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항제련소의 어제와 오늘(5) 피해주민들의 삶과 바람
■기획/ 장항제련소의 어제와 오늘(5) 피해주민들의 삶과 바람
  • 고종만 기자
  • 승인 2022.12.23 01:46
  • 호수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금속으로 땅과 가옥 빼앗기고 중금속으로 병 얻어”

고령으로 생계 막막…노령연금·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생계유지

“피해주민 생계 목적 오염토정화부지 내 수익시설 불하 절실

이번 호에서는 2012년부터 장항제련소 오염토 정화사업으로 인해 대대손손 살아온 고향을 떠나 장항읍으로 이주해온 피해주민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강인순씨(작은 사진은 가려워 긁어 시커먼해진 복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강인순씨
▲작은 사진은 가려워 긁어 시커먼해진 복부
▲가려워 긁어 시커먼해진 복부

오염토 정화사업으로 3개 마을 5개리 사라져

장항제련소 오염토 정화사업으로 사라진 마을은 제련소가 위치한 장암리를 비롯해 송림 1, 2, 화천2,3리 등 3개리 5개 마을이다.

서천군청이 2012년 발행한 제52회 서천통계연보에 따르면 3개 마을 5개리에 2293명이 거주했다. 2293명 중 남자는 1259(54.9%)으로 여성(103445.1%)보다 225명이 많았다.

마을별 세대수와 인구수를 보면 장암리 117세대 222(114명 여 108) 화천 22517세대 1327(664, 663) 화천386세대 262(133, 129) 송림182세대 174(88, 86) 송림2219세대 484(260, 224)이다.

이주가 시작된 2012(53회 서천통계연보)3개 마을 5개리의 인구 1886명이 떠나면서 407명으로 줄었다. 계속해서 2014(54회 통계연보)에 따르면 3개 마을 5개 리의 인구수는 장암리 47세대 79화천2472세대 1196화천385세대 249송림182세대 160송림285세대 404명으로 집계돼 있다. 이주한 3개 마을 5개리 주민의 거주지는 확인할 수 없다.

장항제련소 피해주민의 피해보상 등에 발 벗고 나선 피해보상대책위 박종성 총무는 이주민 대부분이 장항읍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지만 인근 군산 등 타 지역으로 이주한 주민들도 많이 있지만 개인정보 등으로 인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대책위 신현환, 박종성 총무
▲대책위 신현환, 박종성 총무

남들 다 받은 폐업보상금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이주민들의 보상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보상비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감정가격 등으로 지급하면서 주택 구입 등에 턱없이 모자라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한다.

장항제련소 부지 위에 주택을 지어 살던 주민(대부분이 장항제련소 근무)들에게는 이주비로 수백만 원을 지급한 반면, 자가 소유의 주택과 땅을 소유한 주민에게는 감정가 등을 적용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취재에 응한 A씨는 회사가 자기들 땅에서 집을 짓고 살아도 중금속 오염 문제 때문에 나가라마라 하지 않고 묵인해줘서 살고 있다가 정부에서 오염토 정화 사업한다면서 이주를 추진할 때 나오게 됐다면서 현재 살고 있는 빌라는 이주보상비로는 부족해 자식들이 보태줘서 구입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자가 소유의 농지와 주택을 갖고 있던 B아무개씨는 보상비로 21000만 원가량 받고 나왔다고 나왔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평당 가격이 100만원대임을 감안할 때 장항제련소 때문에 병 얻고 헐값에 토지와 집을 넘겨주고 나오게 돼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부부는 뉴스서천 취재진과 만나 오염토 정화사업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십 수 년간 송림리에서 직집 키운 토종닭으로 닭백숙집(사업자등록증 발급)을 운영해 단골손님이 많았다면서 다른 사람들은 폐업보상비를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리는 토지와 주택에 대한 보상 외에는 폐업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취재진에게 당연히 줄 것으로 알고 기다렸는데 기다린 사람은 보상 한 푼 없고 목소리께나 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상을 준다면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보상받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중금속 오염 후유증피가 뚝뚝 떨어질 때까지 긁어도 가려움증 해소 안 돼

한편 이주 주민들 상당수가 장항 제련소 중금속 오염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

3년 전 배우자와 사별하고 혼자 원수리 주공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강인순씨는 보상받아 산 주택을 배우자 병원 치료비로 다 썼다고 말했다.

친정이 기산인 강인순씨는 25살 때 송림리로 시집왔다면서 오염토 정화로 이주하기 전까지 남편과 함께 송림리에서 농사짓고 살았다.

