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을 가다 (2)보성·순천만 갯벌 지속가능한가
■ 기획 /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을 가다 (2)보성·순천만 갯벌 지속가능한가
  • 허정균.주용기 시민기자
  • 승인 2023.06.08 03:59
  • 호수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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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리아케해 이사하야만과 닮은 보성·순천만갯벌

조류흐름 약화, 지속적인 토사퇴적·어족자원 급감

이사하야간척사업이 불러온 재앙

▲일본 규슈섬 아리아케해와 이사하야만
▲일본 규슈섬 아리아케해와 이사하야만

일본 규슈섬의 나가사키현, 사가현, 후쿠오카현, 구마모토현으로 둘러싸인 아리아케해()는 어민들이 보물의 바다라고 부르던 바다였다. 바다의 깊이는 평균 30m를 넘지 않으며, 조수간만의 차도 5m가 넘어 큰 편이다. 각 현에서 내려오는 크고 작은 하천이 10여개가 넘어 넓은 하구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조류가 급하게 들어와 쌓이는 펄을 멀리 날라다 부렸다.

아리아케해는 조개, 바지락, 키조개 등 조개류와 새우, 숭어, 민어 등 어족자원이 풍부한 곳이었다. 일본 최대의 김생산지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도요새와 저어새 등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새들의 휴식장소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생태계의 보고였다.
아리아케해 안에 이사하야만이 있다. 이사하야만은 아리아케해의 바닷물 순환을 유지시키는 펌프와 같은 역할을 했다.

199210월에 방조제 공사를 착공하며 이사하야간척사업이 시작됐다. 이후 46개월 만인 19974월 최종 끝물막이가 완성되어 조수가 차단되었다. 이듬해 키조개, 바지락 등 어패류가 대량 폐사하면서 재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7.2km의 방조제에 물길이 막혀 유속이 느려졌기 때문이었다.

방조제로 직선화된 여자만 해안선

▲1930년대 여자만 해안선
▲1930년대 여자만 해안선

여수시, 순천시, 보성군, 고흥군으로 둘러싸인 여자만. 규모는 아리아케해의 5분의1 정도 되지만 아리아케해와 닮은꼴이다. 여자만으로 흘러드는 순천의 동천과 보성의 벌교천을 비롯해 여수반도 서안과 고흥반도 동안을 통해 바다로 흘러드는 수많은 하천들이 각기 하구갯벌을 형성하여 어족자원이 매우 풍부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간척사업으로 웬만한 만과 작은 소하천까지 모두 방조제로 막혀있어 여자만 연안 갯벌은 전체적으로 진펄로 바뀌고 있다.

밀물 때 하천을 거슬러 올라갔던 바닷물이 썰물 때 급하게 빠져나오며 쌓이는

▲현재 여자만 해안선
▲현재 여자만 해안선. 붉은 원은 간척지역

진펄을 먼 바다로 날라다 부리며 평형이 유지됐지만 해안선이 직선화 되면서 유속이 느려져 여자만 해안 전역에 토사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고흥군 동강면 죽암리에 있는 죽암방조제를 찾아가 보았다. 마치 항아리처럼 안으로 깊숙이 만이 펼쳐져 있었는데 680m의 방조제가 입구를 막아 안은 논으로 변했고 방조제 밖에는 진펄이 쌓여 짱뚱이와 칠게들의 천국이었다.

순천만의 드넓은 갈대밭은 이렇게 해서 생긴 것이다. 순천시는 갈대밭을 관광지로 개발해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 월동을 마친 흑두루미가 들렀다 가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흥군 동강면 죽암리에 있는 죽암방조제
▲고흥군 동강면 죽암리에 있는 죽암방조제

그러나 현재의 해안선이 그대로 있는 한 토사퇴적은 점점 확대될 것이며 자연 경관도 바뀌어갈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도 갯벌을 매립하고 해안에 데크 시설을 해 바닷물을 밀어내고 있었다.

2017811일 보성군은 해양수산부, 전남도, 전남대학교, 꼬막양식어업인, 어선어업인 등 관계자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보성 뻘배어업,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제2호로 지정된 보성 뻘배어업보호와 관리 방안 및 벌교꼬막 자원량 급감에 따른 자원회복 방안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펼쳐졌다. 이로 보아 보성·순천만갯벌의 환경 변화에 대한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본 순천만. 우측의 경작지는 본래 바다였던 곳이었다. 경작지 밖 순천만으로 토사가 쌓이며 갈대밭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본 순천만. 우측의 경작지는 본래 바다였던 곳이었다. 경작지 밖 순천만으로 토사가 쌓이며 갈대밭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갯벌을 매립하고 산책로를 냈다.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해안.
▲갯벌을 매립하고 산책로를 냈다.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해안.

<허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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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갯벌에서 잘못 진행된 해상데크 건설사업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화포포구에 있는 어부해안길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화포포구에 있는 어부해안길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에 있는 남파랑길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에 있는 남파랑길

순천시가 방문객들이 순천만의 해안가를 따라 걷을 수 있도록 남파랑길어부해안길’, ‘어부갯벌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의 와온마을과 별량면 학산리의 화포마을 앞 해안가에 해상데크를 만들어버린 바람에 갯벌과 염생식물 군락지를 파괴하고 해안경관을 파괴해버려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화포마을 앞 해안가에 건설된 해상데크는 총 길이 2km로서 2021년 가을부터 2022년 말까지 해양수산부가 어촌뉴딜사업의 일환으로 1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순천시에 지원해 추진했다. 20221129일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해상데크의 상판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고, 교각공사를 하던 곳에는 포크레인이 들어가 작업도로로 사용했던 자갈들을 걷어내고 있었다. 이 작업도로를 만들기 위해 염생식물 서식지와 갯벌 지역에 자갈들을 깔아버렸던 것이다. 공사를 마친 후에 자갈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지만 염생식물 서식지와 갯벌을 원래대로 온전히 복원하기도 어렵다. 해상데크의 교각을 5m 높이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해안경관도 파괴되어 버렸다.

그런데 해상데크 건설사업을 계획할 당시 이미 순천만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문화재청이 순천시와 협력해서 세계유산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그리고 실제 공사를 시작하기 이전인 2021726, 세계유산위원회가 순천만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결정하였다. 그런데도 해양수산부와 순천시는 해상데크 건설사업을 강행했던 것이다. 이곳은 이전에도 습지보호지역, 람사르습지로 지정을 받은 지역이기도 했다.

차라리 해상데크 건설에 책정된 사업비를 화포마을내 모든 주택의 지붕과 마당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주택을 수리해 주는 등 주민들의 생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에 직접 사용했다면 오히려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이는 곧 주민들이 필요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됨으로써 화포마을 주민들이 갯벌을 보전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면서 과연 해양수산부와 순천시가 순천만갯벌을 세계유산의 관리수준에 잘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하겠다는 약속을 잘 이행할지 의문이 들게 하고 있다.
<주용기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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