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업에 희망을 달라’
‘우리농업에 희망을 달라’
  • 뉴스서천
  • 승인 2004.02.13 00:00
  • 호수 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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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협상 이후 지난 10년간 57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농업구조개선에 쏟아붓고도 우리농업은 한계상황에 도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가 부채 잔고는 1년 소득에 맞먹을 정도라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고 한다.
농업생산에 지나치게 편중된 정책방향을 답습함으로써 농정전환의 세계적 조류를 외면한 탓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UR농업협상은 주요 선진국의 농산물 과잉과 국제 농산물시장의 왜곡을 초래한 과도한 농업보호정책을 시장 지향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공동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에서 비롯됐다.
96년 미국의 농업법, 92년 EU의 공동농업정책 등은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시장지향적 정책방향을 추구했다고 한다.
이런점에서 UR협상 때 정부가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호언을 하고서도 이를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 농정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쌀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주식이었다.
70년대 초 쌀이 모자라 혼·분식을 장려하고 도시락 검사를 통해 혼식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학교는 교장을 징계까지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쌀 주요생산국이며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다. 그런 쌀이 요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연간 1인당 소비량도 2002년 기준 87㎏으로 10년전 1인당 110㎏에 비해 무려 23㎏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평균 83.2㎏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올해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들과 쌀 시장 개방 재협상을 하기로 약속한 해이다. 1994년 체결된 우루과이라운드협정에서 쌀 시장개방을 미루되 10년째 되는 해에 협상을 다시하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에 대해 3번째 처리를 시도했으나 또다시 실패했다. 국제 신임도는 갈수록 추락하고 농민은 농민대로 못살겠다는 절규를 들으면서 국회와 정부는 지금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국회의 어원인 Parliament(의회)는 고대 프랑스어에서 비롯됐다. 서로 만나 이야기한다는 뜻의 언어가 이야기하는 장소로 나아갔고 드디어 의회로 발전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 국회는 국정을 의논하고 나라의 장래를 염려하는 국회가 아니라 자신들의 비리는 감추고 상대방의 흠집만 부풀리는 전투장으로 변했다. 정치력은 자취를 감추고 언어폭력의 집합장소(Assembly)가 되고 만 셈이다.
FTA가 표류하고 있다. FTA가 세계적 추세라는 것을 모를 농민은 없다.
그러나 먼저 농민을 살릴 대책부터 세워 놓고 FTA를 추진했다면 농민들이 국회 앞에서 불을 질렀겠는가. 우리농업에 희망을 불어넣어줄 국회의원은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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