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각 -지도자의 상(像)
독자생각 -지도자의 상(像)
  • 뉴스서천
  • 승인 2002.08.29 00:00
  • 호수 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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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에서 부하를 제일 많이 거느린 지휘자가 11명의 분대원을 거느린 분대장이고, 그 분대장 임무를 무난히 잘 수행하면 사단장직도 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럴 것이 대대, 연대, 사단장급 지휘관은 4명의 일반참모(인사·정보·작전·군수)만을 지휘하기 때문이다.
포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총탄이 비오듯 날아오는 최전방에서 분대장의 표정이 굳어있거나 겁에 질려 있으면 분대원의 사기와 전투의 결과는 보나마나다. 하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에 찬 자세로 분주히 돌아다니며 독전(督戰)한다면 분대원의 사기는 충천하여 감히 적이 넘보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부하를 믿어주는 포용력과 지도력에 따라 성패를 가름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과거 미국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는 맥클란 장군을 격려하기 위해 국방장관을 대동하고 그의 야전사령부를 찾았다.
하지만 맥클란은 전투장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링컨 대통령 일행은 먼지를 흠뻑 뒤집어쓰고 돌아온 맥클란 장군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가? 맥클란 장군은 두 사람에게 가벼운 눈인사만 하고 2층 거실로 올라가 버렸고 얼마 후 내려온 부관은 사령관이 너무 피곤해 잠자리에 들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 말을 들은 국방장관은 대노하여 직속상관인 자기는 고사하고 일국의 대통령에게 저지른 무례함을 지적하고 당장 직위해제 할 것을 권했다.
이 때 링컨은 조용히 말했다. “맥클란은 이 전쟁을 이기는데 절대 필요한 사람이다. 단 한시간이라도 이 피비린내 나는 유혈전쟁을 단축시킬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의 말고삐를 잡아주고 군화 끈을 메어 줄 것이다”
이어 그는 “다음 전투를 위해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맥클란 장군의 판단력을 나는 믿으며 오히려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내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끝까지 부하를 믿어준 대통령의 뱃장 좋은 포용력과 지도력이 남북전쟁을 승리로 종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6월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강호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세계4강의 기적을 올린 것은 히딩크 감독의 부릅뜬 눈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지휘하는 당당함 때문이었다.
요즘 우리 사회의 지도층인 윗물은 잔뜩 흐린 반면 아랫물이 맑은 기이한 현상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혼탁한 윗물은 보를 막아 딴 데로 흘려보내고 네덜란드에서 맑은 물(히딩크의 지도력)을 수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바라건대 하루속히 수입하지 않은 오리지널 우리의 맑은 윗물이 흘러 막아둔 보를 터뜨려 아랫물과 합류, 다시 한번 선수와 붉은 악마 온 국민 모두가 ‘대-한민국 짝·짝·짝’으로 세계에 명성을 떨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여채호/ 장항읍 신창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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