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여전히 변함 없는 2021년 아스팔트 농사 보고서
■ 모시장터 / 여전히 변함 없는 2021년 아스팔트 농사 보고서
  • 최용혁 칼럼위원
  • 승인 2022.01.06 09:03
  • 호수 10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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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혁 칼럼위원
최용혁 칼럼위원

살다 살다 촌놈들 입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이름을 이렇게나 많이 불러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식량 정책을 이야기할 때도, 농산물 무역 이야기를 할 때도, 농업 예산 이야기를 할 때도 우리는 홍남기는 물러가라!”고 했다. 반면에 농림부 장관 이름과 얼굴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뭐 하는 사람이었더라. 이당 저당에 삿대질하고 종주먹 들이대가며 농업, 농촌을 무시하지 말라고 으르렁거려 왔건만, 정작 아스팔트 위 농민들은 농업, 농촌 값으로 한자리하는 농림부장관 대우를 너무 박하게 하는 것 같다.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이라는데, 쌀값 이야기, 비료값 이야기 할 때만이라도 농림부 장관 각성하라던가 물러나라던가 해야 농림부 장관도 자기들끼리 있는데 가서는 체면도 좀 서고 할텐데, 정작 농민들부터 너무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빌려 시장권력과 정치권력의 정점으로 기획재정부를 설명하기도 한다. 이재용에 대한 특별한 사면과 홍남기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한 신임도 시장권력, 아니 자본권력에 대한 눈치보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별히 구분할 것도 없이 자본권력은 오래 전부터 정치권력의 본질이다. 오래된 이야기이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 이름이 박근혜건 문재인이건 혹은 박정희건 김대중이건 간에 크게 관계없이 농업, 농촌은 무너져 왔다. 3공화국이건 4공화국이건 또는 5공화국이건 6공화국이건 별 상관없이 농업, 농촌은 무너져 왔다. 혹은, 농업, 농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3공화국과 4공화국 그리고 5공화국과 6공화국의 관료들이 대승적으로 단결할 뿐만 아니라 여야에 관계없이 초당적으로 대처한 결과로 농업, 농촌을 무너뜨려 왔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정치의 탈을 쓴 자본 권력 대변인들이 5년에 한 번은 들판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5년에 한 번은 청와대로 불러 몇몇 농민들과 하품 나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말 꾸준하고 성실하게 농업 농촌을 망가뜨려 온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자본의 증식만이 유일한 목표인 사회에서 우리는 곡물 자급률 21%, 식량 수입 세계 5, 식량 자급률 OECD 최하위인 나라가 되었다. FTA도 모자라 국가단위의 검역 주권까지 포기해 가며 CPTPP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농지는 농민만이 살 수 있는 땅이 아니며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기막힌 탈을 쓴 국회의원의 가족들이 훨씬 더 쉽게 살 수 있는 땅이 되었다. 전국 방방 곡곡의 농지는 태양광 패널과 산업 쓰레기 처리장 건설로 신음하고 있다.

마침, 대선과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우리는 또 어떤 위대한 초인을 만날 수도 있겠다. 1번과 2번 사이의 오묘한 갈림길에서 인생을 건 승부를 벌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대전환의 시대, 기후위기의 시대, 나의 노년과 자식들의 청춘이 걸린 시대에 대한 해법이 단지 그것 뿐이라면 우리는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통해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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