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으면 억울하다
힘없으면 억울하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5.01.21 00:00
  • 호수 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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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다보면 기자를 아주 귀하게 대우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19일에도 종천면 종천리 산1번지를 찾았다. 노인복지타운이 들어설 땅의 기반조성 사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 3년 더 자라면 훌륭한 표고목이 될 수 있는 참나무들이 무참히 쓰러져 나갔다. 인근 주민 말로는 5년전에 산림조성으로 심은 나무들인데 제 값을 못했다고 했다.

주민 박모씨, 노인복지타운이 들어설 부지에 새롭게 집을 짓고 산지가 2개월밖에 안됐는데 얼마전 군으로부터 토지수용에 대한 통보를 받고 난감하다고 했다. 그는 “농협에서 2천만원 빚 얻어 겨우 집 한 칸 마련하고 부모님 모시고 살려던 꿈이 무산될 것 같다”며 걱정이다.

또 건너편 아무개 집은 군유지 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교묘하게 그 집은 수용지에서 빼놨다며 힘없는 사람만 억울하다며 한숨을 짓는다. 세상에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절대적인 게 어디 있겠는가마는 관공서라는 곳은, 또 그 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이란 사람들은 자기들이 정해 놓은 것에 대한 수정을 금기시 한다. 힘없는 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이들을 당하는 이는 결국 하소연 하다하다 언론사를 찾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만 기울여 줘도 고마워 어쩔 줄을 모른다. 이런 이들을 만날 때면 참으로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박모씨의 집과 거기에 딸린 밭이 군 사업, 노인복지타운에 수용되려면 그 땅을 담보로 돈을 내준 농협이 가만있지 않을 게 뻔하다. 일종에 매매이므로 압류를 풀어야 매매가 가능하다. 이럴 경우 대개 농협은 수용보상금에 대한 채권을 넘겨받지 않고 서는 압류를 풀어주지 않는다.

결국 박모씨는 지금 대로라면 담보 잡힌 집일지라도 집이 있는 거지만, 군과 계약하는 동시에 보상금은 농협에서 챙겨가게 되고 결국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딱한 사정이니 노인복지타운 짓겠다고 집이며 땅을 팔라고 한들 그러고 싶겠는가?

그리고 결국 박모씨 또한 머잖아 서천의 노인으로 살아갈 것이 뻔하다. 최소한 민주주의에서는 권력으로부터 주민이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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