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올가을에 읽어서 이듬해 가을에 마치는 책 '춘추'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올가을에 읽어서 이듬해 가을에 마치는 책 '춘추'
  • 송우영
  • 승인 2021.09.01 17:35
  • 호수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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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교과서라 하면 <춘추>라는 책이다. <춘추春秋>는 생전의 공자께서 노년에 이르러 죽기 1년 전에 쓰기 시작하여 죽기 하루 전에 완성을 본 책이다. 이를 정리한 이는 모두 셋인데 그중 공자의 문도로 공자보다 44년 아래인 자하子夏 복상卜商도 그중 하나다.

그 뜻이 심오한 <춘추>는 세 권의 해설서를 갖는데 공자 당대에 공자의 방외 문도 노나라사람 좌구명左丘明이 주를 단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이 있고 춘추시대春秋時代말기의 제나라 사람으로 공자의 제자 자하의 문인인 공양고公羊高가 주를 단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이 있으며, 전국시대戰國時代 나라 사람 곡량적穀梁赤이 춘추공양전을 모본으로 새롭게 주를 단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이 있다.

이 세 권을 일러 춘추삼전春秋三傳이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춘추라는 책은 주자성리학이라는 거벽의 단초가 되는 책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주자 성리학朱子性理學(성리학이라는 단어의 시작은 주자의 수제자로 평가되는 북계北溪 진순陳淳의 성리학 이론서 성리자의性理字義에서 비롯된다)은 공자소작孔子所作 춘추春秋가 출발이다. 주자가 사서오경四書五經에서 오경五經을 위한 4四書의 필독화를 통한 <맹자孟子>의 재독과 예기禮記 책에서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을 강제 분리해내는 단초를 춘추에서 기인한 탓이다.

그런 연고로 이 춘추 책은 그냥 춘추가 아니다. 당나라 말기의 한유韓愈라는 인물을 통해 춘추 책에서 발아된 유학 원리주의가 송나라를 거치면서 남송南宋대에 이르러 주희朱熹라는 발군의 학자는 춘추 책을 통해서 유학 과격주의자로 분류될 정도로 춘추가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결국 춘추 책은 주자를 거치면서 인류 금자탑이라는 <사서집주四書集註>를 통해 녹여냄은 물론이려니와 조선시대 사계 김장생 문도 우암 송시열에 이르러 곧을 직으로 압축되는데 일찍이 정조는 말한다. 맹자 이후로<自孟子後> 다시 맹자가 있으니<復有孟子> 주자가 그 사람이요<朱子是也,> 주자 이후로<自朱子後> 다시 주자가 있으니<復有朱子> 송문정공 우암이 그다.<宋文正是也/弘齋全書 卷百七十三日得錄十三人物三>

한문에서 문장 해석법은 다양한 방법이 있으나 자구해석의 백미는 춘추다. 공자께서 춘추를 이술而述이 아닌 소작所作 하심에 먹물이 남아서 더 쓰심이 아니요. 먹물이 모자라서 덜 쓰심도 아니다. 틀리게 썼다면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 몰라서 틀린 게 아니라는게 한나라 경학가 동중서의 말이다. 단 한 글자도 더하지도 말고 빼지도 말고 글자가 있는 그대로 해석을 다 해야하는 게 춘추 해석법이다. 쉽게 말해서 기독교용어로 경전가감불가용이다. 곧 신의 말씀은 일점 일획도 없어지지 아니할 뿐아니라.<마태복음5:18> 더하지도 빼지도 말라는 사도 요한의 경고다.<22:18-20>

유학에서도 경전가감법이 통하지 않는 유일무이 책이 춘추다. 바로 이점이 춘추 해석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점이다. 춘추春秋는 노나라의 역사서로 노나라 242년간의 사적 12에 대한 기록으로 이런 식으로 살면 이렇게 죽는다라는 경책의 서인데 맹자는 공자께서 춘추를 지은 이유를 맹자등문공장구하孟子滕文公章句下에 기록하길, 세상이 쇠하고 도가 미미해져서 부정한 학설과 포학한 행실이 또 일어나 신하로서 군주를 시해하는 자가 있으며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시해하는 자가 있었다.<세쇠도미世衰道微 사설폭행邪說暴行 유작有作 신시기군자유지臣弑其君者有之 자시기부자유지子弑其父者有之> 공자가 이를 두려워하여 춘추를 지으니 춘추는 천자가 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공자왈 나를 알아주는 것도 오직 춘추이며 나를 죄주는 것도 오직 춘추다.<공자구孔子懼 작춘추作春秋 춘추천자지사야春秋天子之事也 시고是故 공자왈孔子曰 지아자知我者 기유춘추호其惟春秋乎 죄아자罪我者 지유츈츄호其惟春秋乎>

그렇다면 춘추는 언제 읽는가. 춘추春秋는 추추추추秋啾秋啾라 했다. 가을만 되면 웅얼거리고 또 가을만 되면 웅얼거린다 는 말로 동중서의 춘추번로에 따르면 가을에 읽어 봄을 경유하여 또 가을에 마치는 책이라 한다<추강이과춘야추秋講而過春也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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