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위기 시대의 안간힘, 2020 도쿄올림픽
■ 모시장터 / 위기 시대의 안간힘, 2020 도쿄올림픽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1.07.29 18:50
  • 호수 106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코로나 시대에 첫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의 처지가 딱하다. 취소하느냐 마느냐 하는 줄다리기까지 벌어진 끝에 한 해를 연기하여 열린 도쿄올림픽은 일본의 위기와 지구촌 인류의 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 23일 개막식이 열리던 날 도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천명 대에 이르렀다. 일본 전역을 보면 22일에 54백여명, 2342백여명이었다. 철통같은 방역보안을 다짐했건만 선수단 가운데도 확진자가 발생하여 중도에 귀국하는 선수들이 나왔고, 중도에 기권하는 선수들도 속출하고 있다.

개막식은 관중 없이 치러졌고, 마스크와 거리두기 수칙을 지키며 치러진 개막식은 마치 영결식같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코로나 이후 세계인의 일상이 온라인 중심으로 익숙해졌음에도, 관중 없는 개막식의 실황중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숫자는 아주 적었다. 미국에서는 이날 개막식 중계 시청률이 33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하고, 도쿄에서조차 개막식 중계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개회식 초대장을 많은 나라의 국가원수들에게 보냈지만 VIP석에서는 장관급 내빈의 숫자도 얼마 되지 않았다. 대회에 세계 206개 선수단 11천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지만, 개막식에 참석한 선수들의 수는 1천명도 채 안 되어 보였다.

이러한 무관심은 코로나-19가 세기적 재앙 수준으로 지구촌을 휩쓰는 가운데서도 올림픽을 강행하기 위해 위기를 감추면서 거짓말을 거듭한 일본 정부와 조직위의 탓이 우선 크다. 지금은 물러난 아베 전 총리는 일본에선 코로나 위협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도쿄에서 방역활동을 소홀히 하거나 확진자 발생을 감추는 등 오히려 그 위협을 키우는 조치를 거듭했다.

벌써 10년 전에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 관련 방사능의 여파에 대해서도 그의 태도는 정직하지 못했다. 인근 바다와 내륙에서 세슘 수치가 몇십 배 이상 계속 확인되는데도 절대 안전하다는 거짓말을 되풀이하며 심지어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올림픽 선수촌에 공급하겠다는 공언을 하는가 하면 올림픽의 몇몇 경기에 대해서는 후쿠시마 인근에 경기장을 배정하는 등 오만한 태도를 멈추지 않았다. 급기야 몇몇 국가(한국을 포함한)들은 일본 조직위를 신뢰하지 못해 선수들의 음식 재료를 본국으로부터 실어 나르기에 이르렀다.

코로나의 위협 외에도 일본 정치가들의 무책임하거나 부정직한 태도가 올림픽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더욱 떨어뜨린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일본의 지도층들을 비판만 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한가.

시각을 바꾸어서 보면, 일본이 여러 가지 위기 요인 가운에서도 올림픽을 중단하지 않는 데에는, 어떤 재앙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포기할 수 없는 인류의 자존심과 의지가 또한 동반되어 있다. 국제 올림픽 경기의 위기는 특정 국가의 위기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1차 대전, 2차 대전의 와중에 올림픽이 중단되었고,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70년대에는 러시아(모스크바)와 미국(LA)의 올림픽이 반쪽으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2020, 올림픽 사상 최초로 정치적 요인이 아닌 자연재앙적 요인으로 인해 중단될 뻔한 도쿄올림픽을 이렇게라도 유지하게 된 것을 단지 일본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협소한 관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것이 외면적 이유일 수는 있으나, 그 내면에는 굴복하지 않는 인류문명의 의지가 동시에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눈물겨운 안간힘을 써서라도 올림픽을 치러낸다는, 이것만으로는 인류가 전 지구적 위기시대를 대하는 노력으로서 충분치 못하다. 이후에는 이에 못지않은 안간힘으로, 무너져가는 지구 생태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질서의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도쿄올림픽이 세계 인류를 향해 던져주는 호소이자 거의 마지막의메시지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