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로 천하를 통탈한 사람 공자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로 천하를 통탈한 사람 공자
  • 송우영
  • 승인 2021.12.16 10:46
  • 호수 10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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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고 중 하나인 인생 교과를 꼽는다면 아마도 자공이 6년 시묘侍墓를 살면서 완성했다는 공자의 논어를 비껴갈 순 없으리라.

<맹자孟子> 등문공장구하滕文公章句下 6-9문장에 따르면 일찍이 공자는 춘추책을 쓰면서 동기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세상이 쇠락하고 도가 희미해져<세쇠도미世衰道微> 나쁜 말들과 사나운 행동이 또다시 일어나<사설폭행유작邪說暴行有作> 신하가 그 임금을 시하는 경우가 생기고<신살기군자유지臣殺其君者有之>, 자녀가 그 부모를 살하는 경우가 생기니<자살기부자유지子殺其父者有之>, 공자는 이를 걱정하여<공자구孔子懼> 춘추책을 지으니<작춘추作春秋> 춘추는 천자의 일이라.<천자지사야天子之事也> 그 때문에 공자는 말하길<시고공자왈是故孔子曰> 나를 알아줄 자도 춘추요<지아자기유춘추호知我者其惟春秋乎> 나를 죄줄 자도 춘추다<죄아자기유춘추호罪我者其惟春秋乎>”라며 춘추책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공자를 알아준 책은 춘추가 아니라 논어다. BC490년 공자 나이 62세 때의 일이다. 초나라 속국 섭땅의 군주 섭공이 공자 일행이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공자를 초빙할 요량으로 객당으로 모셔 먼저 자로를 궁안으로 초빙해서 공자에 대해 어떤 분이시냐고 묻는 장면이 논어술이 7-18문장에 기록되어있다. 원문을 그대로 축자역하면 기존 해석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밝힌다. 섭공이<섭공葉公> 물었다.<> 자로가<자로子路> 대답하지 못하니<不對> 공자는 말한다.<자왈子曰> “<>는 어찌<> 말하지 못했는가.<부왈不曰> <> 사람됨<위인爲人>이 분노가 치밀면 초인적인 의지로<발분發憤> 밥먹는 것도 잊고<망식忘食>, 공부가 즐거워<락이樂以> 근심도 잊는다는 것을<망우忘憂> 알지 못했는가.<부지不知> 늙는 것은<노지老之> 그 다음 일일<장지將至> 뿐이지<운이云爾> 곧 몸이 늙어지는 것은 내가 어찌 할 바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이 문장은 공자께서 자신을 한 줄로 소개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는 일종의 자기소개서 성격을 띤 문장이다. 여기 발분發憤에서 분은 성낼 분으로 절딴낸다. 분노한다. 화가 끝까지 치민다정도의 의미를 지니는데 사람이 분노가 치밀면 초인적인 의지가 생긴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고대의 빙예聘禮에 따르면 선생님을 모실 때는 선생님과 그일행을 객당에 모시고는 따로 먼저 수제자를 모셔 짧게는 당일, 많게는 최대 3일을 유하면서 군주가 수제자와 앞으로 모실 스승에 대해 스승이 어떤 분이며 음식은 뭘 좋아하는가 성품 등등을 파악한다. 음식부터 식생활 모든 것을 불편함 없게 해드리기 위한 사전 조사인 셈이다.

이때 섭공이 자로에게 많은 것을 물어봤겠지만 그 많은 중에 논어에 기록된 말 중 하나가 공자님은 어떤 분이십니까라는 말이다. 여기에 대해 자로가 답변을 못했다. 그리고 섭공과 사전 면담을 끝내고 스승 공자와 제자들이 함께 유숙해있는 객당에 돌아와서 섭공을 만난 그간의 얘기를 스승 공자에게 다 고하면서 섭공이 공자님이 어떤 분이시냐고 묻기에 제가 답변을 똑부러지게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니 공자께서 발끈하셔서 이런 미욱한 놈 같으니라구 가히 수제자란 녀석이 넌 내가 아직도 누군줄 몰랐더냐라는 의미 속에서 나온 말이 위의 본문이다.

공자께서 일언지하에 자신에 대해 스스로를 압축해서 말한 유일무이한 문장이다. 공자는 공부에 관한한 대단한 자긍심을 가지신 분이다. 논어공야장5-27문장을 의역하면 이렇다. “공자는 말한다. 어느 마을이든 나보다 잘난 사람은 많다. 그러나 나만큼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자왈子曰 십실지읍十室之邑 필유충신여구자언必有忠信如丘者焉 불여구지호학야不如丘之好學也>”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소공昭公7년조에 유달자왈공구有達者曰孔丘라했다. 공자는 공부로 천하를 통달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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