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애국심
최소한의 애국심
  • 뉴스서천
  • 승인 2004.03.12 00:00
  • 호수 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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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순회 공연중인 서울팝스오케스트라의 단장 겸 지휘자인 하성호씨가 한국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은 반만년 역사 동안 한번도 승리를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박수칠 줄 모른다.’ ‘미국이 최고다.’ ‘한국은 5천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미국은 2백년 짧은 역사동안 훨씬 많은 것을 이룩해냈다’ 등이 하씨가 손님된 입장에서 집주인을 극찬했을 뿐이라는 발언 내용이다. 또 한국전의 참담했던 모습부터 지금의 발전된 한국의 모습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God Bless America’를 앙코르 곡으로 연주했다는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면서 네티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지구가 하나가 되고 있다. 민족이, 인종이, 국가가 높게 쌓았던 장벽을 허물고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그렇다고 조국에 대한 자존감과 긍지를 잃어서는 안된다. 수많은 아픔과 역경을 딛고 5천년의 긴 세월을 지켜온 조국애를 가지지 못한다면 아무리 세계가 우리의 이웃이 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설 땅은 없다.
예술을 한다는 그는 과연 문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화려하고 부강함을 문화의 최고치에 두고 있는가. 긴 역사속에서 다른 민족이 가질 수 없는 한민족의 아름답고 찬란한 역사를 그는 모른단 말인가. 작은 것에 소리를 기울이고 그 곳에서 의미를 찾아야하는 예술인의 눈을 잃어버린 채 부강함만을 좇아가는 물질만능의 노예가 된 그는 진정한 예술인인가?
조국은 그런 하씨를 너무 믿은 나머지 한국 관광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11억원의 거액을 기꺼이 맡기고 말았다.
어찌보면 하씨의 이러한 생각은 미국우호주의가 만든 그 동안 우리의 교육의 결과는 아닐는지. 역사의 뒤안길에 짙게 깔린 미국의 횡포는 가르치지 않은 채, 이땅의 역사를 뒤흔들어 놓았던 이들을 원조물품의 물량공세에 가리워 그저 고마운 나라, 가고 싶은 나라로 배워온 우리들이다. 또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에 미국우월주의에 젖어 공부한 한국 지식층의 대부분이 이 시대 전반에 퍼져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남을 높이기 위해 나를 낮추는 것은 진정한 높임이 아니다. 나의 자존감을 높이고 상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들의 장점을 인정할 때 다같이 높아지는 것이다. 조국이 낮아지는 것은 내가 낮아지는 것이고 조국을 비하시키는 것은 결국 내가 설 자리를 잃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기보다 사상과 이념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위태위태한 이 나라의 현실을 아파하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정치·경제의 위기를 몸으로 겪어내는 소시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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