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핸드백과 서천김
구찌핸드백과 서천김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5.01.14 00:00
  • 호수 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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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 금 란 기자
잘나가던 MBC-TV 시사프로그램 ‘신강균의 사실은’이 불명예스럽게 종영됐다. 외국의 유명한 핸드백을 경쟁사이자 자신들이 비판했던 SBS방송의 대주주 ‘태영’의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록 인구7만이 채 안 되는 작은 지역의 기자지만 취재를 다니거나, 보도가 나간 후 ‘접대’를 제의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또 어떤 이는 기사에 대한 답례라면서 봉투를 내밀기도 한다. 특히 관공서에서는 기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접대’가 관행이라는 걸 모르는 이 없다. 연말연시와 한가위, 설을 전후해서는 더 심하다.

얼마 전에 밖에서 돌아오니 기자 앞으로 택배가 하나 와 있었다. 관공서에서 새해 선물로 보낸 ‘서천 김’이었다. 누구나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가격과 지역특산물이다. 기자가 무슨 큰 힘이 있어 뇌물로 보낸 것도 아니고 또 뇌물이 될 만한 물건도 아니라는 걸 익히 안다.

그러나 배달한 택배회사에 전화해 돌려줬다. 이 같은 일이 지난해 추석에도 벌어졌었다. 그 때는 기자가 직접 보내온 관공서의 장을 찾아가 되돌려 주고 왔었다. 이런 것들을 거절하면 ‘튀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취재원을 확보하는 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이런 상황에 대해 모 선배기자로부터 귀띔하기를 “너무 거절하면 그 사람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오해받으니 적당히 알아서”라고 했었다. 그 때 기자는 ‘적당히’라는 말을 ‘눈치껏’으로 해석했다.

더 놀라운 것은 본사 경제사정이 여의치 않아 잠시 임금이 체불되던 시기, 기자는 경리업무를 맡은 이에게 ‘최소한 차량운영비는 지급해 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콧방귀’도 안 뀌는 듯해 보였다. 후일에 안일이지만 그이는 ‘기자들은 밖에서 챙길 것 다 챙기고 다니니 월급 못 받아도 아쉬울 것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최소한 함께 근무하는 기자에 대해 사무실 직원조차 이런 오해를 하고 있다면 이건 비단 그 직원의 잘못 만은 아니다. 기자들 스스로 단속하고 ‘견물생심 (見物生心) 죄’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한 일이 있다.

특히 기자들의 ‘촌지’ 또는 ‘뇌물’에 급수가 먹여져 있다는 공무원 아무개의 말을 들었을 때는 황당함을 넘어 같은 기자로서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 입에서 아무개 기자 입막음에는 3만원, 누구는 5만원짜리 한다하니 이 얼마나 기만적인 사회인가. 이것이 사실이 아닌 그저 지어낸 얘기래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자가 굳이 식사나 함께 하는 것을 거절하는 것은 ‘신강균의 사실은’ 관계자들처럼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오직 본지와 독자들을 위해서 당당한 취재와 기사작성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이 신념으로 인해 개인으로 있을 때 두터운 친분을 가졌던 이들과도 거리감이 생기는 아쉬움은 있지만 공인으로서 감수해야 할 일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

신강균 씨를 비롯한 이들은 접대와 백만원 상당의 ‘구찌핸드백’을 받아 사흘 만에 돌려줬고 기자는 1만원 상당의 ‘서천김’을 받고 즉시 돌려보냈다. 이 일의 결과는 이렇다.

이렇게 본지 독자들은 당당히 촌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쓴 비판적 기사를 읽고 있다. 그러나 ‘구찌핸드백’으로 인해 ‘신강균의 사실은’의 시청자들은 속 시원하게 사회를 고발했던 좋은 프로그램을 잃었고 상처받았다. 누구의 책임이냐, 또 프로그램을 종영할 정도로 돈백만원짜리 핸드백 받은 게 죄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많다.

기자는 당연히 ‘죄다’고 말하겠다. 자신들을 믿었던 시청자를 배신한 결과를 낳았고 또 사회에 ‘세상에 믿을게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으며 정론직필을 실천하는 많은 언론인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이 결과가 ‘구찌핸드백’과 ‘서천김’의 가격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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