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한 연후에 천하를 꿈꾼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부한 연후에 천하를 꿈꾼다
  • 송우영
  • 승인 2022.02.23 19:05
  • 호수 1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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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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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기에 현자들은 미래를 읽기 위해 지난날의 기록들을 찾아서 공부하기도 한다. 논어 자장편19-6문장에서 자하子夏는 공부를 이렇게 말한다.

넓게 배우되 뜻은 돈독하며<박학이독지博學而篤志> 간절히 묻되 생각을 가까이 한다면<절문이근사切問而近思> 어짊은 그 가운데 있을 것이다.<인재기중仁在其中>”

이 문장에 대하여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는 중용장구20장에서 이렇게 주를 단다. “넓게 배우되<박학지博學之> 따져 물으며<심문지審問之> 신중히 생각하여<신사지愼思之> 분명하게 변별하고<명변지明辨之> 돈독하게 행동한다<독행지篤行之>” 이 문장은 상당히 고급스럽고 심오한듯하여 어렵게 보이나 간단히 풀어 말하면 지난날의 기록들은 책으로 수찬蒐纂되어 전해지는바 이러한 책들을 찾아서 공부한다는 것이다.

오래됐다고 모두 보물이 아니듯이 아무 책이나 읽는다고 되는 일만은 아니다.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를 통하여 검증에 검증을 거쳐 살아남은 책을 읽고 쓰고 외우며 배워야 하는 것이다.

동양에는 불후의 명저라 할 만한 책이 일찍이 빼곡이 많으나 그중에 으뜸을 들라면 십삼경이 있을 것이고 십삼경에 입문하는 네 권의 좌우서가 있는데 사서, 곧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 그것이다.

조선시대 까지만 해도 며느리가 들어오면 시아버지는 매일 새벽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니 자부께서 태기도 없으심에도 앞으로 태어날 손주를 가르칠 교과서를 필사하는데 곧 사서四書였다 한다. 더욱이 치국까지는 아니어도 제가齊家를 꿈꾸는 남아라면 남의 호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여 스스로 무장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부해야 할 책인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논어499문장에서 첫줄 첫 네 글자를 학이시습學而時習이라 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학이시습을 줄여 말하면 학습이다. 요즘 말로 한다면 부모가 자녀에게 특별한 의미가 아닌 그냥 보기만 하면 얘야 공부하거라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거와 같은 이치다. 이 말은 상당히 쉬운 문장이다. 그럼에도 유가의 가장 기본 경전이 되는 논어 첫줄에 언급됐다는 것은 유가경전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공부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냥 습관처럼 하면 되는 거다라는 의미이다. 특히 한 가문의 남아男兒로 태어났다면 공부는 그야말로 습관적이어야 한다. 그 습관은 지성知性과 영성靈性으로 구분하는데 지성은 어려서부터 대학을 읽어 천하에 뜻을 둬야 하며, 맹자를 읽어 문장을 지을 줄 알아야 하며, 논어를 읽어 치국을 논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영성으로는 중용을 읽으므로 영성을 함양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시대의 공부법이란 거북이의 인내를 요한다. 요즘같이 하루가 멀다 하고 천지가 뒤바뀌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거북이의 인내는 곧 게으름으로 인식되겠지만 그 시대 사람들이라고 해서 어찌 그런 생각이 없었겠는가마는 그럼에도 공부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공부는 미련한 듯 둔한 듯 해야 한다. 여조겸이 주자의 아들들을 가르칠 때 했다는 말 중 하나가 학몽여둔여學懜如坉如라는 말이다. 풀어쓰면 공부는 맹한 듯 흙이 사방에 꽉 막힌 것처럼 미련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어려서는 이렇게 공부하여 결혼해서 가정을 가지런히 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치국治國을 꿈꾸라 한다. 맹자는 자신의 책 <맹자 이루장구상 9문장에서 치국을 꿈꾸는 자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맹자는 말한다.<맹자알孟子曰> 걸왕과 주왕이<걸주지桀紂之> 천하를 잃은<실천하失天下> 까닭은<> 그 백성을<기민其民> 잃어<>서다<> 그 백성을 잃었다는<실기민失其民> 것은<> 그 백성의 마음<기심其心>을 잃었다는<> 것이다.<> 천하를 얻음에는<득천하得天下> 도가 있나니<有道> 그 백성을 얻으면<득기민得其民> <> 천하를 얻는<득천하得天下>.<> 그 백성을 얻는 데에도<득기민得其民> 도가 있나니<유도有道> 그 백성의 마음을<기심其心> 얻으면<> <> 백성을 얻는<득기민得民> 것이다.<> 그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에도<得其心> 도가 있나니<유도有道> 백성의 하고자 하는 바를<所欲> 백성들에게<> 해주면<> 백성들의 마음을 모을 것이고,<취지聚之> 백성들의 싫어하는 바를<소오所惡> 백성들에게 베풀지<> 말아야 할<> <>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부를 빼고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태롭다. 주자는 죽기 3일전까지 공부했다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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