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존재하기에 내가 있다”
"주민이 존재하기에 내가 있다”
  • 최현옥
  • 승인 2002.04.11 00:00
  • 호수 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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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싼 종이에 향내 나듯 그녀의 향기는 늘 푸르른 죽향
환경보호과 홍경숙씨(36·마산면). 그녀를 보고 있으면 사군자 중 추운 겨울에도 그 푸름을 잃지 않는 절개의 대나무를 보고 있는 듯 하다. 14년의 공무원 생활 속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옆구리에 마패차고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암행어사처럼 서천군을 지키기 때문이다.
홍씨는 86년 마산면사무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94년 7급 군 전입고사를 거쳐 군청에서 근무를 시작,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처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당시 주위 공무원들의 권위적인 모습에 공공기관의 문턱을 낮추기로 결심하고 민원인을 한 가족처럼 대했다.
실제 87년 수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조사를 위해 발로 뛰는가 하면, 구제역 파동으로 축산농가가 어려움을 겪을 때 방제반을 편성하여 밤새워 방제활동을 했다. 지역경제과에 근무하면서 그녀의 대쪽같은 성품은 더 빛을 발해 눈감아주기 식의 업무 처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한 예로 95년 고용촉진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 일부 고용촉진훈련기관에서 학생들의 수강료 부당 청구가 있었다. 그녀는 훈련기관의 점검은 물론 일일이 학생들에게 전화로 출석여부를 확인하여 훈련비 부당 청구를 막고 예산절감을 이뤄냈다.
또한 계량기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리업자가 계량기 오차 여부 확인 과정에서 수년에 걸쳐 부정한 방법으로 오차 판정을 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그녀는 계량 및 측정을 직접 나섰고 밤에는 공차의 허용범위에 대한 법령을 공부하여 주민들이 권익을 찾도록 도왔다. 간혹 이런 홍씨를 회유하려는 업자들이 있었지만 결국 그녀의 절개와 청렴함에 절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라의 녹봉을 받는 사람으로 주민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그녀, 오히려 그 속에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그녀는 작년 10월부터 수도계에 근무하면서 주민과 직접 대면하는 일은 적어졌지만 항상 주민과 함께 하는 마음만은 잃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현재 군에서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공무원과 주민 사이에 불신이 커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공간 확보의 시급성을 느낀다.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던 2년 전 남호주 연수의 야간의회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대부분 의원들이 생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야간에 의회를 개원하며, 의원과 지역민이 한 자리에 모여 여러 조정 단계를 거쳐 최적안을 찾고 있었다. 또한 관할 의원은 토론 참여를 배제시킨다는 것.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지만 지역민과의 심사숙고 끝에 내려지는 결정이기에 협의된 사항은 철저히 지켜진다.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은 주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라는 그녀.
서천군 6백여명의 공무원이 홍씨와 같은 정체성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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