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충청지역 중고제 판소리
다시 주목받는 충청지역 중고제 판소리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1.07.29 17:37
  • 호수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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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명창 이동백·김창룡 낳은 서천…기념관 건립 절실
▲지난 21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박성환 명창의 적벽가 완창 공연. 고수 서용석
▲지난 21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박성환 명창의 적벽가 완창 공연. 고수 서용석

조선 중·후기에 불리기 시작한 판소리는 서민층에서부터 위로는 임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에 의해 사랑을 받으며 발전해 왔으며 일제 강점기에 탄압을 받기도 했으나 그 맥이 끊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1964년부터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로 지정되었으며 2013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970년대 이후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함께 그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흔히 판소리가 전라도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판소리의 발생지는 충청지역이다.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인 사재동(82) 박사는 <백제권 충남지방의 민속과 문학>(중앙인문사, 2006)이란 저서에서 광대의 전국적 조직의 본부가 충남에 위치해 있었고, 충청도(公淸道)의 재인이 그 조직체를 통할(統割)하는 도산주(都山主)와 도대방(都大房)의 소임을 맡았는가 하면, 충남지방에서 하한담·하한돌(목천최선달(홍성 결성만화·유진한·하은담·고수관(서산 해미송인영·임춘학(서천 한산이봉국·김난득·손훤출·염수·방만춘(서산 해미김성옥(논산 강경김제철·최낭청·송수철(청양정춘풍·김정근(논산 강경윤영석(당진 면천정흥순·최상준(서천 한산백점택(연기황호통(공주박상도·강재만(금산김석창·이동백(서천 종천김창룡(서천 장항김봉문(서산) 등 판소리계의 기라성 같은 인재(명창과 후견 문사)들이 많이 배출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판소리는 충남의 부여·공주·논산·연기·서산·서천·당진·금산·천안 목천에서 연원해 전개되었다고 주장했다.

판소리 전승지역은 전라도·충청도 서부와 경기도 남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이르며 지역적 특성과 전승 계보에 따른 파가 생겼다. 전라도 동북지역의 소리제를 동편제(東便制)라 하고, 전라도 서남지역의 소리제를 서편제(西便制)라 하며, 경기도·충청도의 소리제를 중고제(中高制)라 부르고 있다.

중고제 판소리는 공간적으로 충청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했으며 시간적으로는 고제에 이어 서편제, 동편제로 진화 발전하기 전까지 성행했다. 중고제의 특성은 판소리의 원형이 비교적 많이 살아있고 정형화된 격식이 없이 자유분방하며, 현란한 기교보다는 담백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한다.

중고제를 집대성한 사람은 강경 출신의 김성옥이며 그의 아들 김정근이 서천 장항으로 이주하여 서천 도만리 출신의 이동백과 그의 아들 김창룡, 김창진을 가르쳤다. 김창진은 처음에는 부친 김정근으로부터 북을 배워 고수로 출발했으나 독공으로 소리를 배워 서울에서 일세를 풍미했다. 말년에 판교로 낙향하여 지내다 박동진을 가르쳤다.
이동백과 김창룡은 근대5명창에 속하며 중고제의 꽃을 피운 소리꾼들이다. 이들을 정점으로 중고제 판소리는 쇠퇴하기 시작했다.

최근 담백한 맛의 중고제 소리가 관심을 다시 받고 있다. 이에 공주시에서는 국립국악원을 공주에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서산과 홍성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공주에서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이 창립총회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고창에 있는 신재효 고택
▲고창에 있는 신재효 고택
▲ 고택 안에 재현해놓은 판소리 강습 모습
▲ 고택 안에 재현해놓은 판소리 강습 모습

한편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국립국악원에서 박성환 명창의 판소리 적벽가완창 공연이 있었다. 박성환 명창은 이동백으로부터 적벽가를 배운 정광수를 사사 이동백의 소리를 잇고 있는 유일한 소리꾼이다.

그의 서울 공연은 많은 국악관련 학자들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날 참석한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판소리에 담겨있는 민중성은 영원히 살아있고 판소리의 원형에 가까운 중고제에서 이를 찾아보기 위해 이 공연을 찾았다고 말했다.

서천에서는 김정근이 김창룡과 이동백을 가르치던 장항읍 성주리에 기념관을 건립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으며, 서천군은 장항에 중고제 판소리 전수관 건립을 검토하기도 했다.

판소리 여섯마당의 사설을 정리한 신재효의 고향 고창에서는 판소리박물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으며 신재효의 고택을 복원, 그 안에 그가 판소리를 강습하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많은 관광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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