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이 없다”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이 없다”
  • 이후근 기자
  • 승인 2005.05.13 00:00
  • 호수 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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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보도된 서면수협직원 등 일부 주민들의 식중독에 의한 집단 발병은 보건소 조사결과 원인을 찾지 못한 채 양성판정결과를 낳았다. 이를테면 무혐의 판정을 받은 것이다.

분명 동일한 날짜에 그것도 비슷한 시간대에 한 업소에서 구입한 김밥을 먹은 후 식중독이라는 병명으로 입원한 환자가 여럿 발생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군에 공식적으로 접수된 환자만 7명이다. 상식적으로 집단식중독이 분명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보건소의 공식적인 양성판정 결과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비춰질 수 있을 정도이다.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는 격이다.

주민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조된 김밥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남김없이 이를 먹었고(가장 중요한 증거물이 없어진 셈이다), 이미 설사증세를 겪은 환자들의 가검물에서는 식중독의 원인이 될 만한 세균을 발견할 수 없었고, 사건 발생, 접수 후 3일 만에 나간 업소 점검에서는 당연히 원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상이 이번 사건결과가 양성판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군 사회복지과 위생담당은 “설사증세 초기의 가검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 보다 정확한 원인규명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주민들이 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의사는 아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세밀한 위생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일단락되지 않고 있다. 책임소재를 놓고 벌어지는 업주와 주민들 간 분쟁이 그것이다. 업주 측에서는 치료비에 대해서는 보험을 통해 배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서면수협 측에서는 업무손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공식적인 군의 조사결과마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성판정보다는 원인규명실패가 보다 적절한 표현일 듯싶다.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불량만두 파동’처럼 우리 기억에도 생생한 대형 식품사고로 큰 홍역을 치른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식품 안전은 소비자인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될 뿐만 아니라 식품업계 종사자들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유해식품 소동이 일어나면 소비자들은 ‘공황’에 가까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직접 관련이 없는 애꿎은 업자들도 하루아침에 줄도산을 당한다.

그래서인지 판정 결과를 받아든 해당 업소 주인은 본사를 항의 방문까지 했다. 기사도 읽어보지 않고 무조건 항의 방문한 업소 주인의 오해에 의한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지만 ‘양성판정을 받은 사건에 대해 무슨 근거로 보도했느냐’라고 따지기 위해서였다.

물론 결과에 따른 처벌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사후 동일한 사건을 방지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위생관리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는 지역공동체 구성원들 간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다.
식품위생안전관리에 구멍은 없나 다시 한 번 점검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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