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독한 페미니스트의 독백
어느 고독한 페미니스트의 독백
  • 뉴스서천
  • 승인 2002.09.05 00:00
  • 호수 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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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나도 모른다. 알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머니의 아들, 아내의 남편, 딸의 어버지다.
남자는 사람이다. 여자 또한 사람이다. 다 똑같은 사람 아닌가?
천·지·인(天·地·人) 인내천(人乃天) 인본주의 그 어디에도 남녀구분이 없다. 그런데도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 식의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남녀차별 등 남자의 강변적 이기적 작품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여성을 반변천(半邊天, 하늘의 반, 세상의 반)으로 인식해 동일노동, 동일 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철학자 월 듀런트는 ‘남자는 자궁인 여자에게 공물을 바치는 존재, 남자는 여자가 길들인 마지막 동물’이라고 했는데 참으로 음미해 볼만한 주장이다.
나는 근본적으로 페미니즘, 쿼터제, Sex와 gender논쟁, 여성주간, 여성부 같은 단어 자체가 불평등을 전제로 한 것 같아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휴머니스트가 되고 싶다.
휴머니즘은 기독교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회복 운동에서 시작해 르네상스라는 인류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남존여비, 가부장제, 남성 우월주의의 속박과 모순에서 벗어나 뉴 휴머니즘을 만들어 남녀평등의 낙원을 만드는 것은 시대적, 문화적 소명이다.
그런데 왜 현실은 이 모양, 이 꼴인지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제도적인 과감한 개혁이다. 현재 헌법을 위시해 여러 법과 규정상으로는 상당수준 정비되어 있긴 하지만 이런 제 규정은 사문화 박제품 되어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만들어 놓고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새로운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법제정과 개정으로 가능한 것인데 현 정치수준, 의식 수준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고, 상당한 세월이 흘러야 할 것 같다.
앞당길 수 있도록 계속 주장하고 강·온 투쟁과 장·단기 투쟁을 병행하여 쟁취할 수밖에 없다.
둘째, 여성 스스로가 해야 할 것을 찾고 해결 가능한 것부터 실행해야 한다. 옛날부터 내려온 잘못된 모순, 관행, 풍습을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 열등의식, 자포자기, 숙명론적인 체념은 대내적인 큰 적이다. 우리 모두 의식과 발상을 전환하여 이를 극복하고 승화시켜야 한다.
여성의 특성과 강점이기도 한 문제로 옷, 화장, 장신구의 지나친 사치, 우리의 특수한 음식문화의 혁명적인 개선, 과소비로 오는 환경문제와 자원고갈 문제에 슬기롭게 접근하여 스스로 자승자박, 얽매임, 옥죄임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여권신장과 어떤 관계며 역함수 관계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자기묘혈을 자기가 파는 짓을 반복해서야 어느 세월에 개선되고 시정되겠는가.
끝으로 여성문제에 합리적이고 논리적, 좀 더 진취적 사고와 행동의 접근이 절실하다.
먼저 배운 사람, 좀 더 가진 자가 앞장서야 하고 희생과 봉사정신이 필요하다. 뒤에서 시기하고 질시해 조소나 한다면 이 시대의 여성이라 할 수 있는가?
건전한 신앙 아닌 광신도의 광란, 미신과 샤머니즘, 건강을 해치는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 야만적이고 철학빈곤의 성형수술의 중독, 미스코리아 등 성의 상품화, 도구화 등은 여권신장에 직접적인 마이너스 작용만 할뿐이고 아주 무가치한 것이다.
여성문제는 바로 남성 자신의 문제다. 인간의 문제 아닌가? 성차별은 인간존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고 모욕이다.
간통죄, 혼인빙자간음, 매매춘, 미인계 등 성범죄 문제는 여성 혼자는 불가능하며 쌍벌죄라 하지 않는가?
우리 다같이 남녀 따지지 말고 함께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다같이 동참해야 할 것이다.
모든 여성이 목말라 하고 있다.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걱정,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수맥은 확실하니 삽과 호미, 확고한 의지로 샘만 파면 되는 것이다.
이런 훌륭한 사업인데 어떤 남성이 보고만 있겠는가. 우리 모두 손으로 산술적 평균 아닌 평등의 낙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선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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