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에너지 전환 무엇이 문제인가? (7)원자력, 친환경에너지인가?
■ 기획취재 / 에너지 전환 무엇이 문제인가? (7)원자력, 친환경에너지인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22.11.24 09:38
  • 호수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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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년 후까지 관리·보관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원자력발전, 싸지도 않고 친환경 에너지도 아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 현황(표)
◆국내 원자력발전소 현황(표)

세계원자력 산업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세계적으로 415곳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으로 2011년보다 22곳이 줄었다.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장과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재해로 인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세계 에너지 발전에서 원자력을 도태시키고 있다.

1996년 세계 발전량의 17.5%를 차지했던 원자력 발전은 2020년에서 10.1%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보류하거나 포기하는 국가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원전 밀집국가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총 2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4기는 건설 중이다.<표 참조> 전체 전기 생산량의 약 25%를 원자력발전이 차지하고 있다.

부산광역시 기장군은 기장 미역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북으로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과 이웃하고 있는데 두 고장 모두 예로부터 반농반어의 풍요로운 고장이었다. 고리원전 1, 2, 3, 4호기가 있는 고리와 신고리 1, 2호기가 있는 효암리, 신고리 3, 4, 5, 6호기가 있는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는 나란히 바다를 끼고 연이어 붙어있다. 이 지역 10km 이내에 현재 7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2기가 더 추가될 예정이다. 한국에서 원전 최대 밀집지역이다.

원전이 한번 들어서면 그 바로 옆에 짓는 것이 부지 마련이 쉽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원전은 대부분 여러 개가 몰려있게 된다. 고리1호기는 20176월에 영구 폐쇄돼 폐로 작업에 들어갔다. 원전은 해체되더라도 그 부지는 방사능이 남아있어 다시는 사용할 수 없다.
 

▲신고리 3, 4, 5, 6호기
▲신고리 3, 4, 5, 6호기(5, 6호기는 건설중)

깨끗함 에너지인가

세계에서 핵발전소를 원자력발전소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고 한다. 정확한 명칭은 핵발전소가 맞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를 원자(atom)’라 한다. 이 원자의 중심에 핵(nucleus)이 있다. 에너지는 핵이 분열되면서 나오기 때문에 핵발전소가 정확한 표현이다.

핵분열로 얻어지는 에너지는 눈에 보이는 오염물질을 내보내지 않고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으므로 깨끗한 에너지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라늄 원자의 핵이 분열되는 과정에서 방사선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핵발전소에서도 낮은 수준이지만 방사선이 나온다.

방사선으로 인한 건강 피해는 성인에 비해 어린 아이로 갈수록 더 민감하다고 한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적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었던 사람들에게서 발생한 백혈병을 연구한 결과가 있다.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에 방사선 누적 노출량이 연간 100밀리시버트 미만인 경우에도 백혈병 등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왔다.

방사성 물질을 흡수한 해산물과 농산물 등의 음식을 먹게 되면 내부 피폭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게 된다. 내부 피폭이 훨씬 위험하다. 인체 내로 들어간 방사성 물질이 몸 밖으로 나올 때까지 계속 방사선을 내뿜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자력 발전은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라고 볼 수 없다.

▲울주군 서생면 면사무소
▲울주군 서생면 면사무소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사용후핵연료

원자력발전소의 발전 원리는 불질러서 물끓여서 증기터어빈을 돌리는 화력발전소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불을 때는 연료가 다른 것이다. 화력발전소는 석탄이나 석유, 그리고 가스도 조금 땐다. 그런데 원자력은 우라늄을 연료로 한다. 가늘고 길이가 4.5m 정도 되는 긴 관이 있다. 이 파이프 안에 우라늄을 일열 종대로 집어넣는다. 이를 핵연료봉이라 한다. 핵연료봉을 집어넣고 중성자로 때리면 우라늄 한 분자가 깨지면서 중성자가 3개 튀어나온다. 이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을 또 깬다. 또 중성자가 튀어나온다. 연속적으로 우라늄이 깨지면서 열이 나게 된다. 그 열이 엄청나게 많다.

핵연료는 한번 집어넣으면 4년 반 동안 쉬지 않고 물을 끓인다. 다 타고 나서도 뜨겁다. 그래서 물통 안에 넣고 찬물로 이를 식혀야 한다. 최소 10년을 식혀야 한다. 그 식어버린 핵연료, 사용후핵연료를 사람이 맨눈으로 보면 죽는다. 그래서 이것을 안전하게 따로 보관해야 한다. 최소 10만년을 보관해야 독성이 다 사라진다.

이것이 가장 큰 숙제이다. 10만년 동안 안깨지는 방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콘크리트로 아무리 잘 지어도 50100년이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은 후손들에게 두고두고 못할 짓을 하는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

값이 싼 에너지인가

흔히 원자력을 값이 싼 에너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100kw급 발전소를 1년 동안 가동하려면 화력발전소에서 천연가스는 110만톤, 석유는 150만톤, 석탄은 220만톤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에서는 18톤의 우라늄만 있으면 된다.
이것만 가지고 전체 비용을 산출해서는 안된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의 처리 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10만년 후까지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포함시켜야 한다.

원자력발전소의 해체 비용은 건설하는 것보다 2배 정도 든다고 한다. 이까지 비용에 넣어야 할 것이다. 원자력발전을 이용해 지금 당장 값싼 전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후손에게 돌아간다.
2017년 말 세계적 투자전문 기업인 라자드에서 각 에너지원 별로 전기를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해놓은 게 있다. 이 비용은 발전소의 건설부터 해체에 이르기까지 비용과 환경과 사회적 비용(화력발전소의 경우 탄소 비용, 원자력발전의 경우 사고 비용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 태양광발전은 메가와트당 43~48달러, 육상 풍력은 30~60달러, 원자력은 112~143달러였다.

원자력발전, 친환경이지도 않고 값이 싸지도 않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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