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니티 서천
어메니티 서천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7.01.19 00:00
  • 호수 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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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금란 기자

서천군을 한바퀴 돌다보면 어디서나 마주치는 문구가 있다. 군 정책기획실장도 군의회에서 “아직도 의미가 와 닿지 않는다”고 고백한 ‘Amenity seocheon, 어메니티 서천’이다.

장항초등학교 통학 길에, 군 나들목에, 군에서 제작한 모든 표지판, 문서 등등……,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접하게된다. 덕분에 군수는 어메니티 군수가 돼서 여기저기 성공사례 발표도 하러다니고 글을 모르는 어른들도 정확한 발음은 아니어도 어메니티를 말하게 됐다.

어메니티,美·感·快·淸=미·감·쾌·청=아름다운 느낌이 좋은, 상쾌한, 맑은, 이 보다 좋은 뜻이 또 있으랴.

참 이상하다. 이 좋은 글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군수는 입만 열면 ‘어메니티 서천’을 말하는데 서천사람들 표정은 점점 맑음이 사라지고 있다.

기자는 15일, 충남발전연구원 일행과 함께 어선을 타고 장항국가산업단지 예정지를 돌았다. 일행에는 군청 정책기획실장과 경제진흥과장, 또 담당직원들도 함께했다. 장항산단도 산단이지만 이들의 표정에서 ‘참으로 안됐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생각은 비단 이날 뿐만은 아니었다. 이들이 지금의 자리로 부임해 올 때의 밝은 얼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진흥과장의 경우 어려운 특화시장문제며 서부교통문제에 봉착했을 때에도 힘들어 하기는 했지만 자신에 찬 밝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점점 얼굴에 웃음이 사라진 ‘뭐 씹은 얼굴’로 변해 있다.

기자가 아무리 장항산단을 반대한다 한들, 서천군의 고위 공직자들이 이런 얼굴로 일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쓰럽고 슬픈 일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단순 명제도 있거니와 무슨 일이든 신명나게 해야 결과도 좋은 법이니 말이다.

이렇게 변한 사람들이 이들 뿐이랴.
언제나 반갑게 인사하던 목회자들도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장항산단과 천방산 사이에서 갈등하는 빛이 역력하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늘 전투태세 분위기이다.

서천경제 어려운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닐진대 왜 이리 주민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지 저마다는 알 것이다.

가뜩이나 침울한 장항은 애써 밖의 사람들과 높은데 있는 사람들에게 아주 못사는 동네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인지 한층 침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내용의 걸개는 아무리 장항산단 착공을 위함이래도 지나치게 비참해 보인다.

또 어메니티 군수님은 한 술 더 떠, 섣부른 단식투쟁으로 안색이 말이 아니고, 자처해서 “우리동네 갯벌 다 죽었으니 덮어주시오”한다. 앞 다퉈 최대한 불쌍한 표정과 환경을 연출하기에 바쁘다.

초라한 몰골로 무엇을 얻어먹으러 다니는 사람을 우리는 ‘거지’로 안다. 빚을 얻더라도 말끔한 차림으로 당당하게 하는 사람은 사업가이다.

장항산단 추진도 좋고, 정치노선 줄서기도 좋지만 기왕 하는 거 당당하게 하면 좋는게 좋지 않을까. 어메니티  서천군민답게 우아하고, 상쾌하고, 맑고, 기분 좋게. 지금 서천은 환경의 어메니티도 필요하지만 군민들 마음과 얼굴에도 어메니티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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