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코로나19, 달라진 명절 풍습
■ 모시장터 / 코로나19, 달라진 명절 풍습
  • 한기수 칼럼위원
  • 승인 2021.09.18 08:43
  • 호수 10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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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찜통더위였던 여름도 물러가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신선한 바람결이 다가온다. 그렇게 계절은 자연스럽게 여름의 무더위에서 가을의 문턱에 우리의 육신을 옮겨 놨건만 코로나19는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아직도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더욱더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귀촌한 시골 마을은 이제 십여 가구만이 마을을 지키는 작은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차량의 통행이 하루에 열대 미만이다. 그러다 주말이면 자녀들의 방문으로 몇 대 늘고, 일 년에 두 번, 설 때와 추석 때나 돼야, 집집이 자녀 내외와 손자 손녀들의 방문으로 집집의 웃음소리가 옛 시골의 풍경처럼 밖으로 새어 나와 행복의 장단을 맞춘다.

하지만, 올 추석 때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현재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의 자녀들은 보통 셋, 네 명이 넘는다. 그러니 자녀들 부부와 손자 손녀들까지 어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겠는가? 물론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고통을 감수해야겠지만, 명절 풍경까지 바꿔버린 코로나19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지난 설 때도 설 전날 집집에 불이 환하게 밝혀진 집이 한 집도 없이 어둠만이 저녁을 지켰는데 아마 며칠 후, 다가올 추석 때도 그렇지 않겠는가 싶다. 하지만, 한 가지 의심스러운 것은 관광지나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려보면 사람들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이나 이후나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이 여전히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또한, 정부에서도 거리 두기를 조였다 풀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했으면 한다. 조금만 좋아지면 금세 풀어주고, 좀 나빠지면 또 조이고, 지금 우리네 자영업자들은 2년째 코로나19로 인해 도심 곳곳의 점포가 점포 임대란 문구를 내걸고 있고, 젊은이들은 취업 문턱이 바늘구멍이 되었으며 학생들은 학우들의 얼굴도 못본 채 비대면 수업을 하다 졸업을 한다.

또한, 의료 종사자들도 이제는 지쳐가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힘에 부친다. 노인병원에 계신 부모님들의 얼굴을 못 본 지도 해를 넘겼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곳이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매년 추석 한 달 전부터는 농촌엔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로 메아리를 쳤다. 그러나 그나마 올해에는 그것도 반으로 준 듯, 오가는 사람들이 뜸해졌고, 지자체마다 다르긴 하나, 벌초도 마음만으로, 그렇지 않으면 소수 인원만이란 문구를 내걸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마스크는 이제 어딜 가든 필수가 됐고, 벌초 방역수칙까지 걸려있다. 그러다 보니 사회 곳곳의 인심은 더욱더 사나워지고, 친인척과 친구들의 만남도 꽤 오래됐다. 계속되는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을 전반적으로 바꾸어놨고, 극심한 경기 악화는 직장인들의 추석 명절 귀성길을 가로막고 있다.

명절이면 온 가족이 모여 푸짐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덕담도 나누고 함께 즐기던 보통의 모습은 이제 추억으로 그리워해야 하는 시국이 안타깝기만 하다.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과반이 명절 귀성길을 포기한 것으로 나왔고,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감염될 걱정과 경제 상황 악화로 지출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자도 꽤 많다고 한다.

하루빨리 코로나19로부터 모든 사람이 자유로워져 전과 같이 명절이면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움을 함께 하며 덕담과 함께 서로의 안부를 나누는 행복한 명절 풍습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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