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십년공부로 반전에 반전을 이룬 인물 송강 정철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십년공부로 반전에 반전을 이룬 인물 송강 정철
  • 송우영
  • 승인 2021.04.29 08:03
  • 호수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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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은 서울 태생으로 위로 누나 셋. 형 셋을 둔 막내이다. 그가 태어나기 3년 전에 큰누나가 인종의 후궁이 됐고 막내누이는 월산대군(성종의 형)의 손자인 계림군에게 출가한 탓에 집안이 그리 현달한 것은 아니지만 왕실과의 인척으로 상당한 부자로 살았고 왕궁 출입도 자유로워 두 살 위인 경원군 훗날 명종과는 어릴 적 친구 죽마고우로 지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송강나이 9세 되던 해 1545년 명종즉위년 명종 보위강화를 위한 을사사화로 집안은 적몰된다. 명종의 모친 문정왕후의 남동생 윤원형을 중심으로 소윤 세력이 인종의 모친 장경왕후의 오빠인 윤임을 중심으로 대윤 세력을 몰아내며 사달은 시작된다.

이로 인해 매형인 계림군이 역모 주모자로 몰리면서 정철의 부친과 당시 청요직인 이조정랑의 자리에 있던 맏형이 국문을 받게 됐고 주모자 계림군은 역모로 죽었으며 그의 가장 가까운 인척인 송강 집안은 유배지를 전전한다. 그리고 2년 뒤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을 비난하는 양재역 벽서사건이 터지면서 또 한번 송강의 집안은 유배지를 전전하게 된다.

한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역모에 준하는 사건에 연루되면 어지간한 집안은 후손 잇기가 쉽지않은데 악착같이 견뎌낸 게 송강의 아버지였다. 물론 유배중에 큰아들이 장독에 32세로 죽었음에도... 그렇게 하염없는 세월을 유배지를 전전하던 그에게 벼락같은 축복이 찾아오는데 1551년 훗날 선조가 되는 왕자 탄생에 따른 특별사면으로 송강 부친은 유배에서 해배된다. 이때 송강나이 16, 여기서 만난 인물이 사촌沙村 김윤제金允悌.

특이한 점은 송강이 스승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스승이 제자를 찾아온 것이다. 사촌이 송강을 보고 저 아이는 장차 큰 인물될 아이다라는 판단 하에 그만을 콕 택해서 공부를 가르쳤던 것이다.

사촌沙村 김윤제金允悌의 가르침은 독보적이다. 조선 시대 통털어서 맹자를 가장 맹자답게 이해한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도 사촌이 그 일인자일 것이다. 그것을 송강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맹자의 가르침이란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왕을 어떻게 다룰것인가이다. 왕정시대에 왕을 다룰줄 모른다면 언제 죽을지모르는 파리 목숨이란게 사촌의 생각이다. 이것을 제자 송강에게 가르쳤던 것이다. 이런 가르침은 정통 성리학에서는 하지않는다. 자칫 술수가 능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더 특이한 것은 사촌沙村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안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스승을 찾아다가 가르쳤던 것이다.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신하가 배워야 할 왕도정치. 그리고 국가행정이다. 그 외의 것은 자신이 몰라서도 가르칠수 없는 것이다. 작은 돈을 벌려면 재주가 있어야하고<소리득재小利得才> 큰 돈을 지키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국리영학國利盈學>는게 사촌의 생각이다. 요즘시대에 내놓아도 전혀 흠잡을데 없는 상당히 진보된 교육관이다.

이런 교육이 먹혔던 것은 초두에 밝혔듯이 송강이 살아온 인생의 굴곡에 있다. 그는 어린나이에 가문이 어떻게 멸절 되어가는지를 두눈 똑바로 뜨고 지켜본 인물이다. 10세 때 김안국金安國에게 소학小學을 배운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에게 소학 예법을. 퇴계문도 고봉高峯기대승奇大升에게서 주자 문장독법등을 배우게 함으로써 사촌沙村 김윤제金允悌는 자신이 모자라는 성리학의 궐문지학闕文之學<스승이 모르거나 잃어버린 부분을 보충하는 공부>들을 철저히 학습하게 했던 것이다. 친구를 사귐에도 당대 명유들 율곡 이이 우계 성혼 귀봉 송익필. 사문의 동생으로 백호 임제 등등이다. 여기다 한술 더 떠서 면앙정傘仰亭 송순宋純을 불러다가 가사를 전수하게 했으며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을 불러다가 한시를 가르치게 했다. 임억령은 조광조 사후 그의 제자를 거둬 학맥을 잇게 한 당대 문장가 박상朴祥의 문인이다. 더군다나 호남제일금湖南第一琴이라는 김성원까지 불러다가 거문고를 가르치게 했으니 10년 세월동안 송강정철은 평생 배워야할 공부를 다 배운 셈이다. 그리고 26세에 등과해서 27세에 출사를 한다. 그야말로 입지전적의 인물임에 분명하다. 어떤 스승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아들의 인생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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