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발언’이 떠올랐다
‘계엄군 발언’이 떠올랐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7.04.27 00:00
  • 호수 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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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금란 기자

25일 종천면 화산리 주민 일행이 군수실을 찾았다. 지난주부터 군수를 만나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출장 중’이라는 답변을 수차례 듣고 겨우 이뤄진 자리란다.

기자가 그 소식을 듣고 군수를 만나려는 사람들이 대기하는 좁디좁은 군수비서실을 찾았다.  언제나 군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날이면 보는 북적대는 비서실이다.

마침 김경용 비서실장이 선고 같은 묵직한 발언을 하고 있었다.

“이런 것이었다면 자리 마련 안했습니다. 연락받았을 땐 이장님이 새로 바뀌셔서 주민 서너 명과 인사 오는 정도로 알고 마련했는데 이런 말씀 없었잖습니까?”

비서실장의 이런 말씀이란, 화산리에 일반폐기물처리장 사업 신청이 군청에 접수돼 있는 터라 주민들이 반대를 표명하며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그 입장을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기자가 “그렇다면 비서실장이 지역현안을 잘못 파악하고 계신 거 아닌가”하며 문제제기 했더니 주민들과 얘기 중인데 왜 나서냐는 식이다. 그래서 한마디 더 할 수밖에 없었다. “군수님은 인사 오는 주민은 만나고, 골치 아픈 지역현안 갖고 찾아오는 주민은 안 만나시는가?”

길가에 폐기물처리장 반대의 주민 목소리를 담은 현수막이 내 걸린 지역현안의 당사자들이다. 게다가 못자리 준비로 바쁜 철에 접어든 주민들이 하릴없이 신임 이장 군수나리께 문안하는 자리 수행이나 한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머리 희끗희끗한 주민들이 높디높은 군수님을 뵙자고 몇날 며칠 고대하고 왔는데 인사차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니 못 만난다는 비서실장의 거룩한 선언. 2002년 8월 나소열 군수 초선 당시 직무를 시작한지 한달 남짓 됐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

당시 이아무개 비서실장은 갖가지 지역현실을 갖고 군수실을 찾아온 서천사랑시민모임의 뒤통수에 대고 다른 주민들 앞에서 “계엄군 2개 중대만 투입하면 해결된다”는 군인 출신다운 발언을 해 문제가 됐었다. 이 비서실장은 “춘장대 해안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댔지만, 계엄군이 해안쓰레기 치우는 성격이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아 퇴진을 요구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군수 스스로도 ‘무능한 비서실장’이라고 인식했으면서도 무엇 때문인지 짐작은 가지만 4년 동안 자리를 보존해줬다.

이어 이번의 김 비서실장의 발언은 많은 실정을 지적당하면서도 이동군수실 덕분에 재선에 당당히 성공한 군수의 비서실장다운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군수도 득표를 분석해 봤을 터지만, 언제까지 손 한번 잡아주면 황홀해 하는 주민들 위에 군림할지 궁금하다. 또 그런 주민들을 깐보며 ‘인사 오는 주민과 골치 아픈 지역현안을 갖고 오는 주민’을 선별해 알현 시키는 비서실장의 어깨를 두드려 줄지도 궁금하다.

곡절 끝에 군수를 만난 주민들은 “군수가 법에 앞서서 주민들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며 순박하게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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