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뽀돌이와 뽀식이
■ 모시장터 / 뽀돌이와 뽀식이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21.12.31 08:41
  • 호수 10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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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복 칼럼위원
권기복 칼럼위원

뽀돌아! 뽀식아! 어디 가냐? 이리 와!”

뽀돌이와 뽀식이는 점박이 강아지이다. 태어난 지 4달 정도로 추정된다. 추정된다는 것은 태어난 날을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유기견으로 나와 만났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농장 근처에서 소주병만 한 강아지 두 마리를 보았다. 어린 강아지 두 마리가 서로 장난치면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었다. ‘그놈들 참 귀엽네!’ 생각하면서 무심코 지나갔다. 얼마 안 가서 그런데 저 강아지들이 왜 저기에 있지? 거기는 일반 비닐하우스 앞인데……하는 의문을 갖다가, ’에이, 주인이 어미 개와 강아지들을 하우스에 두었나 보네.’ 생각하면서 엔진 페달에 힘을 주었다.

저녁밥을 먹을 때부터 비가 쏟아졌다. 가을장마인가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내렸다. 김장거리로 심은 무와 배추, 파 등이 걱정되어 아침밥을 먹자마자 농장으로 갔다. 문을 열고 농막 앞에 주차하고, 빗줄기를 피해 처마 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차를 주차한 바로 뒤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흠뻑 젖은 채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칫하면 교통사고를 낼 뻔했다는 충격에 사로잡혔다. 그러면서 어제 오후에 본 강아지 중의 한 마리임을 직감했다. 농막에서 수건 한 장을 꺼내어 바들바들 떨고 있는 강아지를 감싸 안았다. 콩닥콩닥 뛰는 심장 소리가 전해졌다. 수건으로 연방 물기를 닦아주었다. 강아지 털이 보송보송해지면서 생기를 되찾아갔다.

마침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멈췄다. 물을 미지근하게 데워서 밥그릇에 담아주고, 간식으로 먹을 빵을 부스러뜨려서 내놓았다. 강아지는 정신없이 빵과 물을 먹었다. 콧등 주변에 빵 부스러기가 도넛 모양으로 붙은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가을 햇살이 내리쬐었다. 강아지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애교를 떨었다. ‘이제 괜찮겠구나!’ 안도의 숨을 쉬게 되면서, 어제 두 마리가 함께 놀던 생각이 불현듯이 떠올랐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른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강아지를 품에 안고 어제 두 마리가 놀던 곳으로 가 보았다. 비닐하우스 안팎으로 어미 개나 강아지들의 기척이 없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강아지를 부르는 신호를 했다. 어디선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그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날따라 자주 다니던 비닐하우스 농장 주인도 볼 수가 없었다.

이웃들에게 강아지 주인을 수소문하던 중에 누군가가 강아지 4마리를 버린 것이라고 하였다. 주민 신고로 인근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다녀갔다는 말도 들었다. 나도 유기견 보호센터에 신고하였다. 강아지와 인연을 맺은 지 사흘 만에 센터에서 나왔다. 이미 두 마리는 센터에서 보호 중이라고 하였다. 누군가가 입양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킬 것이라는 딸의 말이 맴돌아서 입양하기로 하였다. 한 마리만 키우면 너무 심심해할 것 같아서 형제 한 마리를 더 입양하기로 하였다.

이제 80일 정도 지났다. 자유롭게 크라고 매일같이 농장에 가자마자 개집에서 풀어주면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다. 그런데 갈수록 몸집이 커지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고민에 잠기게 한다. 이놈들이 이웃집까지 방문하고, 사사건건 참견하기 때문이다. 자유는 주고 싶은데, 이웃에게 피해 끼칠 수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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