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소개 /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
■ 영화 소개 / 이준익 감독의 자산어보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4.22 01:26
  • 호수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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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흑산도에 유배된 정약전이 남긴 물고기의 족보

실학자로 잘 알려진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1783(정조 7) 사마시에 합격하고, 1790년 증광문과에 급제해 전적·병조좌랑 등을 역임했다.

당시 서양의 학문과 천주교 등의 사상을 접하고 있던 이벽(李檗) 등의 남인 인사들과 교유하고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자신도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천주교에 대해 관대했던 정조 임금이 죽고 노론 벽파가 정권을 잡자 원론적 입장에서 천주교와 남인을 탄압했다. 1801년에 신유사옥이 일어났다. 천주교에 관여했던 남인 인사와 교회를 이끌고 있던 인물들이 대거 체포되어 많은 인사가 옥사하거나 처형당했다. 신자 약 100명이 처형되고 400여 명이 유배됐다.

이 사건으로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된 정약전, 그는 이곳에서 물고기를 연구해 31. 필사본 <자산어보>를 남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결과였다.

자산은 흑산을 정약전이 고쳐 부른 이름인데 그는 <자산어보>를 쓰게 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흑산도 해중에는 어족이 극히 많으나 이름이 알려져 있는 것은 적어 박물자(博物者)가 마땅히 살펴야 할 바이다. 내가 섬사람들을 널리 심방하였다. 어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말을 하기 때문에 이를 좇을 수가 없었다. 섬 안에 장덕순(張德順, 일명 昌大)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두문사객(杜門謝客)하고 고서를 탐독하나 집안이 가난하여 서적이 많지 않은 탓으로 식견이 넓지 못하였다. 그러나 성품이 차분하고 정밀하여 초목과 조어(鳥魚)를 이목에 접하는 대로 모두 세찰(細察)하고 침사(沈思)하여 그 성리(性理)를 터득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말은 믿을 만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드디어 그를 맞아들여 연구하고 서차(序次)를 강구하여 책을 완성하였는데, 이름지어 <자산어보>라고 하였다. 곁들여 해금(海禽)과 해채(海菜)도 다루어 후인의 고험(考驗)에 도움이 되게 하였다

이러한 <자산어보>가 영화로 만들어져 장항 기벌포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호기심이 많았던 정약전은 그곳에서 바다생물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책을 쓰게 되었고 바다를 훤히 꿰뚫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죄인에게는 도움을 줄 수 없다며 거절한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는 정약전의 말에 창대는 홀로 글공부를 하다 난관에 봉착하게 되어 정약전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시간이 흐르며 서로 싸우다가도 점점 더 스승이자 서로의 벗이 되어간다.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대극의 대가이자 사도, 동주, 박열을 제작한 이준익 감독의 믿고 볼 수 있는 작품 자산어보는 우수한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서천 한산면 출신의 설경구와 변요한의 호흡이 완벽한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역사를 아주 쉽고 간단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해주며 다양한 메시지들을 뛰어난 영상미에 담아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는 평이다. 상영시간은 126분이며 12세 이상 관람할 수 있어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이며 정약전의 탐구정신을 학생들이 본받는다면 큰 소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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