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유권자의 몫’
정치개혁 ‘유권자의 몫’
  • 뉴스서천
  • 승인 2004.02.20 00:00
  • 호수 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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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이제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개혁에 대한 전 국민들의 염원이 어느때 보다 높은 가운데 정치권의 총선준비는 유권자와 나라를 위한 선거가 아닌 듯 싶다.
현재 불법선거운동 단속건수는 전국적으로 지난 16대 총선 같은 기간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선관위와 검찰, 경찰의 강력한 단속과 처벌강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에다 객관성의 논란이 있지만 시민사회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이 날개를 달고, 정치개혁의 열망이 높아진 성숙된 유권자 의식도 한 몫하고 있다는 풀이다. 또 하나 그 어느 때보다도 우후죽순 늘어난 정치신인들의 부주의하거나 안일한 선거운동이 적지 않은 몫을 하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어찌됐든 불법선거운동이 난무하는 것은 깨끗한 선거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암울한 조짐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국민적 열망인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성 정치인을 몰아내는 ‘물갈이’만이 방책이라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새 정치 질서 창출이라는 시대적 대명제가 결코 가볍게 평가되어선 안되지만 현재의 정치구도와 풍토, 그리고 불합리한 선거관계법 하에서는 물갈이든, 판갈이든 세대교체를 통해 국민이 요구하는 바른 정치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을 반증하듯 최근들어 이 지역 정치신인으로 총선에 도전장을 내민 유명 정치인이 선거법에 저촉되는 행위로 검찰에 고발됐다는 소식이다. 또 탄탄대로를 구가한 기존 정치인의 경우 불법정치자금모금의 주역인 비리정치인을 쇠사슬에서 풀어주기 위해 구명을 위한 서명에 동참했다.
정치개혁이란 말이 무색해질 정도로 이들 두 정치인의 행동에 실망을 감출 수 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국민적 열망인 정치개혁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선거 때마다 40∼50%의 신인들이 정치권에 진출하고도 매번 새정치 질서를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 새삼 실감한다.
하지만 이러한 악순환은 불법과 부정부패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이를 조장하는 유권자들의 이중성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인물과 정책위주로 투표하겠다는 압도적인 여론이 나타나면서도 실제로는 선심과 향응을 바라는 유권자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보니 금권·흑색선전 등 불법행위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후보자들 앞에 손벌리는 유권자가 있는 한 현재의 선거풍토는 바로잡힐 수 없으며, 새로운 정치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 ‘바꿔’태풍을 몰아치기 전에 우리 유권자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들 선거는 축제여야 한다고 말한다. 출마자와 유권자가 함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희망의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니 축제여야 함이 당연한 듯 하다. ‘너죽고 나살기’의 승자만 존재하는 살벌한 선거판이라 할지라도 유권자들은 냉정한 가운데 유쾌한 축제를 즐겨야 한다.
우리가 희망하는 새로운 정치는 요란한 말잔치에 그치는 거창한 토론회나 일부 시민단체들의 선거운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 스스로 깨어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현재 정치권은 내·외적인 거센 압력으로 거듭나기 위한 산고를 겪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변화의 방향과 길로, 우리 사회는 지금 온전한 새 판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에 좌우된다. 유권자 스스로가 변할 때 정치, 정치인도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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