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한표와 의무
우리네 한표와 의무
  • 뉴스서천
  • 승인 2002.05.09 00:00
  • 호수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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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이 싱그러운 신록으로 뒤덮이고 있다. 산과 마을이 아카시아 꽃향기가 그윽하고, 오동나무 꽃이 온 마을을 은은하게 그 향취로 젖게 한다. 못자리의 파란색이 이앙(移秧)의 꿈에 부풀고 비닐하우스의 왜 수박이 자란다. 이런 5월에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청소년의 주간이 싱그러운 초록과 같이 열린다. 어린이 청소년 어버이들 모두가 축제의 즐거움 속에 보낼 수 있는 시기이다. 어린이는 나라의 싹이요, 청소년은 한국의 내일을 걸머질 중요한 역군이니 그들을 키우고 뒷받침하는데 아낌없는 성원이 있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그 나라를 알려면 그 나라의 청소년을 보면 안다는 말이 있듯이, ‘청소년이여 꿈과 야망을 가져라’고 강조할 만도 하다. 지나친 어린이 보호나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는 해도 세계에서 한국과 같이 개인 위주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나라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인 제도나 시설로 청소년이 기를 피고 자기 능력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정책이나 교육이 절대 필요한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커다란 세계의 축제가 다가오고 있다. 월드컵 세계축구대회가 시작되고 6월의 지방자치 선거가 이어져 온다. 세계 32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 축구대회는 한국의 발전상과 고유한 문화를 선보이고 다시 오고 싶은 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물론 16강에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 십 만 명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관광 특수를 어떻게 맞이하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요, 그들을 재우고 먹이고 보여주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더 적극적으로 그들을 환영하기 위하여 민박을 만 여명 시킨다고 하니 이건 한국의 가정과 그 안락한 생활을 소개하고 체험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자원봉사자의 쇄도로 오히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으며 대회가 열리는 10개 도시의 경기장이 다 완성되고 경기하는 나라 선수들을 맞이할 준비가 예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니 월드컵 세계축구대회도 성황리에 끝날 것이 분명하다. 이 대회가 원만하게 이루어지도록 협조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의무의 일단(一端)이기도 하다. 자동차나 거리질서 하나 잘 하는 것이나 관광객에게 길을 하나 잘 가리켜 주는 것이 바로 월드컵대회가 성공리에 끝날 수 있게 협조하여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일은 지방자치 선거이다. 시장, 도지사를 비롯하여 군수, 시·도의원, 구·군의원을 선출하는 지방자치선거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일로 주목되고 있다. 벌써 물밑운동을 하느라고 야단인 것을 보면 우리 한 표밖에 가진 것이 없는 국민으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광역단체에서는 후보자를 아래로부터 선출하여 입후보시키는 경우도 없지 않으나 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후보들은 당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선거운동을 전개할 것이다.
예년과 별 다를 것이 금전살포, 음식 향연, 학연, 지연 등 혼탁한 선거양상을 띠고 있으니 민의를 대변하고 공약을 실천해야 하는 광역단체장이나 각급 의원을 선출하는 국민으로서 한 표를 행사하는 권리를 제대로 구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네 민초는 한 표밖에 없는 힘없는 사람이라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투표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후보들의 인품과 능력 그리고 공신력 전력의 여러 모를 철저히 검증하여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이 유권자요, 권리이면서 의무이다. 네 한 표가 바로 민의요, 그 한 표가 당선을 좌우한다는 점을 생각하여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한 표의 권리와 의무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 명예교수- 구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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