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일생에 한번은 작심하고 읽어봐야 할 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일생에 한번은 작심하고 읽어봐야 할 책
  • 송우영
  • 승인 2022.05.13 10:23
  • 호수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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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의 말은 군더더기가 없으니 오로지 한 글자로 천하를 대변할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인은 공자를 말함이다. 물론 공자는 자신이 성인이라 불리는 것을 극도로 꺼린 인물이다.
논어 자한편 9-6문장의 기록은 이렇다. 태재가 자공에게 물었다. 그대의 스승 공자는 성인이신가? 어찌 못하시는 게 없으신가. 이 말에 대해 공자의 답변을 풀어 말한다면 나는 성인이 아니다. 단지 어려서 가난했기 때문에 먹고 살려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했다 그러다보니 천하고 비루한 일도 잘하게 된 것일 뿐이다. 성인은 공부한 적은 없으나 날 때부터 저절로 아는 자다.<생이지지生而知之> 그러나 나는 배워서 아는 자일 뿐이다.<학이지지學而知之>

이처럼 공자는 자신은 결코 성인이 아닌 학이지지 곧 배워서 아는 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를 일러 성인이라며 본래 이름인 공구孔丘에서 구를 휘하고 구대신 자를 써서 공자孔子라 했다. 이에 공자께서 하셨다는 말씀을 일러 후학들은 자왈子曰이라 존칭한다. 곧 공자를 일러 라 하고 그가 하신 말씀들을 일러 이라 한다. 여기서 자는 필부위지천하사匹夫爲之天下師라 하여 필부로서 천하에 스승이 되었다는 말이고 왈은 일언위지만세법一言爲之萬世法이라 하여 한 마디 말로 만세의 법이 되었다는 말이다.

이런 공자를 일러 맹자는 공손추장 구상3-2문장에서 이렇게 평한 바 있다. 백성이 생겨난 이래<자생민이래自生民以來> 공자보다 더 훌륭한 이는 없다.<미유성어공자야未有盛於孔子也> 그러므로 공자는 말을 함에 있어 한 글자로 말했다. 논어 개권벽두를 여는 첫권 첫글자 학이 그것이다. 이 학에 대하여 후학 순자荀子는 한 글자를 더해서 권학勸學이라 했다. 공자의 배워라라는 말에 대하여 순자는 권을 더해서 공자를 배우기를 권한다는 의미로 배움을 권하는 말을 첨언한 것이다. 곧 공자에 대한 공부를 권한다는 의미로도 이해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가 후학들에게 공자에 대한 공부를 권한다는 권학문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청취지어람이청어람靑取之於藍而靑於藍 푸른색 염료는 쪽에서 얻지만 쪽보다 푸르다.”

둔할지라도 길게 공부를 하면 공자보다도 더 뛰어날 수 있다 쯤으로 읽히는 공자의 학에 대한 순자의 권학勸學으로의 주석인 셈이다. 나라 태생인 그는 5세 때 공부하겠다며 제나라까지 걸어갔다는 전설을 가진 인물이다. 사실유무를 떠나서 공부에 대한 열정이 그만큼 남달랐다는 말이기도 하다. 논어 첫 글자가 학으로 시작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곧 공자 사상의 중심이 되는 인을 배우라는 말이기도 하다. 맹자는 공자의 인에 대하여 의를 더해서 인의仁義라 했다. 쉽게 말해서 공부의 결과는 세상에 나아가 어짊과 의로움을 추구하는데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편적으로 공부는 크게 두가지 갈래다. 과 술과 작이 한 갈래요 서와 수가 그 나머지 한 갈래다. 은 성조聲調가 입성入聲각운覺韻으로 압운押韻이 높다. 도 성조聲調가 입성入聲질운質韻으로 압운押韻이 높다. 도 성조聲調가 입성入聲약운藥韻으로 압운押韻이 높다. 이는 학이나 글을 쓰는 술이나 글을 짓는 작남에게 써먹는다. 곧 사용해야 하기에 그만큼 힘들다할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글을 읽고 쓴다는 의미의 서나 몸을 바르게 닦는다는 수신의 의미인 수를 살펴보면 서는 성조聲調가 평성平聲어운魚韻으로 압운押韻이 낮다. 도 평성平聲우운尤韻으로 압운押韻이 낮다. 곧 나를 바르게 수양하고 나를 다스리는 공부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자공은 공자의 말을 받아적어 논어책을 만드는데 술이라 했고<논어 양화편 17-19문장>

전손사 자장은 공자의 말을 수신을 위한 서로 받아적었던 것이다.<논어위령공 15-5문장> 그러므로 공자의 말을 기록한 것을 경이라 하는데 경은 성조聲調가 평성平聲청운靑韻으로 압운押韻이 낮다. 쉽게 말해서 성인의 경곧 공자의 말씀은 어린아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누가 들어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이다. 공자의 말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쉬운 책은 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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