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1) / 하굿둑으로 궤멸된 수산업
■ 기획연재(1) / 하굿둑으로 궤멸된 수산업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1.06 20:05
  • 호수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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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군산시의 번영은 수산업이 주도…수산자원 되살려야

하굿둑 막히며 기수역 어종 사라져…김 양식장에도 피해
▲금강하굿둑
▲금강하굿둑

지난 달 24일 서천군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201222일 군산시와 군산-서천 지역상생협력 기본협약을 체결했으며 금강하구 준설토 투기로 생겨난 금란도와 연계한 장항항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한덕수 기획감사실장은 금강하굿둑 개방을 우선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농업용수를 위한 취수장을 상류로 이전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며 하굿둑 개방 문제는 논의에서 제외됐음을 밝혔다. 이는 군산시가 그동안 하굿둑 개방을 반대하며 주장한 논리였다. 반면에 서천군은 20117월에 금강 하구역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대토론회, 201210월에는 ‘3대강 하굿둑 해수유통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하굿둑 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했으며, 연구용역을 실시해 단계적 부분 개방을 수치모델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서천군의 입장 변화를 드러낸 협약 체결에는 해양수산부와 충남 도지사, 전북 도지사가 함께 했다. 이에 그동안 서천군이 주장했던 하굿둑 해수유통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무엇이 미래세대를 위한 일임을 밝히고자 한다.

잘못 설치된 어도

2011722일 문예의전당 대강당에서 금강비전기획위원회(위원장 허재영 교수)의 주최로 금강 하구역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강과 바다가 하굿둑으로 인해 단절돼 수산업의 궤멸을 초래했다는 점이 집중 조명됐다.

19834월에 착공하여 199010월에 완공한 금강 하굿둑은 총연장 1841m로 방조제 1127m, 20련의 배수갑문 714m이며 총 담수량은 13800만톤이다.

이 같은 하굿둑으로 인해 기수역을 오가며 살아가는 우여, 뱀장어, 참게, 황복, 등 수많은 기수역 어종이 사라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어도 설치에 문제가 있음도 지적됐다. 금강하굿둑 어도 설계에 참여했던 토론자는 어도는 보통 제방 길이의 1~15% 범주에서 설치한다. 금강하굿둑 길이는 1.8km인데 어도는 8m0.48%에 불과하다며 본래 유심이 장항쪽이 더 깊어 장항쪽에도 어도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수갑문의 본래 폭도 800m였으나 30m짜리 20600m로 줄었다. 장항쪽에 배수갑문과 어도 추가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식장 황폐화

기수역 파괴와 함께 김 양식장의 황폐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1481년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낙동강 하구의 하동, 섬진강 하구의 광양, 금강하구의 서천은 우리나라 3대 김산지로 서천 김의 역사는 5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1998년 일본 아리아케해에서 김양식의 가장 중요한 생산저해 요인이 김엽체 탈색화였다. 2000년부터 김양식의 황백화 현상이 나타났으며 탈색된 김이 본래의 색소체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우 등에 의한 영양염류가 해수에 공급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서천군 해역에서의 김 황백화 현상의 원인은 부분적으로 서천 김양식장의 엽체가 황백색으로 탈색, 활력이 낮고 황백화 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비대하여 김 엽체가 생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양식 김의 최적 생장시기에 나타나는 황백화는 영양염, 특히 질소 성분 부족 때문이다.

이 같은 김양식장의 황폐화는 육상에서 내려오는 영양염류가 하굿둑으로 인해 차단됐기 때문이다. 서천 김양식장에서 영양염 부족으로 거의 매년 황백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김 양식장에서는 영양제 처리, 시비 등의 영양염류 공급을 위한 조치를 하고 있다.

천만금 안기던 실뱀장어

▲금강하구 실뱀장어잡이 어선
▲금강하구 실뱀장어잡이 어선

필리핀 동쪽이자 괌 서쪽,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 근처에서 알에서 깨어난 뱀장어는 물위로 떠올라 긴 여행을 시작한다. 동에서 서로 흐르는 북적도해류를 타고 서쪽으로 떠가다가 다시 북쪽으로 흐르는 쿠로시오 해류를 만나 동아시아로 방향을 잡는다. 이때 자칫 해류를 잘못 타면 다시 열대로 가기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알에서 깨면 물에 뜨기 좋도록 댓잎처럼 넓적한 댓잎뱀장어이지만 강 하구에 도달하면 몸이 원통형으로 바뀐 투명한 실뱀장어가 된다. 이 때 어민들은 이를 잡아 양식장으로 넘긴다. 강 하구에서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몸이 검은빛으로 바뀌어 어엿한 뱀장어가 되는데 역류하는 밀물을 따라 상류로 올라간다. 그러나 대부분 하굿둑으로 막힌 한국의 강들은 이러한 뱀장어의 상류 진출을 차단한다. 홍수 때 배수갑문을 연 틈을 타 용케 몇 마리가 위로 거슬러 올라가 작은 물고기나 곤충 등을 잡아먹으며 개울의 왕으로 군림한다.

