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떠 주는 것만 먹는다?'
<기자수첩>'떠 주는 것만 먹는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6.02.24 00:00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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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1일 서천군의회 의원실에서 ‘의원 간담회’가 열렸다. 의원들에게 ‘국제교육협약식’과 ‘농어촌버스 운영실태 및 경영개선 연구용역에 대해 해당 과에서 설명하는 자리였다.

일반인들의 간담회와 의회의 간담회는 분명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주민의 대표성을 가진 의원들의 업무이자 고식 회의 중에 하나이고, 또 공직자들을 업무시간에 불러 사업에 대한 보고를 듣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군의회의 의원간담회 회의록은 남아있지 않다. 노달래 의원이 “기록이 안 되니 전에 결정한 내용이나 자신이 한 말도 안했다고 발뺌하는 사례가 있다”며 회의록 작성을 주문하는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의원들의 의견은“농담도 하고 그러는데 어떻게 남기나?” “중요한 사안만 남기는 것이 어떨지” 등등… 분분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의원들의 재청에 따라 의장이 속기사를 배석토록 지시했다.

순간, 황의윤 의회사무과장이 “그건 안 됩니다”라고 소리쳤다. 되고 안 되고는 이미 의회가 결정했고, 의사과는 결정에 따라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우면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에서 ‘안 되는 일’이라고 해도 의회의 정식 회의 중에 의원 누구도 자문을 구한 일이 없는데 의사과장이라는 사람이 느닷없이 큰소리로 발언하는 일은 어쩜인가?

이래저래 이 자리는 가관이었다. 이날 ‘국제교육협약식’이나 ‘농어촌버스 용역’에 관한 보고를 들은 의원들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의사과장의 주민 대의기관 의회에 대한 불손한 태도는 당연할지 모른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다”라는 수식을 달며 “의견을 듣는 자리에서 자료를 지금 주고, 의견을 이야기 하라면 어떻게 하나?” 10년 넘은 오모 의원의 발언이다. 이 말들이 “우린 숟가락으로 떠 먹여줘야 먹는다”로 들렸다면 과한 것인가?

초선 의원도 3년 하고도 8개월째, 재선, 3선도 있으니 10년 넘은 의원도 있다. 본인들의 말대로 ‘전문가’가 아니면 어떤 사안이 주어졌을 때 책임을 가지고 공부해야 옳다. 모든 사안은 최소한 3일 전에 의원들에게 전달된다. 모르면 먼저 자료를 요청해 간담회든, 무슨 회든 준비해야한다.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또 의회의 결정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주민들에 대한 도리이기 때문이다. 교통문제는 의회에서 의원 본인들이 ‘용역을 하던지 해서 전반적인 평가를 하고 예산을 청구하라’고 결정한 사안이었다. 또 중간용역에 대해 신문에 상세히 보도되기도 했다.

지역민들이 자신들이 뽑아 놓은 의원들이, 자기네들이 요청한 사업도 못 챙기고, 지역 여론도 못 챙기고, 게다가 스스로 ‘전문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주어진 권위로 큰소리나 치는 것을 안다면 그 심정이 어떨지.

공부 지지리도 못하면서 예습은커녕 숙제도 안 해오는 학생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선생님과 친구들한테 조롱받는 법이다. 주어진 일을 똑 부러지게 하면 누가 그 자리를 넘보겠는가?

정책 대안은 못 내놀지언정, 끈질기고도 중대하게 논의돼 오고 힘없는 군민들이 고생하고 있는 대중교통 사안에 대한 의원들의 태도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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