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뉴스서천
  • 승인 2004.02.13 00:00
  • 호수 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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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지인 한 분이 돌아가셨다. 1년전 쯤 뇌경색으로 쓰러졌다가 몇 달간 치료하여 거동이 자유로울 만큼 회복이 되었다. 병상에서 못보던 가족이 보고 싶어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자손들을 찾아다니며 그동안의 그리움과 쾌차된 즐거움을 나누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식사까지 마치고 서울에 있는 큰며느리와 통화를 하신 후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자손들은 갑작스럽게 떠나버린 어머니를 안타까워 하며 눈물을 흘렸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복된 죽음이라 위로하였다. 어머니의 유언대로 화장을 하기 위해 찾은 공동묘지에는 수천구의 묘가 빼곡했다. 예전에 공동묘지가 주던 스산함은 간데 없고 열을 맞춰 정돈된 묘지는 주위경관과 어우러져 공원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화장을 위해 시신이 뜨거운 불 속에 들어가자 그동안 울음을 참던 유가족들이 오열을 했다. 이제 보내야 한다는 생각, 이미 숨이 끊어졌음에도 뜨거운 불속에 어머니를 태워야 한다는 아픔이 보내는 이의 서러움과 눈물이 되었다.
시인 석지현의 글 “가슴은 왜 이렇게 타지 않는가”에서, 심장은 육체와 머리가 흔적도 없이 타없어지고 난 다음에도 두 시간이나 더 태워야 한다고 한다. 뼈마디를 다 녹이는 몇천 도의 불 속에서도 한갓 조그만 살덩이에 불과한 심장은 쉽게 타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살아가는 것이기에 한 사람의 평생은 그렇게 서서히 없어지는가 보다.
지혜로운 자는 초상집에서 교훈을 배우라는 말이 있다. 날마다 울며 슬퍼하라는 얘기가 아닌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현재의 나를 인지하며 오늘을 소중히 살라는 말이리라. 한 생명의 탄생이 너무 고귀하기에 그 신비함에 놀라고, 앞으로 엮어갈 그의 앞날을 축복하며 우리는 기뻐한다. 그러나 이제 돌아갈 그 곳을 향해 떠나는 이를 향해서 고통과 아픔의 삶을 애도하며, 뜨거운 심장으로 살았던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하여야 하기에 보내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사의 희비가 교차되는 이 자리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살아온 날 만큼은 살 수 있겠지 추측하지만 언제 돌아갈지 모르기에 허락된 하루를 뜨겁게 사랑하며 살고 싶다.
천상병 시인은 노래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우리는 돌아갈 곳이 있다. 이 곳은 잠시 우리가 머물러 있는 곳. 소풍나온 어린 아이의 해맑은 웃음으로 살다가. 가서 저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즐거운 곳이며,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오늘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만큼이라도 책임을 지는 삶이고 싶다.

<양선숙/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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