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부리바위에서 조금 내려가면 “개선문”바위가 나온다. 서천 앞바다의 풍어를 위하여 사나워진 바다의 풍파를 진정시킨 용궁 군사들의 공로를
기념하여 세워 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개선문 앞에는 직경 10~20㎝의 구멍이 바닥에 뚫려 있다. 이곳에는 막대를 꼽아 놓고 큰북을 매달아
울려대던 곳이다. 풍어를 알리는 북소리가 사방 이십리를 울려 퍼졌다고 하니 그 소리의 웅장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오력도의 굳건함을 나타내는 늘 푸른 해송 숲을 중심으로 한바퀴 돌면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작은 모래밭도 나온다. 해류의 흐름이
남쪽 해안에만 모래를 쌓이게 하는 모양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인줄 알았더니 주인이 따로 있었다. 건너편 발전소 직원들이 이웃집 나들이
나온 것이 못마땅한지 물새 한 마리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하늘은 황홀한 듯 얼굴을 붉히고 검푸른 파도는 숨을 죽인다. 만선의 어선 한척이 해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
마량포구로 향한다. 전설을 멀리 한 채 새로운 시간의 파도를 밀치며 간다.
오력도 섬 주변의 낚시는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수(溫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로 인해 주변 수온이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감성돔은 물론 다양한 어종들을 만날 수 있다. 오력도가 해마다 가장 빠른 감성돔 소식을 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해안에서 감성돔이 가장 빨리 붙는 곳인 이곳에서는 매년 4월말부터 대물이 낱마리씩 비치다 5월경쯤 들어서면 가장 많은 조황을
보인다.
화력발전소의 화력만큼이나 바다는 힘센 근육을 보이며 전설을 낳는다. 갯벌과 바위를 넘나드는 어족들의 비늘에서 번뜩거리는 전설, 그 전설을
낚으러 오늘도 격랑과 고요 속으로 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