강인순씨는 처음 시집 와서 보니 배추 등이 벌레 먹은 것도 아닌데 구멍이 곳곳에 뚫려 있어 시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여기는 다 이런 것 먹고 산다고 말했는데 제련소에서 나온 연기가 바람을 타고 우리 집 쪽으로 오면 멀쩡했던 채소에 누르스름한 것이 떨어져 구멍이 뚫리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이 제련소 굴뚝을 통해 배출된 중금속이란 것을 알게 됐고 그 여파로 남편과 함께 피부 가려움증으로 고통을 겪었다면서 취재진에게 시커멓게 변한 자신의 복부를 보여줬다. 강씨는 죽은 남편도 그랬고 저 역시 밤이면 가려워 긁느라 잠을 못잘 정도로 고통이 심했다면서 한번 가려움증이 생기면 피가 뚝뚝 떨어질 때까지 긁어보지만 가려움증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약에 의지하며 살고 있다. 생계역시 막막하다.

취재진이 만난 강인순씨를 비롯해 이주민들은 하나같이 70대 중반 이상이어서 연금에 의지하거나 일부는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는 만 85세까지이다.

앞서 소개한 A씨는 올해 83세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간이 2년 밖에 남지 않았고, 자식들도 사는 게 어려워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면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부부가 받는 노령연금과 일 년에 한 두 차례 와서 자식들이 주는 용돈 등을 살아가야지 별 수 있나하고 말했다.

대책위, 4년간의 지루한 법정 다툼 끝에 2심 승소

한편 장항제련소중금속 오염 피해자들이 장항제련소(현 엘에스니꼬동제련 주,일에스일렉트릭스주)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해 최근 2심에서도 승소했다.

장항제련소중금속오염피해대책위원회(대표 신현환, 이하 대책위)2018318일 환경부를 상대로 서울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대책위 박종성 총무는 소송에 참여한 주민은 109명이고 중금속 오염피해주민들의 소송대행은 법무법인 길상이 맡았다면서 법무법인 길상은 환경부가 정부의 잘못을 인정한 부분이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더 많은 부분을 인정토록 해 피해보상을 최대한 이끌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오염피해자 사례와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정부를 상대로 한 법무법인 길상의 피해주민 대변에 앞장선 결과. 올해 4월 법원이 피해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4월 서울 중앙지방법원은 장항제련소는 굴뚝을 통해 중금속을 배출했고 이는 제련소로부터 약 4km까지 비산해 땅에 떨어졌다고 추론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이 사건 중금속은 호흡을 통해, 또한 이를 포함한 농산물의 섭취 등을 통해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흡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피고측인 엘에스니꼬동제련()측은 피해자들의 주장만으로는 가해원인 물질이 어떤 경로로 피해자들에게 도달했는지, 얼마 동안 노출되었는지 알 수 없고, 이 사건 피해자들의 개별적 질환들이 중금속으로 인해 유발되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장항제련소에서 배출된 물질에 이 사건 중금속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1심 불복과 함께 항소했다.

항소 결과 지난 102심에서도 피해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엘에스니코동제련측의 상고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종성 총무, “피해주민 고령으로 생계 막막정부차원 대책 마련 촉구

대책위 박종성 총무는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는 오염정도가 심한 곳과 거주기간 등을 고려해 차등 산정해 모두 20억원의 피해보상을 받아 법원이 각 개인별로 지급했다고 밝히면서 소송 진행과정에서 도움을 준 뉴스서천과 지역정치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대책위 신현환 대표와 박종성 총무는 오염피해 보상 등을 통해 백방으로 뛰어다는 과정에서 오해도 많이 받았고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했다.

신현환 대표는 피해주민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남에게 십 원짜리 하나, 커피 한잔 받아 마신 적 없이 내 돈 써가며 활동했는데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 때문에 그만두고 싶은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고 말했고, 박종성 총무는 내가 피해자이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 피해주민을 도와보자는 생각에서 대책위 일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보상에서 승소하고 그 결과 주민들에게 피해보상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일조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박종성 총무는 피해주민 등 소송에 나서지 않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추가 소송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도 최근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 통과한 오염토 부지 일부를 생계유지가 어려운 피해주민을 위한 시설을 지어 운영토록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서천군 전체인구의 40%가 만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인 가운데 이주민들의 평균 연령도 높아졌고 소송에 참여했던 주민 일부가 보상비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사망해 안타깝다면서 이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져 생계유지가 막막한 상황인 만큼 이주민과 이주민의 자식들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건물을 지어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에서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대책위 신현환, 박종성 총무, 피해자 강인순씨 인터뷰 동영상은 뉴스서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