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옆에 놓인 신문
영정 옆에 놓인 신문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5.20 00:00
  • 호수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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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시사 주간지에 보도된 설문조사 기사가 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전 충남 지역에 거주하는 전문가 그룹 500명에게 ‘어떤 언론 매체가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다고 보느냐’고 물은 뒤 그 결과를 등수까지 매겨서 보도한 시사저널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대전일보, TJB, 대전MBC, 대전KBS, 중도일보, 충청투데이(옛 대전매일), 충청방송(CMB), 디트뉴스24, 홍성신문, 대전연합뉴스, 대전극동방송 순으로 ‘성적표’가 발표된 이 기사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몇몇 언론 매체의 ‘풀뿌리 전략’이다.


예컨대 1위를 차지한 대전일보(49.0%)에서는 ‘지역 의제 설정’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신문은 지난해 지역 사회 초미의 관심사였던 행정수도 문제를 다루면서 ‘세계의 행정수도를 가다’라는 해외 취재 시리즈를 선보였다. 언론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 추진된 이 해외 취재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선 이미 ‘서울공화국’의 기득권 세력 그 자체가 돼 버린 중앙 언론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색깔을 드러낼 수 있었다.


2위를 차지한 TJB(43.0%)에서도 ‘지방화 전략’의 메시지가 뚜렷하게 읽혀졌음은 물론이다.

하기는 그렇지 않고서야 올해로 개국 10주년을 맞은 TJB가 상대적으로 역사가 깊은 대전MBC(27.4%)나대전KBS(25.6%)를 어떻게 따돌릴 수 있었겠는가. 그런 점에서 다른 방송사가 외면한 지역 연고 프로 스포츠팀인 한화이글스(프로야구), 대전시티즌(프로축구), 삼성배구단의 경기를 도맡아 중계방송 했다는 사실은 시사적인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001년 8월 창간돼 ‘대전 충남의 오마이뉴스’로 불려온 디트뉴스24(2.6%)는 8위를 차지했는데, 이 언론 매체에선 ‘틈새시장 공략’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디트뉴스24는 무엇보다 먼저 침묵의 카르텔 관행을 깨고 매체간 비평을 다루었는데, 이는 다른 지역 언론 매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였다. 일간지보다 한 발짝 빠른 보도도 특장이었는데, 심대평 충남지사의 자민련 탈당을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정작 필자가 주목한 것은 9위를 차지한 홍성신문(0.8%)이다. 사실 기초자치단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홍성신문은 광역자치단체를 취재 대상으로 삼고 있는 다른 언론사와는 애초부터 ‘체급이 다른 매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전 충남 지역의 전문가 그룹은 ‘지역 언론의 원조’로써 옥천신문, 남해신문, 해남신문 등의 ‘풀뿌리 성공신화’를 선도하고 추동했던 홍성신문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풀뿌리 성공신화는 멀리 있지 않다. 모름지기 지역 언론의 사명이 힘 있는 단체장이나 유지의 동정을 싣는 것이 아니라 일반 주민을 주인공으로 여기고 그들의 일상을 밀착해서 다루는 것이라는, ‘작지만 확고한 신념’을 갖게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꿈에 머무르지 않는다. 부친이 타계하자 한 주민이 장례식장에 설치된 영정 옆에 부친 기사가 큼직하게 실린 옥천신문을 놓아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새롭고 각별하게 다가온다.


13개 풀뿌리 언론 회원사의 참여 속에 국회의원 23명을 모니터했던 여의도통신에 큰 변화가 생겼다. 부천자치신문이 경제적 이유로 중도에 탈락한 반면에 시민의소리(광주), 새여수신문, 양산시민신문, 백제신문(공주)이 새 회원사로 가입한 것이다. 이로써 회원사는 16개로, 모니터 대상 의원은 30명으로 늘어났다. 초심(初心)과 초심(草心)을 잊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정지환/여의도통신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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