 동안(1806-1842) 이 책을 저술해 필사본으로 남겼는데 원본은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유일본이 소장되어 있고, 광복 전에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사본(轉寫本)이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괘지(罫紙)에 쓴 저자의 가장원본(家藏原本)은 일본 오사카(大阪)의 부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영인본으로는 1966년에 서울대학교에서 고전총서로 간행된 것이 있다.

16개의 분야로 구성되는 이 책은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또는 <임원경제십육지>라고도 불리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리지(本利志, 113)밭 갈고 씨 뿌리며 거두어들이기까지의 농사 일반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다. 전제(田制), 수리(水利), 토양지질, 농업지리와 농업기상, 농지개간과 경작법, 비료와 종자의 선택, 종자의 저장과 파종, 각종 곡물의 재배와 그 명칭의 고증, 곡물에 대한 재해와 그 예방, 농가월령(農家月令), 농기도보(農器圖譜), 관개도보(灌漑圖譜) 등에 걸쳐 서술했다.

관휴지(灌畦志, 1417)식용식물과 약용식물을 다루고 있다. 각종 산나물과 해초·소채·약초 등에 대한 명칭의 고증, 파종시기와 종류 및 재배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예원지(藝畹志, 1822)화훼류의 일반적 재배법과 50여 종의 화훼 명칭의 고증, 토양, 재배시기, 재배법 등에 대하여 풀이하고 있다.

만학지(晩學志, 2327)31종의 과실류와 15종의 과류(瓜類), 25종의 목류(木類), 그 밖의 초목 잡류에 이르기까지 그 품종과 재배법 및 벌목수장법 등을 설명하였다.

전공지(展功志, 2832)뽕나무 재배를 비롯해 옷감과 직조 및 염색 등 피복재료학에 관한 논저이다.

위선지(魏鮮志, 3336)여러 가지 자연현상을 보고 기상을 예측하는 이른바 점후적(占候的) 농업기상과 그와 관련된 점성적인 천문관측을 논하였다.

전어지(佃漁志, 3740)가축과 야생동물 및 어류를 다룬 논저로서, 가축의 사육과 질병치료, 여러 가지 사냥법, 그리고 고기를 잡는 여러 가지 방법과 어구(漁具)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정조지(鼎俎志, 4147)식감촬요(食鑑撮要)는 각종 식품에 대한 주목할 만한 의약학적 논저와, 영양식으로 각종 음식과 조미료 및 술 등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였다.

섬용지(贍用志, 4851)가옥의 영조(營造)와 건축기술, 도량형기구와 각종 공작기구, 기재·복식·실내장식·생활기구와 교통수단 등에 관해서 중국식과 조선식을 비교해 우리나라 가정의 생활과학 일반을 다루고 있다.

보양지(葆養志, 5259)도가적(道家的) 양성론을 편 논저로, 불로장생의 신선술(神仙術)과 상통하는 식이요법과 정신수도를 논하고, 아울러 육아법과 계절에 따른 섭생법을 양생월령표(養生月令表)로 해설하였다.

인제지(仁濟志, 6087)(() 관계가 주로 다루어져 있으나 끝부분에는 구황(救荒) 관계가 다루어지고 260종의 구황식품이 열거되어 있다.

향례지(鄕禮志, 8890)지방에서 행해지는 관혼상제 및 일반 의식(儀式) 등에 관한 풀이이다.

유예지(遊藝志, 9198)선비들의 독서법 등을 비롯한 취향을 기르는 각종 기예를 풀이한 부분이다.

이운지(怡雲志, 99106)선비들의 취미생활에 관해 서술한 것이다.

상택지(相宅志, 107·108)우리 나라 지리 전반을 다룬 것이다.

예규지(倪圭志, 109113)조선의 사회경제를 다룬 것으로 양입위출(量入爲出절생(節省계금(戒禁비예(備豫) 등을 다룬 것과 무역이나 치산(置産) 등을 다룬 화식(貨殖) 등이 논술되어 있다.<위키 백과>

▲책 내용. 한문 원문과 주석, 원색의 그림이 있다.
▲책 내용. 한문 원문과 주석, 원색의 그림이 있다.

이 책은 <농사직설> <동의보감> <산림경제> <택리지> <고사촬요><고사신서 攷事新書> <과농소초 課農小抄>로 이어지는 종래의 조선 농학과 박물학의 체계 위에, 800여 종의 문헌을 참고하여 이를 확대 발전시켜 중국과 우리나라 생물과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집대성한 새로운 백과전서적 박물학서로 평가받고 있다.

2003년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한 풍석문화재단(풍석은 서유구의 아호)은 그동안 16지 가운데 <섬용지> <유예지> <상택지> <예규지> <이운지> <정조지> <보양지> 7개지를 완역, 출간했다. 번역이 완료되는 대로 나머지도 출간할 예정이다. 번역에 참여한 학자들은 임원경제연구소의 정정기, 최시남, 정명현, 민철기, 김현진, 김수연, 강민우, 김광명, 김용미 등이다.

지난해 출간한 <정조지>를 살펴보았다. 정은 솥을, 조는 도마를 말하며 각종 음식과 조미료 및 술 등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설명했다. 우측의 한문 원문과 함께 하단에 상세한 주석을 실었고, 원색의 사진과 그림을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어 초심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책의 서두는 로 시작한다. ‘물에 대한 총론’<總水>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하늘은 사람을 낳아 물과 곡식으로 기른다. 그러므로 몸에 물이 없으면 영혈(榮血)이 흩어지고 곡기가 없으면 위기가 사라진다라고 했다. “물이 경락에 들어가야 피가 생겨나고 곡식이 위장에 들어가야 맥도(脈道)가 운행한다라고 했으니, 물이 사람에게 또한 어찌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체격이 장대함과 왜소함이 있고 수명에 길고 짧음이 있는 이유는 대부분 태어난 곳의 물과 흙에서 받는 자양분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남쪽 지역과 북쪽 지역에서 검증해보면 물과 흙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식성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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