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유권자의 힘
투표는 유권자의 힘
  • 박노찬
  • 승인 2002.06.06 00:00
  • 호수 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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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유권자권리찾기 서천군시민모임’과 함께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군수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라는 응답자가 무려 44%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가 많이 나온 것은 선출직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감 혹은 일을 맡길 만한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실망감이 표출된 것이라고 판단된다.
결국 이같은 불신감과 실망감은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대한 냉소주의와 무관심을 더욱 부채질하고 나아가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구현시키기 위한 지자제의 본래 취지마저 퇴색시킬 우려마저 낳고 있다.
더구나 선거 기간 중 월드컵 열기가 지역 곳곳을 뜨겁게 달구면서 이번 6.13선거는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스런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월드컵의 이같은 뜨거운 열기는 물론 온 국민에게 자긍심을 갖게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최근 지나친 주민들의 관심은 오히려 정치에 지친 유권자들의 도피처인지 모른다.
사실 대다수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해 ‘식상’의 단계를 넘어서 ‘실망과 분노’, 어쩌면 그 이상이며, 솔직히 월드컵이 이 감정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누가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는지를 굳이 따진다면 몇몇 자질 없는 정치인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런 정치인, 그런 주민 대표를 뽑았던 유권자의 판단도 자유스러울 수는 없다.
그 유권자들이 이번만은 ‘실수’를 안하겠다는 반성이 일어나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그런 유권자 운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지방자치의 참 의미는 우리의 일꾼을 우리 스스로 뽑는데 있다. 행정에 참여하고 행정을 감시하면서 스스로의 권리와 의무를 지켜 나가는데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야기하면 다수가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뽑힌 대표는 그만큼 많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아우르는데 힘 들 수밖에 없고 결국 진정한 지역 대표라고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수의 ‘불참그룹’은 당선자의 임기 내내 무거운 짐이며, 그 짐은 부메랑이 되어 지역과 지역주민의 짐으로 남게 된다.
이런 현상들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우리 힘으로 실현 시켜놓고도 그 착근 과정을 우리가 스스로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참으로 안타깝다.
이제 자신의 명예와 영달을 추구하기 위해서, 혹은 이권개입의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후보자들을 단호히 심판하자. 무능력하고 주민을 우습게 아는 후보자들에게 쓴맛을 보여주자.
온갖 불·탈법 행위를 자행하며 주민들간에 이간질을 시키는 소인배 후보자들에게도 유권자의 현명함을 보여주자.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탈피하고 투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투표를 통해 알맹이와 껍데기를 가려내고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당선자에게는 우리가 이렇게 많이 너를 밀어 줬으니 용기를 갖고 주민을 배신하지 말라고 일러줄 수 있는 그런 선거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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