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릇과 행정수도 이전
서울 노릇과 행정수도 이전
  • 뉴스서천 기자
  • 승인 2004.07.30 00:00
  • 호수 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심 재 옥 / 칼럼위원
서울에서 살다보니 원치 않는 욕을 많이 먹는다.

서울 것들은 깍쟁이라느니, 야박하다느니, 이기적이라느니, 대체로 안좋은 평가다. 서울 사람들이 지방에 내려오면 지역에서는 밤늦게까지 놀아주고 살뜰하게 접대하는데 지방사람들이 서울에 올라가면 서울에서는 도통 그런 대접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무슨 놈의 행사란 행사는 왜 모조리 서울에서 열리느냐, 이게 다 서울중심이고 서울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다.

국가의 모든 행정시스템이 서울 중심으로 편재되어 있고, 전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온갖 기반이 서울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는 현 체계에서 서울과 서울 이외지역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애들 교육시키기도 힘들다. 변변한 문화시설 하나 없는 문화의 불모지에서 ‘교양있는 문화생활’은 꿈도 못꾼다.

불모지같은 지방에서 보기에 화려하고 풍요로와 보이는 서울의 모습에 그저 부아만 끓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람살이에 있어서 ‘서울 것들의 서울살이’는 행복하겠는가?

교통지옥과 숨막히는 아스팔트, 공해와 소음, 턱없는 집값과 부동산투기는 서울을 사람 살 곳 못되는 곳으로 만들었다. 게다가 먹고 살기 빠듯한 서민들에게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인 서울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화려하고 풍요로운 서울이 가난한 서민들에게는 사막을 건너는 낙타와 같은 인내를 요구하는 황량한 지역일 뿐인 것이다.

그러니, 서울사람 너무 욕하지 마시라. 서울이나 지방이나 없이 사는 사람들의 삶은 어차피 어렵기 마찬가지인데, 모든 것이 서울집중이니 행사도 서울, 집회도 서울, 회의도 서울이다. 여기 저기에 불려다녀야 하는 서울 사람들의 피곤함도 생각해주시라.

게다가 중앙기관이 가깝다는 이유로 전국적 사안도 서울에서 먼저 대책을 마련하고 서울에서 맡아서 대응하라 한다. 효율성과 편리함으로 따지면 당연히 서울이지만, 원치 않는 ‘서울노릇’을 서울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심할 때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왜 갑자기 서울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요즘 한창 시끄러운 행정수도이전 때문이다.

정부의 말처럼 행정수도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비수도권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행정수도이전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논리처럼 수도이전 비용으로 지역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나은 일일까?

나는 행정수도이전이 국가균형발전의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행정수도가 이전하면 서울이 공동화되고, 서울경제가 파탄나기 때문에 행정수도를 이전해서는 안된다고 선전하는 서울 이기주의적 반대론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의 관심사는 행정수도이전이라는 국가적 결단이, 중앙 집중화된 권한과 기반을 얼마나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진정한 분권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이며, 초토화된 농촌과 중소도시의 활력을 일으키는 계기를 얼마나 제공할 것인가에 있다.

중앙 행정기관의 몇 개가 이전하고 공공기관의 몇 개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옮겨갈 것인지를, 그래서 50만에서 120만의 인구분산효과로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논리가 책상 위의 형식논리로 그치는 것이라면 행정수도 이전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도이전은 결국 서울과 수도권이 아니더라도 삶의 터를 잡고 사는 어느 지역에서든, 가난한 서민들이 애키우며 먹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목적에 기여해야 한다.

때문에 지역의 경제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교육과 문화 인프라를 지역에 골고루 나눌 수 있는 방안,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강화와 더불어 시민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시민참여제도의 강화방안은 행정수도이전에 앞서 반드시 전제되어야할 것들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게 행정수도를 어느 지역으로 옮기느냐에 있지 않고 균형의 내용과 발전의 비젼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충남 공주가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뉴스에서는 해당지역의 부동산투기바람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그 바람에 평생 논밭을 일구며 살아온 농촌 노인네들은 삶의 터전을 몇푼의 보상금으로 빼앗기지 않을까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지역의 가난한 서민들을 밀어내고 돈잔치 개발잔치로, 또 다른 ‘서울’을 충청권에 옮기지 않도록 정부와 지역의 신중하고도 현명한 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서울살이의 고단함은 서울만으로 족하다.

찬성과 반대의 대립보다 먼저 진정한 지역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진지함이 필요하다. 과도한 서울노릇에서 벗어나고 싶은 서울사람들의 희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