6년쯤 낚시나 그물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으면 몸은 등과 배에 노란빛을 띠어 황뱀장어라 부른다. 그러나 실뱀장어 상태로 양식장에서만 자란 것은 등이 검고 배는 하얗다. 다 자란 뱀장어는 다시 알을 낳기 위해 이동을 시작한다. 강을 따라 내려가다 강 하구 기수역에서 두세 달 머물며 바닷물 적응 훈련을 하는데 준비가 끝나면 피부는 은빛으로 바뀌고 깊은 바다의 장거리 항해에 맞도록 눈과 가슴지느러미가 커진다. 6개월간에 걸쳐 3000가량 떨어진 산란장으로 가는 동안 오직 감각과 본능에 의지한다. 낮에는 천적을 피해 수심 500~900m의 꽤 깊은 곳을 헤엄치다 해가 지면 수심 100~300m의 비교적 얕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굿둑이 생기면서 어민들에게 큰 소득을 안겨주던 뱀장어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실뱀장어도 포획량이 해마다 줄어들어 이제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저 하굿둑을 터야 혀. 알 낳으러 가는 뱀장어가 없는디 실뱀장어가 잡히겄어?”

사라진 우여

▲우여
▲우여

금강하류 지역에서 어장은 3월 중순경에 시작하여 11월초기까지 이어졌다. 금강 하구는 해수와 담수가 혼합되어 대체로 염분은 저염이고 육지에서 공급되는 영양염류가 많아 고기들의 먹이가 되는 부유생물의 서식에 적합했다. 또한 저염이기 때문에 유어와 패류 서식에도 좋은 조건을 구비하고 있었으며 봄에 산란을 위해 회유해 들어오는 어족이 많아 우여, 황새기, 까치복 등 다양한 물고기가 포획되었다.

3월이 되면 화양면의 망월리, 옥포리, 와초리, 완포리, 용산리 포구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현재의 논은 대부분 우여가 알을 낳는 갈바탕이었다. 갈대는 금강하구에서 1차 생산자이다. 산란을 위해 우여가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인근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여 포획에 나섰다.

꽁댕이배라고 불리는 작은 무동력선을 이용해 조류를 따라 강을 오르내리며 포획을 하기도 했지만 배가 없어도 싸리나무나 대나무를 사용해 V자형으로 엮은 간단한 정치망인 개막이를 이용해 우여를 포획했다. 조류가 밀려오는 방향으로 입구를 벌려 놓고 썰물 때면 걸려든 우여를 거둬왔다.

우여는 쉽게 상하는 생선이다. 우여는 이를 담는 그릇인 우께를 장착한 지게에 얹혀 내륙으로 운송되었다. 주로 배를 이용해 강경장으로 냈지만 갓잡은 우여를 지게에 지고 수십리 길을 걸어 한산장, 마산장(신장), 판교장, 부여 홍산장에 내다 팔았다. 그곳 사람들이 와서 우여를 떼어가 팔기도 했다.

우여가 알을 낳는 갈대밭은 거의 사라졌지만 하굿둑이 개방돼 수위가 오르내리면 반 수중식물인 갈대도 어느 정도 되살아날 것이고 우여들도 이곳에 산란을 하기 위해 몰려들 것이다. 갈대 뿌리가 주된 먹이인 큰고니들도 몰려들 것이다.

수산업이 주도한 장항의 번영

▲토사퇴적으로 어항 기능을 상실한 장항항
▲토사퇴적으로 어항 기능을 상실한 장항항

장항은 남한에서 한강, 낙동강에 이어 3번째로 긴 강인 금강 하구에 자리 잡은 도시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장항의 옛 영화를 떠올리며 제련소를 말하고 있지만 일제 때 조선반도의 병참기지화 정책에서 출발한 제련소는 병든 땅 병든 몸을 남겼다. 장항의 번성을 가져온 것은 기수역이 가져온 풍부한 수산자원이었다. 이는 군산시도 마찬가지이다.

1983년 금강하굿둑 공사가 시작되며 장항의 인구가 줄고 있음을 통계자료가 말해주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장항항에는 토사가 쌓여갔다.

1994년 금강하굿둑 수문 폐쇄, 1996년 유부도에서부터 뻗어나간 7.1km의 도류제 완공, 2002년 군장산업단지 군산측 매립 완공, 200311km 새만금 4호방조제 완공, 200633km 새만금 방조제 완공. 금강하구를 둘러싼 자연 개조, 생태계 교란의 굵직한 문패들이다.
장항과 군산시를 위해 수산자원을 되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복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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